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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하늘을 올려다보면, 우리는 작아진다

몽골의 별빛, 바다 위 달빛, 그리고 인류가 깨달은 한 가지 진실

by 플루토씨
얼마 전, 우리 반 학생이 몽골에서 찍은 밤하늘 사진을 보여주었다.
휴대폰 속에는 터질 듯이 빛나는 별들이 가득했다.
그 순간, 오래전 내가 만났던 여러 하늘들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오늘 브런치스토리는 꼬꼬무과학 2화와 3화 사이,

아침과 점심 사이의 브런치처럼, 가볍게 떠나는 과학 산책입니다.




얼마 전 우리 반 학생 한 명이 방학 동안 몽골에 다녀왔어요.
그리고 저한테 이렇게 말했죠.


“선생님, 이거 보세요!”
보내준 사진 속 밤하늘에는 별이 터질 듯이 가득했어요.
하늘이 까만 바탕이 아니라, 은하수 빛으로 물든 거대한 캔버스 같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우와…’ 하고 감탄했어요.
그 순간 갑자기 제 머릿속에 오래전 만났던 여러 하늘이 떠올랐죠.





케냐의 밤, 쏟아지는 별들


2014년 1월, 아프리카 케냐에 다녀왔어요.

밤이 되면 아무 조명도 없는 완전 깜깜한 하늘이 펼쳐졌죠.

그 대신 별빛은 평소보다 훨씬 밝았고,
매일 밤 수많은 별똥별이 쏟아졌어요.

이건 진짜 과장이 아니에요.

별똥별이 ‘가끔’ 떨어지는 게 아니라
밤마다 하늘에서 별들이 쏟아지는 느낌이었어요.


하늘을 보고 있으면 마치 은하 속에 잠긴 것 같았고,
시간이 흐르는 것도 잊게 만드는 그런 밤이었죠.




달빛이 부서지던 바다 위


좀 더 오래전 이야기인데,

저는 20대 초반에 해양경찰로 근무했어요.

밤바다를 순찰하며 배 위에서 하늘을 올려다볼 때가 많았는데,

달빛이 파도에 부서지면서 반짝였죠.


그 달빛이 파도마다 수천 개의 작은 거울처럼 빛났어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별이 가득했고,

아래 위가 모두 빛나는 그런 공간이었어요.


아래도 빛, 위도 빛.

그 순간 저는 ‘나는 정말 작은 존재구나’ 하고 절실히 느꼈어요.


그 속에서 저는 아주 작아졌어요.

아니, 작아졌다기보다 애초에 그런 존재였다는 걸 알게 된 거죠.



옛사람들의 하늘


옛사람들도 똑같이 하늘을 봤을 거예요

장영실이라는 조선 시대 과학자는 별을 세고 움직임을 관측해서 별자리를 그렸어요.
그리고 그 별자리 지도를 세종대왕께 바쳤죠.


망원경도 전자기기도 없던 시절에

눈과 마음으로 하늘을 읽었던 그 노력은 정말 대단한 거예요.


그 하늘의 질서를 이해하려는 마음과

그 노력은,
시간과 계절을 잴 수 있는 장치를 만들게 되었고

과학적 발전으로 이어졌어요.


하늘을 읽는 일은 곧 나라를 다스리는 일과 같았기에

그 노력은 더 어마어마 했을것 같습니다.

ChatGPT Image 2025년 8월 10일 오전 12_57_01.png



하늘이 바꾼 인류의 생각


하늘은 우리에게 아름다움만 준 게 아니었어요.

때로는 인류의 오만함을 깨뜨렸죠.


코페르니쿠스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걸 밝혔고,
갈릴레오는 망원경으로 달 표면이 울퉁불퉁하다는 걸 보여줬어요.

‘하늘은 완벽하다’는 믿음이 무너진 순간이었죠.


뉴턴은 왜 사과가 떨어지고, 달이 지구 곁을 떠나지 않는지
하나의 법칙으로 설명했어요.


‘중력’이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그 모든 시작은 결국 하늘을 바라보는 눈이었답니다.



우리는 중심이 아니다


몽골의 별, 케냐의 유성, 바다 위의 달빛,
그리고 옛사람들이 관측했던 별자리.

모두 제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아요.


“너희는 중심이 아니야.”


우리는 지금도 지구라는 작은 행성 위에서 살고 있고,
우주 전체로 보면 티끌보다도 작은 존재예요.

그럼에도 우리는 하늘을 계속 올려다봐요.
작은 존재라는 걸 알게 되면서도
오히려 더 멀리 꿈꾸게 되죠.

달에 가고, 화성에 탐사선을 보내고,
태양계 너머로 더 먼 별을 향한 계획을 세우고요.




별빛 아래 서면, 정말 작아진다는 걸 느껴요.
하지만 그 작음이 오히려 더 큰 질문을 낳기도 하죠.


과학은 완벽한 답을 주는 게 아니에요.

끊임없이 관찰하고, 의심하고, 다시 묻는 과정입니다.

옛사람들은 하늘이 자신들을 중심으로 돈다고 믿었지만,

별빛은 그 믿음을 천천히 바꿔놓았죠.


오늘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의 모습도
언젠가는 또 달라질 수 있어요.
하지만 괜찮아요.
틀릴 자유가 있기에, 우리는 더 멀리, 더 깊이 질문할 수 있으니까요.




다음 시간엔, 브런치북 3화 《인간은 왜 별을 보았을까?》라는 질문으로 다시 찾아올게요.

별을 바라보며 인간이 그 속에서 무엇을 찾으려 했는지 이야기할 거예요.


정답보다 더 중요한 건,
질문하는 태도라는 걸 함께 생각해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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