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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luto owl Nov 20. 2020

essay) 동창을 만나다...

플루토?

등 뒤에서 누군가 나의 이름을 부른다.

뒤돌아보니 덩치 큰…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그런 얼굴이었다.

누구지? 하고 머릿속에서 열심히 끼워 맞추고 있는 찰나,

‘나야 M…’

그저 서야 내 머릿속의 기억과 현재의 모습이 보정이 되어 누군지 알게 되었다.

아~~~

나의 손은 무의식적으로 그의 손을 잡으며 반가움을 표시하고 있었다.

나의 초등학교, 중학교 동창 M 군이었다.

20대 초반 때 가끔 만나기는 했지만 그 뒤로는 만날 기회가 없었기에 그를 인지하기엔 조금 시간이 걸렸다.


키는 나랑 비슷한데, 나잇살 때문인지 옆으론 나보다 1.5배 커 보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안부인사…

‘여긴 어쩐 일이야?’

그와 안부를 나누고 있는 곳은 부산 시청 로비였다.

‘여권 찾으러 왔어…’

자기는 이곳이 근무지라 했다.

공무원이란 건 알고 있었지만, 여기가 그의 근무지 인지는 몰랐다.

토목과를 졸업했으니, 아마 그와 관련된 부서일 듯싶다.


형식적으로 다음에 술 한잔 하자라는 말을 나누고, 그는 그의 사무실로, 나는 여권을 찾으러 발길을 옮겼다…

그와는 초등학교 6학년 때 같은 반이었다.

우리 반에는 학생회장인 H군이 있었고, M군은 우리 반 반장이었다.

나는 그가 유독 부러웠는데, 그 이유는 그의 유복한 환경이었다.

부모님이 초등학교 교사였고, 누나도 있었다.

그리고 멋진 2층 양옥집도 있었다.(물론 부모님 집이지만…)

M군의 방은 그 당시 나의 로망이었던, 다락방이었다.

자기 방이 있다는 것 자체가 부러웠다.

말 그대로 그는 내가 꿈꿔온 환경을 온전히 갖고 있는 아이였다.


그에 반해 우리 집은 마루도 없고, 주방도 없는 방 2칸짜리 집에다, 아버지는 술만 마시고 가장의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

가장이자 모든 일을 책임지는 건 어머니뿐이었다.

방 역시, 동생과 공유하고, 둘이서 누우면 꽉 차는 그런 방이었다.


그렇기에 어쩌면 나는 그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바라는 환경과 모습을 갖고 있는 그가 너무나 눈 부셨다.


만약 그가 흔히 말하는 밥맛없는 녀석이라면 여기서 얘기가 끝났을 테지만,

그는 머리도 좋고, 매너 있으며, 여자애들에게도 인기가 좋은 그야말로 슈퍼스타 같은 존재였다.


나도 M군처럼 되고 싶다…

13살 난생처음으로 누군가처럼 되고 싶다 생각했다.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초등학교, 중학교는 거의 똑같이 진학했다.

M군 역시 나랑 같은 중학교에 진학한다.


1, 2학년은 서로 다른 반이었다.

특히 1학년 때 기억나는 건 M군은 2반, 나는 5반이었는데, 교무실에서 M군 담임선생님이 M군의 아이큐가 145 정도 되더라고 자랑하시듯 말씀하셨다.

그때 나의 아이큐는 103 정도 나왔는데, 내가 생각한 것보다 낮은 수치라서 실망했다.

내가 바란 수치는 아마 120 정도였으리라…

물론 지금 생각하면 별것 아니지만, 그때의 나는 어떻게든 뛰어난 무언가가 되고 싶어 했었다.

아마도 일종의 보상심리였으리라…


M군과는 중학교 3학년 때 같은 반이 되었다.

당연하겠지만 중3이 되면 고등학교 진학에 신경 써야 했다.

사실 나는 공예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실기시험을 치를 형편이 안돼서 공고를 가려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반대하셨다.

