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브로드웨이 (2016.07.03)
대학 시절, 여름학기에 개설하는 교과목 중 인기 과목이 있었다. 바로 '뮤지컬' 수업으로, 뮤지컬에 대한 이론을 배우는 걸 넘어 직접 뮤지컬을 연출하고 배우로 출연도 하는 교과목이었다. 게다가 여름학기 수업이라 신촌에 있는 모 여대와 공동으로 과목을 개설했다. 공대만 있는 학교에 서울의 여대생들이 수업을 들으러 온다는 것은 대전 촌놈들에게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물론 나는 이런 콩고물보다 뮤지컬에 대한 관심으로 수업을 신청하였다. 정말이다.
한 달이 넘게 진행된 뮤지컬 수업은 아직도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직접 뮤지컬 각본을 짜고 노래를 선정하고, 안무를 맞추고 직접 공연까지 해보는 경험을 또 어디서 해볼까? 운 좋게도 팀 내부 오디션을 거쳐 나름 주연으로 캐스팅되어 한 달 내내 노래 부르고 춤추며 밤을 새웠던 기억이 난다. 싸이월드에 접속해서 그때 사진을 다시 보니 정말 오글거리지만 일부를 공개해 본다. 당시 우리 팀이 연출한 뮤지컬 주제는 '세상에는 다양한 사랑이 있다'이다. 대충 복장을 보면 내가 무슨 사랑을 대변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세 사진의 왼쪽이 모두 나다)
뮤지컬 수업 이후, 자연스레 뮤지컬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었다. <오페라의 유령>, <노트드람 드 파리>, <캣츠>, <맘마미아>와 같은 작품들은 내한 공연을 직접 관람하였고, <레베카>, <지킬 앤 하이드>, <위키드> 등의 국내 유명 작품들도 꽤나 직관하였다. 어렵게 티켓팅하여 본 조지킬은 아직도 자랑거리.
그렇기에 2016년 뉴욕 여행은 뮤지컬의 성지인 '브로드웨이(Broadway)'에서 뮤지컬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기대가 되었다.
2012년 겨울, 인생 영화가 개봉한다.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린 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감수성이 메말랐던 20대 후반 시절. 처음으로 영화관에서 눈물을 펑펑 흘리게 만든 영화는 바로 <레 미제라블>이었다. 뮤지컬도 좋아하고, 레 미제라블 스토리도 좋아하기에 기대했던 영화였지만, 이 정도로 훅 들어올 줄은 몰랐다.
레 미제라블에서 제일 유명한 장면은 주인공 장 발장이 빵을 훔쳐 징역 19년을 사는 장면이다. 영화에서도 초반에 이러한 장면을 뮤지컬스럽게 잘 풀어준다. 팡틴 역을 맡은 앤 해서웨이의 연기도 일품.
개인적으로는 레 미제라블의 백미로 꼽는 것은 후반부 혁명 장면이다. 장 발장이 의붓딸인 코제트와 코제트의 남자친구인 마리우스를 혁명의 소용돌이에서 빼내면서 나오는 혁명의 장면들은 하나하나가 예술이다. 레 미제라블 이야기를 길게 할 것은 아니기에, 중략하고 눈물이 펑펑 터진 부분은 마지막 엔딩 장면이다.
마지막에 출연진들이 모두 나와 <민중의 노래(Do you hear the people sing)>을 부르는 장면에서 그야말로 빵 터졌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고, 급기야 영화관에서 대성통곡을 하고 만다. 같이 관람했던 사람이 민망할 정도로 말이다. 극 중에서 혁명 과정에 희생된 마리우스의 친구들도 보이고, 먼저 하늘로 간 판틴도 나오며 민중의 노래를 부르는데 눈에 수도꼭지를 달아놓은 것처럼 눈물이 줄줄 흐르고, 입에서는 엉엉하는 소리까지 나오게 된다.
당시에는 신파 영화를 콧방귀 뀌면서 보던 성격이었기에(지금은 신파 영화 보면 눈물이 줄줄 나는 거 보면 나이가 듦을 체감한다), 레 미제라블의 엔딩에서 터진 대성통곡은 이상하게 느껴졌다. 당시 감정이 왜 그렇게 폭발했는지를 설명해 줄 수 있는 근거는 있다. 우선 영화를 관람했던 날이 2012년 12월 31일이었다. 그때만 해도 세상이 정의와 부조리로 양분된다 믿고 있던 것이 20대의 나였다. 그렇기에 영화에서 실패한 혁명을 위로해 주는 마지막 엔딩 신은 나를 위로해 주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 후로 영화를 여러 번 봤음에도 그때의 감정까지 표출되지 않는 것은 이제 속세에 찌들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정의의 편은 없다는 것을 자각해서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 미제라블>은 꼭 뮤지컬로 다시 보고 싶은 작품 1순위로 여전히 꼽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뮤지컬을 좋아하기에 오리지널 내한 공연은 빼먹지 않고 가는 편인데, 레 미제라블만큼은 그러한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브로드웨이를 방문하게 되면 반드시 레 미제라블 오리지널을 직관해야겠다 다짐하고 있었다. 하지만.....
하필 우리가 뉴욕에 간 그 시기에 레 미제라블은 잠시 쉬는 시기를 가지고 있었다!!
두둥!!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로 대안을 탐색한다. <오페라의 유령>, <맘마미아>, <위키드>, <라이언 킹> 등이 후보 군이었고, 오페라의 유령과 맘마미아는 오리지널 내한 공연을 봤기에 패스. 위키드는 국내 버전을 봤기에 패스. 그래서 선택은 라이온 킹이 되고 만다.
뮤지컬은 상당히 재밌다. 뉴욕 도착 첫날 바로 뮤지컬을 관람해서 시차 적응 때문에 졸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시차가 뭐야?'라는 질문이 나올 정도로 졸 틈도 없이 신나게 관람할 수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 도착 첫날 관람한 플라멩코는 보다가 엄청 졸았) 특히 동물 표현을 너무나 참신하게 하여, 새로운 동물들이 등장할 때마다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들린다. 어린이들도 즐겁게 관람하는 것으로 보아, 가족 여행을 뉴욕으로 간다면 필히 관람해야 할 뮤지컬이 라이온 킹이 아닐까 싶다.
아래 사진은 앞에서 8번째 줄에서 찍은 커튼콜 장면이다 앞에서 8번째 줄의 뷰가 이 정도이니 향후 티켓팅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공연은 11시가 다 되어 끝이 난다. 자정에 가까운 시간이지만 타임스퀘어는 여전히 사람들로 넘쳐난다. 더 놀고 싶지만 여행 첫날이라 여독이 풀리지 않아 숙소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여기서 팁 하나. 뉴욕에서 호텔을 예약할 때는 맨해튼 중심에 잡는 것도 나쁘지 않다. 연식이 오래되어 시설은 구리지만 맨해튼에서 늦게까지 놀고 쉽게 숙소로 갈 수 있으니.
오늘은 2016년 떠난 미국 동부 여행기로 찾아뵈었습니다. 미국 동부는 뉴욕-보스턴-워싱턴 순으로 돌았기에 이야깃거리가 좀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 여행기도 많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