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그게 사실이고 전부였다.
남들처럼 힘들게 일해 번아웃이 온 것도 아니었고,
삶의 휴식기(?)를 맞이한 것도 아니었다.
4월 1일... 강제적 퇴사 후, 난 자존심이 상했다.
나름 최선을 다한 나에게 그들이 나에게 한 말은 수고했단 말이 아니었다.
나에게 모진 말을 던지고, 침을 뱉었던 그들이기에 더더욱 화가 났던 터였다.
'어찌 사람이 1년을 함께 일했는데 그런 말을...'이란 생각이 더 컸으리라...
뭐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이제 다시 볼일이 있을까?
그렇게 맞이한 백수의 삶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평온했다.
'이렇게 된 거 한 일주일 쉬고,
다시 일 잡고, 일 못 잡으면 알바라도 잡고,
공방도 다니고,
그동안 쓰지 못한 글, 그리지 못한 그림...
그래... 자기 계발... 해보자!!!'
마음속으론 변화될 나 자신에 자부심이 가득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딱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한 달간 겜을 했고,
새벽까지 놀고먹고 뒹굴며
간신히 공방엘 갔다.
이건 나 자신의 실망감을 넘어, 어떡하면 사람이 이 꼬락서니로 살 수 있나 싶다.
모든 계획이 엉망이다.
이럴 거면 그냥 카페를 계속 다니며 돈이나 벌지...
그런데 신기한 건...
한 달간 놀고먹으니까 이제 뭔가 슬 해야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건 그것대로 신기했다.
'아냐!!! 쭉 놀고먹을래.'가 아니었던 것이다.
삶의 로드맵을 재정립하고 내가 할 일이 다시 정리되는 느낌이랄까?
어쩌면 지겹도록 놀아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다음날 번쩍하고 부지런을 떠는 게 아니다.
어제가 0이었다면
오늘은 1 정도?
이게 딱 좋다.
나답다 싶은 정도?
내일은 무엇을 할까?
못 적는 소설을 적어볼까?
아님 내 캐릭터를 그려볼까?
하고 싶은 게 많아진 머릿속이다.
오늘 1만큼 했으니 내일은 1.7 정도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