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코어를 기획부터 비주얼까지 녹여낸 플레디스 리브랜딩 프로젝트
K-POP 시장이 확장될수록 디자이너의 손길이 필요한 분야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앨범 자켓과 굿즈는 기본이고, 아티스트를 하나의 기업처럼 브랜딩하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또,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관리하는 기획사의 브랜딩도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습니다.
기획사 브랜딩은 아티스트와 팬덤에 영향을 주고, K-POP의 대중적인 인지도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칩니다. 그래서 이전과 달리 각 기획사는 자사 브랜딩을 구축하여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성과 메시지를 전달하고 기업으로서 성장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세븐틴, 투어스, 황민현 등이 소속된 플레디스(Pledis)도 기업 브랜딩의 중요성을 깨달은 기획사 중 하나입니다. 플레디스는 아티스트는 유명하지만, 상대적으로 기업 인지도는 낮다는 고민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플러스엑스 BX 팀은 플레디스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내부 구성원과 소속 아티스트, 팬덤을 넘어 대중도 공감하고 기억할 수 있는 브랜딩을 디자인했습니다.
Q. 플레디스의 니즈에 따른 브랜드 리뉴얼의 목표는 무엇이었나요?
이승민 K-POP은 아티스트 외에도 기획사 팬덤이 존재해요. 대형 기획사는 회사를 중심으로 소속 아티스트들을 융합하고, 아티스트의 팬덤끼리 유대를 다질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죠. 그래서 아티스트만큼 기획사의 브랜딩이 중요해지고 있는 현시점에서 플레디스는 아티스트의 성과와 대중적 인지도에 비해 기업은 대중에게 각인되지 못했다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었어요. 그래서 브랜딩을 강화하여 회사의 정체성과 결속력을 구축하고 팬덤의 충성도를 높이겠다는 요구를 두고 있었죠.
노현준 플레디스 내부에서는 회사를 소개하는 여러 접점에서 보이는 기존 로고가 플레디스만의 아이덴티티를 담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고, 그 때문에 자신만의 정체성을 담은 로고에 대해 계속 고민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는 플레디스가 그동안 지녔던 내부적인 고민과 니즈를 고려하면서 작업했습니다.
Q. 엔터테인먼트는 아티스트의 정체성이 더 주목받는 분야인데, 기획사가 자체적으로 브랜드를 정립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뭘까요? 대중이 제일 쉽고 빠르게 접하는 건 아티스트의 노래와 콘셉트잖아요.
노현준 K-POP만의 특징인데요. SM, JYP, YG 같은 대형 기획사는 새로운 아티스트가 데뷔하면 같은 기획사 소속이라는 이유만으로 아티스트와 그 팬덤의 응원과 주목을 받아요. 그래서 이젠 기획사 브랜드까지 잘 구축해야 하는 시대가 된 거죠. 플레디스 역시 소속사 팬덤이 강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게 아이덴티티를 확보하고 영향력을 갖춰야 하는 시점이었어요.
플러스엑스는 기업 이미지와 정체성을 명확하게 확립하기 위하여 플레디스의 핵심 가치와 감성을 ‘Performance becomes the Pulse(플레디스의 움직임과 리듬으로 온 세상을 두근거리게)’라는 브랜드 코어로 정리했습니다. 이 메시지는 플레디스라는 기업은 물론, 아티스트 콘텐츠의 기획부터 제작, 연출 전반을 관통하는 근본 원칙이 되어 일관된 이미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Q. 이번 프로젝트를 관통하는 핵심인 브랜드 코어는 어떻게 개발한 건가요?
