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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luto owl May 04. 2020

essay) 나만 모르는 이야기.

윤상 - 결국... 흔해빠진 사랑 얘기. mp4

한 커플이 있었다.

물론 내 얘기는 아니다.

내가 보기 싫어도 눈에 띈 커플...

신경 안 써야지, 외면해야지 해도 결국 신경 쓰인 커플...

그냥 그런 커플 얘기이다.


남자는 우락부락한 모습이다.

얼핏 보면 인상이 무서워 살짝 움츠려 들게 하는 외모지만, 웃을 땐 귀여운 구석이 있었다.

그 우락부락한 외모 때문에 항상 여자들에겐 무관심의 대상이자, 그냥 아는 오빠로 남는 남자.

여자들에게 호감을 표할 때마다 '아는 오빠, 동생으로 지내요'라고 수백 번은 들은 남자.

연락해도 연락조차 받지 않는 그녀들에게 매번 마음의 상처를 입은 남자.

그런 그에게 여자 친구가 생기려고 한다.


반면 여자는 화려한 모습이다.

말보로 담배를 즐겨 피웠고, 자신의 고양이를 사랑했다.

세련된 옷을 입고, 곧잘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레이어드 룩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옛날 양장점을 하셨기에, 어느 정도 옷에 대한 지식과 감각도 있었다.

물론 외모도 출중했기에 남자들이 그녀를 곁에 두고자 노력도 제법 했다.


하지만 그런 남자들을 시시하게 봤다.

내 남자는 내가 고르고 싶었으니까...

아마 그랬을 것이다...

그들은 어떻게 만났을까?

아마 동호회 또는 모임이었을 것이다.


남자는 여자의 화려함에 끌렸고,

여자는 못생겼다고 생각한 남자의 얼굴에 가끔씩 드러나는 아이 같은 천진난만한 모습에 호감이 갔다.

공통된 주제의 모임이었던 만큼, 그 남녀는 서로 호감을 느끼고 관심을 보였다.

남자는 오랜 기간 솔로였고, 여자는 헤어진 지 약 2,3달 정도였다.


함께 술을 마시면, 남자는 다음날 여자에게 술국을 해줬다.

요리 솜씨가 없던 여자는 그의 여성스러운 모습에 또 한 번 감탄했다.

우락부락한 저 사내는 여자의 눈엔 섬세한 사춘기 소년처럼 보였으리다.

그녀에게 건네는 아침식사와 해장국은 여자의 마음을 얻기 충분했다.

저 거칠고, 마디가 굵은 손으로 칼을 쥐고 요리하는 모습을 여자는 옆에서 지켜봤다.

그리고 그 손이 음식이 아닌 자기를 어루만져 주길 바랬다.


그렇게 조금씩 함께 하기 시작했다.

함께 영화를 보고, 플리마켓을 가고, 가까운 곳으로 바람도 쐬었다.

그리고 종종 사진도 찍었다.


남자의 직업은 포토그래퍼

여자는 편집디자이너이다.

그 둘이 잘 어울리는 만큼이나 직업적 궁합도 좋아 보였다.

남자의 책 읽는 모습, 여자가 담배를 파우치에서 꺼내는 장면, 찰나의 순간을 하나씩 기록했다.

그렇게 늦봄을 지나 여름이 올 무렵 그 둘은 사귀었다.

동시에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나이도 동갑이고, 생일도 비슷했다.

매 순간이 너무나 행복하고 눈부셨다.

어찌 안 그러겠는가?

남자는 외모적 콤플렉스를 벗어나는 순간이었고, 여자에겐 소년 같은 남자 친구가 생겼는데....

모든 게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평상시에도 밥은 잘 챙겨줬지만,

여자의 생일 땐 손수 미역국을 끓여주는 자상함도 보였다.

이런 정성은 그 어느 것과 비교할 수가 없다.


남자의 생일 땐 방콕으로 여행을 준비했다.

모든 것이 함께여서 좋았고, 영원할 거라 믿었다.



하지만...

그렇게 마음먹은 순간 조금씩 균열이 생겼다.

분명

여전히 사랑하는데 사소한 것들이 조금씩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여자의 거침없는 행동이 조금씩 맘에 안 든다.

