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파리에서의 첫날

마지막 아날로그 여행

by 최재운

파리 증후군 (Paris Syndrome)


프랑스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파리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여행을 갔다가, 현실과의 괴리를 극복하지 못하고 겪는 스트레스를 일컫는 말이다. 특히나 프랑스 문화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일본인들에게서 자주 언급된다. 신뢰도가 떨어지는 TV 프로인 <서프라이즈>에서는 파리 증후군에 걸린 일본 여성에 대한 에피소드도 방영한 바 있다.


비정상회담에서도 언급


파리에 대한 환상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그래서 2013년 처음 유럽 여행지를 선택할 때 주저 없이 프랑스 파리를 골랐다. 물론 파리(Paris)가 파리(fly)처럼 깨끗하지 않다는 것을 사전에 인지하고, 파리 증후군에 걸리지 않도록 사전 준비를 하고 떠났다.




마지막 아날로그 여행


여행에 익숙한 지금, 필수품은 두말할 것 없이 스마트폰이다. 길을 찾을 때는 구글 지도(Google Maps)가 필수이고, 맛집 탐방 역시 구글 지도의 리뷰 시스템을 이용한다. 트립 어드바이저(Trip Advisor) 어플 역시 맛집이나 관광지 탐색에 필수이다. 또한, 최근 스마트폰의 카메라 성능은 DSLR이 필요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그야말로 스마트폰 하나로 여행이 해결되는 시대이다.


하지만 파리에 설렘을 안고 도착했을 당시는 2013년이다. 스마트폰이 보급되긴 했지만, 이를 활용하기보다는 여행 책자에 의존하는 '아날로그' 방식의 여행이 더 익숙했던 시점이었다. 비싼 돈 주고 구매한 DSLR을 둘러메고, 한 손에는 여행 책자를 들고 에펠탑(Tour Eiffel)을 찾아 출발하였다.


하지만 파리에서 우리를 환영하는 것은 비(가수 Rain 말고 진짜 rain)였다. 비에 젖은 에펠탑과 이에나 다리(Pont d'Iéna)는 웅장한 자태와 대비되는 우울한 느낌을 자아내고 있었다.


우중충해보이지만, 그래도 느낌있는 모습



문제는 저녁을 먹으러 가야 하는 데 비가 온다는 점!


저녁을 먹을 식당은 당시 들고 간 여행 가이드북에서 찾게 되었다. 하지만 비가 계속 오는 상황에서 우산과 카메라, 여행 책자를 들고 이동하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처음 가본 파리라는 곳에서 가이드북에 있는 지도를 보고 찾아간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가이드북은 빗물에 젖어가고, 식당은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는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 구글 지도 어플을 사용했다면 쉽게 찾아갔을 수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2013년의 아날로그 여행에서는 구글 지도를 생각 못하였다. 지도 어플 대신 가이드북을 이리 돌리고 저리 돌려가며 에펠탑 주변을 헤매기를 30분. 비에 젖어가며 겨우 겨우 가고 싶었던 식당을 찾았을 때 느낌은 그야말로 유레카였다! (아래 사진의 가이드북이 비에 젖어 쪼글쪼글해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왼쪽 지도를 보고 오른쪽 사진에 있는 카페 콩스탕을 찾아갔다는 것은 지금 봐도 신기하다.)


파리 여행 당시 가지고 갔던 여행 가이드 북


현지인에게 유명한 가게였던 카페 콩스탕(Cafe Constant)은 이미 만원이었다. 어렵게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30분을 기다려 먹은 프랑스에서의 첫 저녁 메뉴는 가이드북에서 추천해 준 것들이었다. 바로 바스크 지역의 소고기 요리와 푸아그라(Foie gras). 프랑스는 미식의 국가답게 다양한 메뉴들이 존재한다. 그중 거위의 간으로 요리하는 푸아그라와 달팽이 요리인 에스카르고(Escargot)는 꼭 먹어보잔 생각이었기에, 주저 없이 메뉴를 선택한다. 최근에는 푸아그라와 같은 요리에 대한 비난도 상당하지만, 당시에는 그런 윤리적 판단보다 호기심이 더 컸던 것 같다.


비를 뚫고, 에펠탑 주위를 헤매고, 30분 웨이팅 후 비로소 맛보게 된 프랑스 비스트로의 요리는 만족스러웠다. 소고기 요리야 익숙한 맛이었지만 풍미가 깊었고, 처음 맛본 푸아그라는 '맛있다' 까지는 아니지만 '먹어볼 만은 하다'는 느낌이었다. 굳이 다시 먹어보지는 않겠지만.


식전빵은 프랑스라고 큰 차이 없음 / 요리는 JMT




비 갠 후 맑음


식당을 나서니 거짓말처럼 비가 그쳐 있다. 비가 그친 파리의 공기는 상쾌함 그 자체였다. 대기의 먼지를 모두 씻어낸 비의 효과 덕분인지 파리의 야경은 보석을 뿌려놓은 것만 같았다. 비 오기 전 우중충했던 파리는 비가 개며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파리에서의 첫날이 기억에 남는 건, 비가 오기 전과 갠 후 파리의 정경이 대비되어서였을까? 아니면 당시의 아날로그 여행이 마지막 '아날로그' 여행이어서였을까? 그것도 아니면 다행히 파리 증후군에 걸리지 않고, 아름다운 야경을 봐서였을까? 그 무엇이었든 간에 파리에서의 첫날밤은 깊은 인상을 남기며 저물어 간다.


에펠탑에서 바라본 파리 야경




이번 여행지는 프랑스 파리입니다. 파리는 첫 유럽여행지였기에 더욱 기억에 남습니다. 파리에서 얘기 역시 2~3편 정도 더 발간될 예정이며, 파리에서의 프러포즈 얘기도 나오게 되니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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