미안했다.
내가 부서내에서 가장 믿고 의지해온 그녀에게 상처를 준 것 같다.
그녀는 내가 입사하고 6개워 뒤 입사한 신입 직원이었다.
똘똘하고 당찬 그녀의 업무 능력은 단박에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수학을 전공한 그녀는 사리가 분별하고 언제나 논리적이었다.
그녀가 수행한 분석 결과는 나의 회사 생활에 비단길이 되었으며 무엇보다 나를 대신한 나의 목소리 역할을 자처했다.
그리고 언제나 밝고 명랑하다.
조금은 늦은 나이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녀였지만 내가 보는 그녀는 몇 년 차의 선배 직원들보다 뛰어났다.
그런 그녀가 큰 실수를 했다.
처음 있는 일이다.
평소의 그녀의 업무형태로 볼 때 진짜 그랬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정도로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
“왜 그랬어?”
대답이 없다.
시장 동향을 분석하기 위해 어렵사리 모아둔 신문기사 데이터의 일부가 사라졌다.
연결된 특허 정보도 함께 사라졌다.
“어쩌다 그랬냐고?
대답이 없다.
매일 밥을 먹듯 데이터를 다루는 사람이 데이터의 소중함을 무시한 처사다.
그래서 더욱 이해할 수가 없다.
본인이 분석을 위해 가공한 자신만의 데이터도 아닌 부서 공용의 데이터를 그랬다니 더욱 믿을 수 없다.
“너!! 제정신이야?!! 아 진짜 짜증나서 못해 먹겠네!! 아무 말도 안 할거면 가봐!!! 꼴도 보기 싫으니까!!”
그 순간 우리 팀 모든 직원의 시선이 내 자리로 모인다.
그녀가 자리로 돌아간다.
책상 모서리에 놓인 A4 용지에 동그란 물방울 자국이 선명하다.
내가 독거인에게 누구나 보는 앞에서 그토록 욕을 먹기에 난 그 누구 앞에서도 당사자의 실수를 지적하는 일이 없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랬다.
기대에 대한 실망의 보상심리일까?
아니면 순간 당황을 했었나?
그것도 모자라 난 한 마디 더한다.
“아니 미치지 않고서… 평소에 바락바락 말 대꾸도 잘하면서 왜 아무 말도 안 하는 거야? 아 진짜 짜증나!!”
다음날, 그녀가
“팀장님, 이거 최근 3개월 생산 보고서 분석 결과인데요…”
아무일 없다는 듯 보고를 한다.
씩씩하고 멋진 녀석!!
난 속으로 생각한다.
“아팠냐? 나도 너만큼 아팠다.”
시간이 흐르고 어느 저녁 식사자리에서 내가 그녀에게 물었다.
“님은 왜 그 때 데이터 다 날리고 암말도 안 했냐? 사람 속 터지는 거 보면 좋냐?”
“아이구, 팀장님 그게 아니 구요. 그 때 머리속에는 온통 ‘데이터 어떻게 복구하지?’ 이 생각하느라 팀장님 목소리 1도 안 들렸어요.”
실제로 그녀는 2틀에 걸쳐 데이터를 80%이상 복구했다.
그리고 시장동향은 물론 신 기술 동향 분석까지 멋지게 마무리했다 그것도 기한에 맞춰서.
이런 그녀를 믿고 의지하지 않을 수 없다.
입사 5년차인 그녀는 우리 팀의 핵심 인재다.
그리고 팀을 이끄는 기둥이다.
“아마도 내가 떠난 이 자리는 신 대리 네가 앉아야 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