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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더하기 Nov 30. 2021

우린 좀 달라

드럽고 치사한 직장생활.


“내가 퇴사하면 다시는 직장생활 안 해!!”



언제나 다짐을 하건만 금전적 여유가 나의 목을 죄어 온다.

딱히 퇴사 후 대책이 없기는 하지만 다행이도 최근 내가 가진 기술이 꽤나 인기있는 분야이기에 여기저기 강연 문의나 컨설팅 요청이 많아 이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이렇게 이곳 저곳의 기업을 다니며 발견한 공통적인 부분이 있다.

그것은 ‘우린 좀 달라’다.

밖에서 보면 다 똑같아 보이는데 막상 이야기해보면 말로 설명하기 힘든 특별함을 기업마다 가지고 있다.


우연한 계기에 지인을 통해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기업의 경영 컨설팅을 맞게 되었다.

그 내용인 즉 관리하는 금융 상품의 수가 너무 많아 선택과 집중을 위해 상품의 가지 수를 줄여 줄 방법을 알려 달라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효율성 분석을 통해 진행하는 것이 좋다.

제품 별 효율성을 분석하고 어떤 상품에 선택과 집중을 할 것인지 선정하는 것이다.

결과를 도출하고 내 스스로 만족해하며 결과 보고 당일 멋지게 프레젠테이션까지 진행했다.



그런데 그 반응은 내 생각만큼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여기 저기서 이런 이야기가 들렸다.


“아 저 상품은 XX를 위한 특별한 상품인데…… 저 상품은 아직 가입자가 적긴 하지만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은 상품이고…… 저 상품은 회사입장에서 상징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상품이고…… 또 저 상품은……”


그 이유도 참 다양하다.

결국은 모든 상품이 특별하고 특이한 성격을 지녔다는 의미다.


또 한번은 이런 경우도 있었다.

매출 규모가 1조원이 넘는 업계에서는 꽤나 인정받는 제조생산 중견기업에서 재고관리 및 생산량 관리 모형을 제안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해당 기업은 재고관리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생산량을 원했다.

그래서 나는 아주 전통적인 방식의 분석 모형을 기반으로 각 제품 별 재고 수준과 수요량을 결정하고 최종 생산 모형을 제시했다.

제시된 모형에 대해 경영진은 만족스러운 결과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현업의 실무자들 사이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그들 이야기는 생산된 대부분의 제품이 생각만큼 꾸준하고 예측 가능하게 판매가 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즉 꾸준하게 판매되다 어느 순간 훅하고 예상외의 판매가 이루어 질 때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비일비재 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대답했다.


“아 그렇군요, 근데 1달 아니 길게는 1년을 놓고 보면 판매가 평균치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러자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물론 장기적으로 보면 당연히 평균치만큼 판매하지요. 근데 갑자기 훅하고 모든 재고가 빠질 때가 있다니까? 지금 설정해 주신 생산량으로 공급하면 100% 결품이 나요. 우리 회사 제품이 생각보다 좀 특이해요.”



내가 보기에는 별로 특이해 보이지도 않았다.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의 결과이므로 모든 변수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나의 잘못도 있다.

하지만 현업 실무자들이 말한 그 특별한 상황은 어쩌다 발생하는 우연의 결과일 뿐이었다.

그들이 나의 모형을 선택하고 안 하고는 오롯이 그들의 몫이다.

역시 모든 기업은 단언하건대 모두 자신만의 설명할 수 없는 특이성을 가지고 있다.

이를 절대적으로 무시하고 나의 결과만 믿고 밀어 부치면 안 된다.

이 부분이 꼬이면 이런 소리 듣는다.


“그래요? 그럼 한 번 해보세요.”


이 말이 결코 좋은 의미가 아니다.

냉소적인 반응이다.

현업 실무자들이 그들이 생각한 특이한 상황에 대해 충분히 반영된 결과를 보고 수긍을 하면 이렇게 말한다.


“일단 시행해 보고 차차 문제점을 보완해 봅시다.”


정말이지 어느 기업이든 그 기업만이 가지는 특별한 상품과 상황은 반드시 존재한다.

왜 그런 건지 지금까지도 난 도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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