이승민 내부 구성원들은 플레디스의 정체성이 명확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었어요. 남성미가 넘치는 콘셉트를 지향하다가 부드럽고 청순한 콘셉트를 추구하기도 했고, 어떨 때는 차갑고 냉철한 콘셉트를 보여주는 등, 냉탕과 온탕을 오고 가는 것 같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저희는 다양한 콘셉트를 오가며 변신한다는 이야기가 흥미로웠고, 어쩌면 이 변화 자체가 플레디스의 정체성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다양한 모습을 왔다, 갔다 하는 변화를 리듬, 맥박이라는 움직임과 연관된 키워드로 해석하여 ‘Performance becomes the Pulse(플레디스의 움직임이 곧 세상의 리듬을 만든다)’는 브랜드 코어를 개발할 수 있었어요.
이윤성 플레디스 리브랜딩은 브랜드 코어가 의미에서부터 비주얼까지 잘 이어진 프로젝트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Performance와 Pulse라는 단어의 의미가 잘 해석되었고, 두근거림과 같은 움직임을 나타내는 표현이 CI로 잘 드러나는 등 브랜드 코어가 시각적으로도 잘 구현되었어요.
Q. 변화무쌍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특성을 리듬과 맥박이라는 키워드로 해석한 부분이 재미있네요.
이승민 앞서 말했던 것처럼 변화 그 자체가 플레디스의 정체성이자 다른 기획사와 차별되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리듬이라는 단어에서 맥박, 동세와 같이 뜻이 일맥상통하는 키워드로 뻗어 나갈 수 있었고요.
Q. 앞서 플레디스 내부에서는 정체성이 없다고 느꼈다고 했는데, 홈페이지에는 우주와 관련된 내용이 있더라고요. 이 콘셉트를 살리는 방향도 고려했을 것 같아요.
노현준 프로젝트 초반에 그와 관련한 의견이 나오긴 했었어요. 플레디스라는 이름도 플레이아데스라는 실제로 존재하는 성운에서 유래했으니까요. 그런데 내부 구성원들은 그 콘셉트에 공감하지 못했고, 심지어 이름의 유래도 모르는 분도 계셨어요. 그렇다면 굳이 가져갈 자산이 아니라고 판단했죠. 이번 프로젝트는 내부 구성원, 아티스트, 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언어와 이미지로 플레디스를 재정립하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새로운 정체성과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결정했습니다.
이승민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우주, 별과 같은 키워드가 자주 언급된다는 사실도 기존 자산을 가져가지 않은 이유이기도 해요. 자주 사용되는 콘셉트로는 플레디스만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없다고 판단했거든요.
Q. 소속 아티스트의 콘셉트 혹은 이미지가 플레디스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데 영향을 미쳤나요?
노현준 아티스트의 콘셉트보단 플레디스의 운영 철학에 더 영향받았다고 할까요. 플레디스는 아티스트의 자유도를 인정해주는 매니지먼트를 추구하기 때문에 이번 리브랜딩 프로젝트도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었거든요.
이승민 엔터테인먼트 산업만이 가진 특성에 영향받긴 했어요. 아티스트 인지도와 개성이 매우 중요한 산업군이기 때문에 소속 아티스트의 다채로운 콘셉트를 수용할 수 있는 브랜드로 개발하고자 했거든요. 시각적인 부분도 하나에 초점을 맞추거나 예리하게 하기보단 다채로움을 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고요.
노현준 그래서 시각 표현의 수위에 대해 섬세하게 고민했어요. 수위가 너무 높으면 기업 브랜드만 튈 수 있으니까요. 아티스트가 잘 보이면서 팬의 집중도도 흐려지지 않는 기업 아이덴티티로 디자인하고자 노력했습니다.
Q. 세리프 이탤릭과 산세리프 로만의 대비가 돋보이는 로고의 탄생 과정이 궁금해요.
이승민 서체의 대비로만 동세와 리듬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서로 다른 두 개의 폰트(Fonts)를 결합하겠다는 시안이 통과되고 난 후부턴 더 나은 조합을 찾기 위해 다양한 경우의 수를 직접 시도하며 테스트했죠. 위의 이미지처럼 여러 폰트를 바꿔가며 시각적 균형과 조화를 찾는 과정을 거쳐 최종 로고를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Q.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니까 더 화려하고 표현적인 서체를 사용하거나, 아예 로고를 직접 개발할 수도 있었을 텐데 왜 하나의 서체에서 세리프와 산세리프, 이탤릭과 로만이라는 선택을 했나요?