처음엔 대담하다, 쿨하다고 생각한 그 행동들이 배려 없이 보일 때가 간혹 있다.


여자 역시 남자의 말투가 조금씩 거슬린다.

하지만 별로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언제부터인지 남자는 여자의 지인들을 신경 쓰는 듯하다.

물론 여자의 지인은 남자의 지인이기도 했다.

하지만 연인으로 발전된 이후

그는 그들의 시선이 곱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녀와 그의 교집합 외에 있는 사람들은 둘의 사소한 거 하나하나 궁금했다.

그리고 그런 궁금증은 그 둘을 점점 균열의 틈으로 몰고 갔다.


아직 사귄 지 1년도 안됐는데, 자꾸 멀어지는 거 같다.

그녀를 나를 밀어내는 것 같다.

그가 나에게 무관심해지는 거 같다.


그리고 새해가 밝았다.

그 둘은 광안리 일출을 보았다.

그리고 떠오르는 해를 보며 남자는 자신의 작은 소원을 마음속으로 말했다.


여자가 자취를 시작했다.

남자는 월차를 내서 그녀의 짐을 옮겨줬다.

집들이 선물로 그녀가 좋아하는 와인 2병을 선물했다.


서로가 익숙해져 갔다.

어느덧 남자와 여자의 삶은 교차점을 지나 각자의 길을 가고 있었다.

함께 있지 않으면 섭섭했던 마음이 안심하는 마음으로 변했다.

언제나 이인분의 밥상이 간단한 패스트푸드로 바뀌었다.


그리고 사소한 일로 싸움이 잦았다.

화해의 시간은 점점 길어지고, 서로의 상처는 깊어진다.

결국 메워지지 않게 된다.

다시 큰 싸움이 났다.

여자의 잔인한 말이 남자의 가슴을 헤집는다.


이제 그만하자고,

당신은 이제 있으나 마나 한 존재라고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당신을 위해 내 시간을 쓰고 싶지 않다고,

처음엔 당신도 나와 같은 길을 걷고, 같은 곳을 바라볼 거라 생각했는데, 그건 결국 나의 생각일 뿐이라고...


여자는 그렇게 자신의 생각을 전한다.

여자의 이기적인 말이 남자를 괴롭게 한다.

남자는 진정하라고 달래지만 여자는 막무가내로 자기 말만 토해낸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그녀를 위해 헌신하고 노력한다 생각했는데, 그녀에겐 그게 더 이상하게 보였던 걸까?

붙잡으려고 해도, 여자는 끝났다란 말만 반복한다.


그녀의 눈빛이 차갑다.

남자가 알던 눈빛이 아니다.

헤어지면 다 저런 눈빛일까?

소위 '꿀 떨어지는 눈빛'이 어쩌다 저런 증오의 눈빛으로 바뀐 건지...


그녀가 멀어진다.

그 사람에게 보낸 신뢰는 이미 재처럼 무너졌고, 모래처럼 흩어졌다.

남아있지 않다.

그녀도, 그도, 그 둘의 사랑도...

약 10개월.

그 둘의 사랑은 그렇게 끝났다.


그 남자와 여자의 인스타그램에 있던 무수한 사진들은,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 마냥 아무것도 없었다.

남자는 오랜 시간 방황을 했다.

술을 많이 마신 탓에 몸이 상했다.

일 의뢰가 많이 줄었다.

주변 친구들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는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자신을 달랬고, 가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자신이 살아있음을 알렸다.

아마 지인들은 안심했으리다.

겉모습은 저렇게 우락부락해도 맘은 여리디 여린 사람이었으니...

그 모습에 좋아요를 눌러본다.

여자는 더 이상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았다.

무슨 이유 때문인 지는 잘 모르겠다.

여자도 남자만큼 마음이 아팠기 때문일 수도,

아니면 누군가와의 썸을 알리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고...


그렇게 그 둘은 끝이 났다.

하지만 우리는 알지 않은가?

결국 그도 그녀도 새로운 누군가를 만날 것이다.

그들의 비밀은 그들만 알뿐이다.


-윤상 결국... 흔해빠진 사랑 얘기-노래를 듣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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