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6월 브런치를 처음 시작했다. 논문을 쓰는 직업을 가졌기에 논문 외에 추가로 무언가를 쓸 것이라 생각해 본 적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읽고, 쓰는 작업을 반복하다 보니 논문에는 담을 수 없는 조금 가벼운 이야기들, 또 자유롭게 발산하는 사고를 정리하기 위해 찾은 브런치스토리.
애초부터 무조건 출간해야지 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브런치가 작가가 되는 길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기에 시작만 하면 출간 제의가 쏟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한 적이 있다. 그만큼 브런치에 대해 하나도 모른 상태에서 시작했다는 거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전까지 이곳에 스스로 들어와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으니 당연한 일일 수도.
6월 처음 브런치를 시작했을 때에만 해도 방학 기간에 바짝 글을 써보고, 아무런 입질(?)이 없으면 그만둬야지 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9월이 되고 개강을 해도 출간 제의는 없었다. 하지만 브런치를 접지 않고 더 빠져버린 이유는 자유로운 글을 쓰는 매력을 알아버렸다는 것 하나. 그리고 브런치로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재미를 알아버렸다는 것이 또 하나이다.
출간 욕심(?)을 버리니 글에 들어가 있던 힘도 좀 빠지고 재미도 붙기 시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마음을 비우니 제안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오늘까지 3곳의 출판사 편집자분과 온오프라인으로 이야기를 나눈 바 있고, 그중 한 곳과 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싸인만 남았다.
일전에 쓴 글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AI와 육아를 엮어 써본 이야기들은 출판사로부터 최종 반려를 당한 바 있다. 그리고 찾아온 기획 출판 제의들은 모두 청소년을 타깃으로 하는 교양서적 집필이었다.
처음에는 인공지능, 인문학, 그리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엮은 대중서를 집필하고 싶었다. 하지만 브런치를 하면서 느낀 것 중 하나가 아직 사람들이 인공지능에 그렇게 관심이 많지 않다는 것. 늘 인공지능만을 연구하고 있었기에 모두가 관심이 많은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냉정하게 다시 보니 베스트셀러 목록 중에 인공지능 관련 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챗GPT 열풍으로 많은 책들이 쏟아졌지만, 대중적 히트를 한 책은 많지 않다.
반면, 인공지능을 배워야지 하는 수요는 늘고 있다. 대학생들, 취준생들 대상으로 하는 인공지능 교재는 이미 시장에 넘쳐난다. 또한, 부모들이 내가 배우기에는 늦었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는 인공지능을 가르쳐야겠다는 수요도 꽤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배경이기에 청소년을 대상으로 인공지능을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책을 집필해 달라는 기획출판 제의들이 들어오지 않았을까 싶다. 처음에는 시큰둥했지만, 이 기회를 통해 책을 써보는 경험을 해보는 것과 동시에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쉽게 풀어써볼까 하는 마음이 커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제안을 주신 출판사 편집자분께서도 너무 편하게 대해주셨다. 아직 출간 경험이 없는 나에게 이쪽 생태계를 하나하나 알려주셨다. 또한 책에 대한 기획도 상당 부분 갖춰져 있었기에, 글만 쓰면 된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그래서 마음이 기운게 아닌가 싶다.
브런치를 하며 가끔 현타(?)가 온다. 이곳이 에세이 위주라는 점이 문뜩문뜩 보일 때이다. 나는 브런치가 이혼을 좋아한다는 것을 모르고 브런치를 시작했다. 그냥 쓰면 되겠지 하고. 하지만 인기를 끄는 글들은 일상, 조금은 특별한 일상을 담은 에세이들이다. 내가 쓰는 글들은 전문적인 것 같으면서 깊이가 얕고, 에세이 같으면서 또 가볍지 않은 어정쩡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하루에 한 시간 정도 시간을 내서 브런치에 올릴 글을 쓴다고 이야기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그거 돈 되냐, 그 시간에 논문이나 써라였다.
그럼에도 현업에 지장이 가지 않는 선에서 매일 조금씩 투여한 시간들의 결실이 조금씩 맺으려 한다. 논문이 아닌 책으로 나올 나의 작품이 기대도 되며 부담도 된다. 브런치에서 했던 것처럼 쉽고 재밌는 글을 써보기 위해 노력해 보자.
그리고 에세이뿐만 아니라 조금 더 무거운 주제의 브런치 글도 출판사에서 보고 있다. 꾸준히 글을 축적해나가다 보면 의도치 않은 길이 열릴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