노현준 사실, 더 도전적인 시도도 했었어요. 클라이언트에게 제시한 시안에도 굉장히 표현적으로 디자인한 로고 타입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클라이언트는 지나치게 표현적이고 장식적인 요소를 지양했고 안정적인 디자인을 원했어요. 당시 안정적인 로고 타입에서 한 끗만 달랐으면 좋겠다는 피드백을 받았죠. 하나의 서체 안에서 맥박, 리듬, 동세와 같은 요소를 보여주기 위해선 세리프와 이탤릭과 같은 서체 스타일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고요. 그런 서체의 요소들을 잘 조합해서 로고 타입을 안정적으로 디자인하는 것도 새로운 로고를 그리는 것만큼 새로운 시도와 도전이라고 생각했어요.
Q. 아쉽지는 않았나요? 더 화려하고 표현적인 디자인을 보여주고 싶었을 텐데요.
이승민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비주얼 아이덴티티는 간결하고 최소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금의 로고는 미래를 위해서도 탁월한 결과였다고 생각해요. 물론 엔터테인먼트라는 산업적 특징 때문에, 눈에 띄어야 한다는 미션도 잊으면 안 되었어요. 그래서 수위를 잘 조절해야 한다는 저희 나름의 고민이 있었고, 어떻게 하면 최소한의 표현으로 색다르게 보여줄 수 있을지도 열심히 연구했어요. 또, 브랜딩은 로고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해야 하잖아요. 그런 경우, 비주얼을 구성하는 근본 요소인 타이포그래피를 잘 활용하는 게 좋은 방법이 될 수 있거든요. 세리프 이탤릭과 산세리프 로만 서체 조합만으로도 기업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다른 기업들과 차별화된 인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만족해요.
Q. 이번 리브랜딩 프로젝트는 기존 자산을 활용하지 않는 방법으로 진행했지만, 브랜드 컬러는 이전의 색을 계승한 것처럼 보여요.
이승민 기존 브랜드 컬러는 채도가 낮아서 약간 탁한 느낌이 드는 빨강색이었어요. 팬 대부분이 인식할 정도로 오래 사용했지만, 플레디스의 에너지와 열정을 표현하기엔 부족하다고 느꼈죠. 오히려 컬러 스펙트럼을 살짝 옮기면 더 활기 있고 에너지가 느껴지는 빨강색이 나오니까 그렇게 발전시켜 보자고 했죠.
노현준 리뉴얼한 브랜드 컬러는 레드와 오렌지 사이의 색인데, 오렌지색은 창의성과 열정을 상징해요. 보조색으로는 남색을 선정해서 오렌지색을 더 돋보이게 했어요.
이승민 주조색과 보조색이 정확하게 보색 관계여서 남색이 오렌지색을 더 돋보이게 만들어 주고 한눈에 색을 인지할 수 있어요. 또, 정반대에 있는 색상 사이의 대비감은 플레디스 리브랜딩 키워드인 리듬, 동세, 맥박을 색으로도 느낄 수 있게 도와주고요.
노현준 코어 밸류부터 로고, 키비주얼까지 리듬, 동세라는 콘셉트를 유지하고자 했거든요. 그래서 조화로우면서 대비감도 느껴져 리듬과 안정감을 동시에 줄 수 있는 디자인에 대해 계속 고민했는데, 다행히 시스템적으로 잘 정립이 된 것 같아요.
