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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운 Dec 26. 2023

산타 할아버지로 변신하다

어린이집에서 산타 역할을 해줄 아빠를 선착순으로 신청받는다고 한다. 방학도 시작해서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가능하기에 바로 신청을 하였다. 그렇게 아빠는 산타할아버지가 된다. 


기왕 하는 산타. 멋지게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연습을 해본다. 집에서 "허허허허" 하면서 산타 할아버지 흉내 내고 있으니, 우리 아들이 달려와서 하는 말.


"아빠는 산타 아니야"

"산타할아버지는 밖에서 와"

"아빠는 집에 있어서 산타 아니야"


휴. 다행이다. 아직 동심을 파괴하진 않았다.

하지만 행사 당일 과연 우리 아이는 산타로 변신할 아빠를 알아볼까?




크리스마스 전 평일의 마지막인 12월 22일 금요일. 

어린이집 크리스마스 행사에 산타로 변신하여 참석하게 되었다. 


어린이들에게 선물도 나눠주고 크리스마스 카드도 읽어줘야 한단다. 뭐 그리 힘들까 싶어 가벼운 마음에 신청을 했는데, 막상 산타가 되어보니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일단 선물을 나눠줘야 할 아이들이 50명이 넘는다. 하나하나 카드를 읽어주고, 선물을 주고 사진을 찍고. 마지막으로 단체 사진도 찍는다. 이렇게 내가 담당하는 3개 학급 행사를 진행하니 거의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무엇보다 아이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 마냥 쉽지만은 않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렸지만, 조금 무서워했다. 쭈뼛쭈뼛 선물을 받고, 수줍어하거나 약간 쫄아서 사진을 찍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간혹 장난꾸러기도 있다. 어떤 아이는 선물 받으러 나와서 산타 수염을 잡아당겼다. 수염이 홀라당 벗겨져 버렸다. 만약 우리 아이 반이었다면, 들킬 수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 다행히 우리 아이 반이 아니어서 망정이지, 가슴을 쓸어내리는 순간이었다.


가장 귀여웠던 경우는 산타 할아버지 앞에서 조잘조잘 떠드는 한 여자 아이였다. 부모님이 미리 써준 편지를 읽어주는데, 아이는 산타 할아버지에게 혼이 나서 선물을 못 받을까 걱정을 해서인지, 변명을 하기 시작한다. 자기가 밥을 잘 안 먹은 것은 이런 이유이고, 오빠와 싸운 것은 저런 이유 때문이라고. 이제 말 잘 듣는다고 이야기해 주는데 귀여움에 홀라당 반해버리는 순간이었다. 


다행히 우리 아이는 아빠를 알아보지 못했다. 처음 산타 할아버지로 변신해서 입장했을 때는 유심히 쳐다보며 관찰하길래 들켰나 했지만 알아보지 못하는 눈치였다. 여느 아이들처럼 쫄아서 산타로 변신한 아빠에게 선물 받고 사진 찍고는 받은 선물에만 집중하는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약간 섭섭(?) 했다. 뭐 어린이집에서도 지금까지 행사하면서 자기 아빠를 알아보는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하니. 


그렇게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산타로 변신은 마무리되었다. 단 한 시간, 아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가출하는 기분이었는데, 매일매일 아이들을 진심으로 돌보시는 선생님들은 얼마나 힘드실지. 다시 한번 선생님들을 존경하는 마음이 드는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산타 사진 투척!


 





아직 우리 아이는 이제 막 세 돌이 지났기에 크리스마스니 생일이니 하는 개념이 잘 없다. 하지만 내년만 되어도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특히나 이맘때쯤. 12월 23일 태어난 아이이기에 크리스마스와 시너지가 나며 꽤나 시끌벅적한 연말이 될 것만 같다. 올해 일정도 정말 스펙터클했다.


12월 21일 어린이집 생일 파티

12월 22일 어린이집 산타 행사

12월 23일 아이 생일 파티 @ 외갓집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 기념 어린이 뮤지컬 관람

12월 25일 크리스마스 기념 뽀로로키즈카페 방문


정신없는 일정을 보내니, 아이는 혼란스럽나 보다. 어린이집에서 며칠 앞당겨 생일 파티를 해서인지, 정작 본인 생일날 가족끼리 하는 생일 파티를 어색해한다. 왜 또 생일이냐고, 이제 자기 생일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아이. 게다가 지치기도 하나보다. 오늘 아침에는 어린이집 가고 싶다고 먼저 이야기를 한다. 뒤도 안 돌아보고 어린이집 가는 모습을 보니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구나 싶다.


마지막으로 겨울에 태어난 아이를 위한 노래 한 곡 링크. "겨울에 태어난 아름다운 당신은 눈처럼 깨끗한 나만의 당신"이라는 가사는 한 겨울에 태어난 아이에게 딱 맞다. 특히나, 생일 축하한다는 가사까지. 또한, 수지의 청아한 목소리는 가사와 완벽한 시너지를 내고 있다. 드라마 '드림 하이'에서 수지가 부른 <겨울아이> 함께 감상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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