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AI Literacy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재운 Nov 28. 2024

AI와 대화하는 5살 어린이

AI 네이티브 세대가 등장한다

우리 집에는 5살 어린이가 있다. 이 아이는 어린 시절부터 인공지능 스피커 <아리아>와 자주 소통을 했다. 아리아에게 노래를 틀어달라고도 하고, 라디오를 틀어달라고도 한다. '꺼'라는 명령을 하기도 하고, 집을 나갈 때면 인사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아이가 크면서 아리아는 아이의 요구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날씨나 시간을 물어보는 질문에는 답변을 잘해주지만, 아이가 궁금해하는 것. 예를 들어, 로봇이나 우주에 관한 질문에 아리아는 잘 모르겠다는 답변으로 회피를 한다. 인공지능 스피커의 한계다.


그래서, 고심 끝에 아이에게 챗GPT를 소개해줬다. 최근 챗GPT는 음성 모드를 탑재했다. 영화 <그녀(Her)>에 나오는 인공지능 사만다처럼, 음성으로 대화가 가능해졌다.


아리아에게 만족 못하는 아이를 위해 챗GPT를 열어주니,

아이가 신기해하며 한 첫 질문


아니, 초면인 상대의 호구 조사를 하는 건 국룰이라고 하지만, 인공지능과의 첫 대화에서도 나이부터 확인하는 우리 집 어린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누구와 대화를 하던 나이부터 묻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답변을 이해하지 못한 어린이. 나이가 없다는 것도 이해가 안 되고, 인공지능이 뭔지도 아직 제대로 이해를 못 한 눈치다.


그래서 던진 다음 질문



챗GPT의 음성이 젊은 남자의 보이스로 설정이 되어서인지, 아이는 아저씨냐고 물어본다. 상당히 시비조로. 그럼에도 인공지능은 친절히 대답해 준다. 인공지능이 사람들에게 위안을 줄 수도 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포인트다.


참고로, 챗GPT는 다양한 버전의 보이스를 탑재하고 있다. 여성으로도 변경이 가능하며, 활기찬 톤부터 차분한 톤까지 여러 보이스를 제공해 줘서, 마음에 드는 녀석을 고르면 된다.


챗GPT의 나이를 알고 싶었지만, 실패한 녀석. 그다음으로 던진 질문 역시 어처구니가 없다.



요즘 아이가 놀이터에서 새로운 친구를 만나 대화를 하는 걸 보면 정말 웃음이 나온다. 아이들은 처음 만난 친구에게 먼저 나이를 묻는다. 자기보다 형아인지 동생인지, 친구인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친구로 판별이 되면, 어느 유치원 다니는 지를 꼭 물어본다.


이 루틴에 익숙해서인지, 아이는 인공지능에게 무슨 유치원 다니는 지를 확인해본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자신이 원하는 신상 조사가 제대로 되지 않자 심통이 난 녀석. 마지막으로 필살 질문을 던진다.



끝까지 인공지능은 아이에게 원하는 답변을 하지 않는다. 우리 아들은 한국 사람인지, 중국 사람이지, 일본 사람인지가 궁금했던 건데, 끝내 알 수 없는 답변만 늘어놓는 인공지능에 흥미를 잃어버렸다.


그리고 챗GPT에 대한 총평을 남기고 사라진다.


말 하는 게 웃긴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MZ세대라는 알듯 모를 듯하는 세대 개념이 시대를 강타하고 얼마가 지난 지금. 이제 MZ세대 뒤를 논하는 알파세대라는 용어가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1980년부터 2009년까지의 한 범주로 묶기도 힘든 세대를 묶어 MZ세대라고 통칭을 하더니, 이제는 2010년 이후 출생한 아이들을 알파세대라고 명명한다.


탄생연도에 따른 세대 구분 (출처: 서울연구원)


알파세대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IT서비스와의 친숙도를 꼽는다. 이들 세대의 부모들은 대부분 청소년기에 IT기기를 접한 밀레니얼 세대이고, 부모의 영향과 더불어 디지털기기의 사회적 확산에 의해 지금의 알파세대는 말을 배우고 글일 익히기 전부터 스크린 조작법부터 익혔다.


알파세대 초창기인 지금의 초등학생, 중학생들은 스마트폰을 손에서 떼지 못하는 '디지털 키즈'들이다. 그들에게는 TV에 나오는 영상보다 유튜브가 더 친숙하고, 유튜브도 지겨운 나머지 틱톡, 쇼츠와 같은 더 짧은 영상에 푹 빠져있다. 또한 이미지와 영상을 소모하는데 그치지 않고 본인들이 직접 콘텐츠 제작에 나서기도 한다.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 영상을 직접 제작하여 공유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이 현재의 알파세대이다. 그리고 코비드 팬데믹으로 인한 오프라인 교육 단절을 경험해 본 세대이기도 하다.


알파세대에서 비교적 후세대에 속하는 우리 아들을 포함한 세대는 알파세대 초창기와는 또 다른 성격을 보일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특성이 스마트폰, 아이패드 뒤를 이을 디지털 기기와의 친숙도이다. 바로 인공지능을 포함한 차세대 멀티미디어 통신 기구와의 친숙도이다. 유아 시기부터 인공지능과 대화를 주고 받는 우리 아이의 사례만 봐도 미래가 보이지 않는가?


향후 인공지능을 탑재한 기기는 우리 손이 닿는 모든 곳에 위치하게 된다. 가정에 있는 스마트스피커, 손에 있는 스마트폰을 넘어서 인공지능이 탑재된 개인용 로봇의 보급, 메타버스를 활용한 가상세계 등 상상의 범위를 벗어난 곳에서 우리 아이들과 인공지능은 교류하고 소통하고 친밀도를 쌓아갈 것이다. 과제를 하는 데 있어서도 현재의 엄마, 아빠 세대가 검색을 통해 하던 것과 달리, 지금의 알파세대가 유튜브 검색을 통해 과제를 하는 것과 달리 인공지능에게 답을 물어보는 시대가 이미 도래하고 있다. 현재의 우리 아이들이 산업계로 나가게 되었을 때 세상의 모습은 감히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디지털 온리 세대를 넘어 인공지능 온리 세대가 될 지금의 알파세대와 공존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인공지능과 같은 최신 기술에 마음을 열어야 한다. 10~20년 뒤에 인공지능과 사람이 공존하는 세상에서 손만 빨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컴퓨터가 처음 보급되었을 때, 컴퓨터는 어린아이들이나 하던 것이라고 쳐다보지 않던 어르신들이 지금은 누구보다 컴퓨터를 잘한다. 스마트폰이 처음 등장했을 때도 비싼 스마트폰은 애들이나 쓰는 거라고 피처폰을 고집하시던 어르신들이 지금은 우리보다 더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잘 보신다. 인공지능 역시 마찬가지이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서비스가 챗GPT의 형태든, 우리가 상상하는 것과 다른 형태이든 상관이 없다. 어떻게든 그러한 시대는 필연적으로 올 수밖에 없고, 우리는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문명을 창조하는 기술에 마음을 오픈해야 한다. 무작정 긍정하자는 것이 아닌 시대의 흐름에 최소한 역행하지는 말자는 이야기이다.




본 글은 최근 아이의 사례에 과거에 브런치에 올렸던 내용을 덧붙인 글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