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어머니표 김치...

by 헤엄치는 새
121120-1-2.jpg

올해도 어머니의 김치를 얻어먹게 됐다.

이제 어머니도 기력이 쇠하셔서, 김장이 힘들다고 거들어 달라고 하셨지만,

내가 한 것이라고는 농수산 시장에서 배추를 사고, 기타 잡다한 일을 했을 뿐, 김장과 관계된 일을 한건 아니었다.


온갖 고생은 어머니 당신이 다 하시고는, 나에게 수고했다며 엷은 웃음을 지으신다.

그리고는 집에서 먹으라며 김치통 하나를 쥐어주신다.

매번 얻어먹어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조금씩 흔들린다.


어머니께서 그렇게 고생하시며 만든 저 김치를 이제 얼마나 더 먹을 수 있을까?

시간이 다르게 노쇠하는 어머니의 육신을 보고 있자면, 맘 한 구석이 너무나 불편하다.

언제나 나와 함께 천년만년 있을 수 없다는 건 알지만,

이제 어머니와의 시간은 손에 꼽을 만큼 얼마 안 남았다는 것이 나를 슬프게 한다.


어머니께선 나와 서울에 있는 동생 것을 따로 챙기시곤,

아버지와 셋이서 갓 만든 수육과 함께 저녁을 들었다.


이럴 때마다 늘 효도해야지 효도해야지 하면서,

정작 입과 몸짓에선 모진 말 거친 행동이 튀어나온다.

돌아가실 때 얼마나 후회하려고...

저녁을 먹고, 양산 집으로 갈려고 집을 나설 때

손을 흔드는 어머니...

그날만큼은 발걸이가 그렇게 무거울 수 없었다...

흔드는 손... 흩날리는 하얀 머리칼...


왜 그리 마음이 무거웠을까?

집에 와서 어머니께 집에 잘 도착했다고 전화했을 때 그 너머로 들리는 피곤한 목소리...

어머니...

김치 잘 먹을게요...

그리고 건강하세요...

사랑해요...

121120-1-3.jpg 어머니표 김치... 잘 먹을게요...


매거진의 이전글essay) 동창을 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