대비에서 오는 리듬감을 구현한 로고, 색채와 달리 키비주얼은 라인 그래픽과 모듈 그리드를 기반으로 절제되고 정리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는 개성이 넘치는 다양한 아티스트의 콘셉트를 정리하여 전달하고, 플레디스만의 흐름을 시각화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Q. 열정적이고 자유로운 플레디스의 이미지와 달리 키비주얼 레이아웃은 규칙적이고 정리되어 있어요.
이승민 기업으로서 차분하게 전달되는 부분도 있어야 하기에 키비주얼에서는 라인 그래픽을 사용하여 절제감을 전달하고자 했어요. 동시에 모듈 그리드가 중심이 되는 키비주얼은 플레디스의 또 다른 정체성을 나타내요. 플레디스는 앨범을 기획할 때, 아티스트의 자유도를 보장하는 동시에 작은 부분도 쉽게 넘어가지 않고 체계적이고 엄격한 기준 아래서 결정한다고 해요. 자유로우면서도 철저한 기업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모듈 그리드, 라인 그래픽을 활용한 거죠. 또, 회사가 제작하는 엄청난 콘텐츠를 하나로 포괄하고 정리할 수 있는 시스템도 필요했고요. 제작자로서 자사 콘텐츠를 잘 보여주는 것도 플레디스에겐 매우 중요한 목표거든요.
Q. 모든 브랜딩 디자인이 그렇지만, 잘 보이면서도 잘 보이지 않게. 그 균형을 맞추는 게 어렵죠.
이승민 맞아요. 키비주얼 시스템이 너무 눈에 띄어도 안 되기 때문에 콘텐츠에 시스템을 반영할 때는 기업 아이덴티티는 낮추고, 아티스트와 콘텐츠 내용이 잘 보일 수 있게 수위를 맞추는 것이 어려웠어요.
Q. 게다가 콘텐츠의 내용이 화려하잖아요. 아티스트는 물론이고, 노래 혹은 앨범마다 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니까요.
노현준 지금의 K-POP 아티스트들은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더 새로운 콘셉트를 보여주고자 해요. 이렇게 변화무쌍한 환경을 가졌기에 기업 레벨에서는 정제되고 아티스트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해요. 다만 저희가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해서 디테일하게 시스템을 제안하기엔 어려우니까 최대한 아티스트와 콘텐츠가 잘 보이는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했어요.
Q. 한편, 키비주얼 시스템에는 라인 그래픽을 기반으로 하는 키 레이아웃(Key Layout) 타입 외에도 로고 익스팬션(Logo Expansion) 타입이 있어요. 후자는 어떤 특징을 지니나요?
노현준 로고 익스팬션 타입은 로고 일부를 콘텐츠와 결합해서 사용하는 방식으로, P와 d 사이에 플레디스가 직접 기획하고 제작한 콘텐츠를 넣어 자체 제작 콘텐츠임을 직관적으로 보증하는 시스템이에요. 메인 키비주얼인 레이아웃 타입과 함께 연출한다면 기능적으로 잘 활용할 수 있을 거예요.
Q. 포트폴리오를 보면 플레디스 굿즈도 있던데, 이는 플러스엑스에서 제안한 거라고 들었어요.
이승민 내부 구성원을 위한 웰컴 키트를 작업하면서 여기서 끝내는 건 아쉽다는 생각에 브랜딩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아이디어들을 제안해 봤어요. 의류, 리빙, 문구 등 다양한 기업 굿즈 시안을 통해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마음껏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플레디스 리브랜딩 프로젝트는 리듬, 동세, 맥박과 같은 키워드를 시작으로 ‘플레디스의 움직임이 세상의 맥박을 만든다.’라는 브랜드 코어를 도출해 냈습니다. 그리고 이 메시지는 프로젝트 전반을 이끌어가는 핵심 중추가 되었습니다. 덕분에 변화무쌍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속성을 포옹하면서도, 플레디스만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브랜딩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변화에서 리듬이라는 움직임을 찾아내고, 그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보여준 이번 프로젝트는 기업의 정체성을 찾아내는 건 그를 바라보는 관점의 문제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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