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2014.05.05)
프러포즈는 마치 롤러코스터 타기와 같습니다. 두근거림, 약간의 공포, 그리고 끝날 때쯤엔 '다시 한번 더!'라고 외치게 되죠. 제가 어떻게 그 모든 감정을 한 번에 경험했는지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흠. 다시.
역사적으로 볼 때, 프러포즈는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어 왔습니다. 고대 로마에서는 반지를 교환했고, 중세 유럽에서는 시가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그런데, 현대에는 어떻게 프러포즈를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까요? 제 경험을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역시 이래서 챗GPT가 글을 쓰는 것은 시기상조이다. 예전에 프랑스 파리 여행기를 쓰며 ( 링크 : 비 오는 파리에서의 첫날 ) 파리에서 프러포즈 한 이야기를 쓴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기대한다는 댓글이 여럿 달린 바 있어 아무도 기다리고 있지 않겠지만 프러포즈 이야기를 써야 한다는 의무감은 계속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프러포즈라는 낯간지러운 이야기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가 항상 난관이었다. 그래서 요즘 와이프 다음으로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챗GPT에게 프러포즈 관련 글을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라고 물어봤더니 이런 처참한 결과가 나와버렸다.
아무튼 챗GPT가 글감이라도 줬으니, 오늘은 파리에서 한 프러포즈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하필 공교롭게도 2014년 5월 5일 어린이날이다. 파리에서 프러포즈 한 날이.
사실 이 날짜도 과거 메일에서 바우처를 뒤져보다 알게 된 것이다. 우리 커플은 언제 만났는지 언제 사귀게 되었는지, 심지어 몇 년도에 만났는지도 가물가물하다. 서로 기념일을 챙기는 성격이 아니다 보니 100일은 챙긴 것 같은데, 그 이후부터 챙기지 않았다. 심지어 결혼기념일도 서로 안 챙긴다. 다행히 이런 성격의 두 명이 잘 만났다. 아 그래도 생일은 챙긴다.
아마 만난 지 4년 정도 되었을 때 파리로 여행을 간 것 같다. (3년인지 4년인지 헷갈린다) 언제 만났는지에는 둔감하지만 이제 슬슬 프러포즈와 같은 변곡점? 특이점? 전환점? 아무튼 무슨 점이 필요하다는 것은 느끼고 있었다. 남자의 육감이다. 게다가 파리에 간다. 그 로맨틱한 파리에. 이 기회를 놓칠 수 없겠다 싶어 작전에 돌입한다.
일명, 파리에서 프러포즈하기.
1안) 호텔에서 프러포즈한다.
- 호텔에서 할 거면 우리나라 호텔에서 하지 굳이 왜 파리에서?
- 게다가 호텔이 비즈니스호텔 급이라 아웃!
2안) 에펠탑 광장(?)에서 한다
- 너무 번잡해서 아웃!
최종적으로 결정을 내린 것은 파리 센강을 오가는 유람선에서 프러포즈를 해보자는 것.
파리 센강의 유람선에는 양대산맥이 있다. '바토 무슈(Bateaux Mouches)'와 '바토 파리지앵(Bateaux Parisiens)'이다. 역사는 바토 무슈가 더 오래되었지만, 바토 파리지앵이 조금 더 세련된 느낌이다. 물론 유람선 선상에서 파리를 둘러볼 거면 두 배는 큰 차이가 없다. 시간 및 출발지에 따라 취향에 맞춰 선택하면 된다. 하지만 나는 프러포즈를 생각했기에, 아래 그림과 같이, 낭만적인 분위기에서 디너 크루즈가 진행되는 바토 파리지앵을 선택했다. 참고로 바토 파리지앵의 디너 크루즈는 드레스 코드가 있어 옷차림에 조금 신경 써야 한다. 그렇다고 풀 정장만 입고 가라는 건 아니고, 반바지, 슬리퍼는 금지라는 뜻. 세미 캐주얼 이상의 느낌으로 가면 된다.
바토 파리지앵에서 나름 고급진 저녁을 먹을 수 있고, 파리의 야경도 관람할 수 있다. 하지만 프러포즈는 또 다른 일. 이 선상 크루즈에는 프러포즈 이벤트 지원은 없고, 대신 생일 이벤트는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다가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냈다. 생일 이벤트를 변형해서 프러포즈를 할 수 없냐고. 그러니 돌아오는 답변은 아래와 같이 케이크와 샴페인 이용은 가능하다는 것.
결국 크루즈 진행 중반부쯤에 케이크, 샴페인과 함께 뿅 등장해서 이벤트를 하는 것으로 결정!
실제 진행된 이야기는 서술하기 부끄부끄해서 간단히만 이야기하자면, 맛있게 저녁을 먹고 크루즈가 반환점을 돌았을 때 미리 이야기가 된 웨이터와 눈을 맞추고는 화장실을 간다는 핑계로 잠시 나왔다. 그리고 음악이 깔리고 케이크와 샴페인, 그리고 반지를 카트에 끌고 등장. 뭐 다 아는 것처럼 무릎 꿇고 반지 주고 주변 사람들 손뼉 치고 그렇게 끝!
같이 탑승했던 외국 분들이 와서 축하도 해주고, 옆 테이블의 일본 분들은 와서 와인잔도 채워서 짠! 하며 축하를 해주었다. 그렇게 많은 이들의 관심 속에 성공적으로 프러포즈를 완료했다는 뭐 그런 이야기. 막상 적고 보니 진짜 별거 없음. 그냥 파리라는 장소가 좀 특이했을 뿐. 무엇보다 적는 내내 손발이 오글거려 미치겠다는 것.
마지막으로 그때 찍은 사진들 몇 장 투척한다. 아쉽게도 반지 주는 순간을 찍은 사진이 없다. 프러포즈가 처음이었고, (두 번 했으면 큰일 나지) 말 안 통하는 외국이라 정신없이 어리바리하다가 사진 찍어달라는 부탁을 못했다. 이제 와서 보니 아쉽긴 하지만, 뭐 그래도 기억 속에 영원히 있으니.
글을 쓰기 위해 바토 파리지앵과 바토 무슈 홈페이지를 방문했는데, 놀라운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바토 파리지앵에서는 별도로 프러포즈 이벤트를 제공하지 않는데, 바토 무슈는 프러포즈 이벤트를 지원해 준다.
아니!!!!!!!
나 때도 이런 게 있었으면 그 고생을 안 해도 되었을 텐데 말이다!! 그런데 한글로 된 홈페이지와 프러포즈 이벤트가 있다는 것은 한국 사람들이 파리에서 프러포즈를 많이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14년 당시만 해도 아무리 블로그를 뒤져도 후기를 찾아볼 수 없어 직접 하나하나 조사했는데, 세상 참 좋아졌다.
아 물론 직접 경험해 본 건 아니기에 바토 무슈의 이벤트가 좋을지 안 좋을지는 모르니, 후기는 별도로 찾아보시길.
한동안 열심히 적던 여행 글을 잠시 쉬어갔습니다. 앞으로 여행 이야기는 비정기적으로 쓰고 싶을 때 업로드 예정입니다. 다음 글은 저 난리를 치고 우여곡절 끝에 가게 된 몰디브 허니문 이야기가 아닐까 싶은데, 변덕스러운 맘에 다른 여행지가 올라올 수도 있습니다. 물론 시기는 알 수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