그 당시 나의 성적은 반에서 상위권이었고, 굳이 공고를 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인문계로 가면 대학의 진학이 수월할 테니 이는 훗날 어머니의 고생을 보상받는 거라 생각하신 듯했다.


M군은 그 당시 외국어 고등학교에 진학하려 준비 중이었다.

인문계보단 이른 시험 일정이라 그는 남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고입을 준비했지만 아쉽게도 떨어지고 만다.


그렇게 M군은 K고등학교에 나는 C 고등학교에 진학한다.

고등학교에서의 내 생활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성적은 하위권이고, 성취감은 1도 없는 이른바 지옥 같은 생활이었다.


앞 화에서도 적었지만, 고등학교 땐 자해까지 했던 터라 정신적으로 너무나 피폐했다.

패배감에 젖어 그냥 벗어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M군을 다시 만난 건 고3 독서실에서였다.

그 독서실은 이른바 학생관리를 철저히 했다.

나름 최신 시설에, 아이들의 잦은 외출 입을 자제하고, 행여 면학분위기를 해치는 학생이 있으면 가차 없이 내쫓았다.

독서실 총무가 보기에 나는 그냥 왕따 같았으리라.

야자도 하는 둥 마는 둥, 그냥 독서실 구석에서 가만히 웅크리고 있는…

아이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그냥 공기 같은 존재…

그렇게 웅크리고 있는 어느 날, 누군가 나의 어깨를 톡톡 쳤다.

M 군이었다.

그가 아는 체하는 게 너무나 뜻밖이었고, 반가웠다.


M군은 변한 내가 무척 걱정이 됐던 모양이었다.

그는 틈틈이 나에게 인사를 건네고, 짧은 대화를 나누고, 음료수도 줬으니 말이다.

그의 배려와 호의는 분명 고마웠지만, 내 안의 불안감을 떨치진 못했다.


그를 보고 있으면 초라한 내가 더 눈에 띄는 것만 같았다.

나 혼자 의기소침해서는 더더욱 나를 옥죄고 만다.


결국 난 다른 독서실로 옮겼다.

그리고 그곳에서 공기처럼 나머지 시간을 보냈다...

M군을 다시 만난 건 20대가 되서였다.

인터넷의 발달로 사람을 찾기가 수월했다.

그중 몇몇이 동창회를 개최했다.

20대가 돼서 만난 그들은 예전의 어린 모습과 어른의 형태 어디쯤이었다.

서로 반갑다고 인사를 나누고, 그간의 행적을 나눈다.

어느 대학을 다니고,  누구를 만나고…

어떤 친구는 벌써 시집을 갔다.

그렇게 서로의 근황을 나누며 이야기를 나누다, M군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는 변함없이 예의 바르고 착한 청년이었다.

그 역시 나를 알아보고 다가오더니 너무나 반가워했다.

그와 많은 얘기를 나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내 안의 어두운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동창회를 나가는 동안 난 많은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마치 그땐 불행했지만, 지금은 다 극복했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 거짓말을 하는 나 스스로가 혐오스러워 차츰 동창회도 나가지 않았다…

그렇게 난 스스로 잊힌 존재가 되어갔다…



그 뒤로 M군을 만난 건 그가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을 때였다.

그 당시 커피점에서 알바를 하고 있었는데, 그가 먼저 나를 알아본 것이었다.

다음에 만나자고 연락처를 주고 간 그의 전화번호를 저장하니, 카카오톡에 다정한 4 가족이 보였다.


결국 그렇게 연락처만 받고, 단 한 번도 연락하지 못한 체 나의 시간을 보낸다…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간다.

카카오톡을 실행하니 m군은 그대로 친구 목록에 보인다.

하긴 나 역시 지금 번호를 십 년 넘게 갖고 있으니…

아이들이 많이 자랐다.

처음에 사진으로 봤을 땐 갖난 아이였는데, 이젠 초등학생인가 보다.


기쁨과 우울 복잡한 감정이 내 마음에서 요동친다.

그를 보니 반갑고, 그를 통해 본 나는 가여워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그에게 고맙다고 말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게 후회된다.


M군…

고맙다. 그리고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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