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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운 Sep 07. 2023

AI시대 더 중요해지는 문해력

문해력 향상 방법은?

디지털 기술을 오래 접한 결과,
집중력이 떨어진 것이 아니라
지루함을 견딜 수 없게 됐다.


인지과학자 대니얼 윌리엄(Daniel T. Willingham)은 그의 저서 <The reading mind: A cognitive approach to understanding how the mind reads>에서 위와 같이 이야기하며, 사람들이 즐거움에 대한 기대가 변화했다고 기술하였다. 이제 우리는 지루함을 견딜 수 없는 뇌를 가지게 되었다. 그 결과 우리가 듣고, 보고, 읽는 모든 것들은 항상 흥미로워야만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깊이 읽기'를 요구하는 책을 읽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책을 진득하게 깊이 읽는 데에는 지루함이 수반될 수 있고, 자극적인 것에 길들여진 우리의 뇌는 끊임없이 더 흥미로운 것을 갈구하게 된다. 자꾸 책을 읽으면서 스마트폰에 손이 가고 유튜브를 찾게 되는 것도 디지털 기술에 중독된 우리의 뇌 때문이다. 아이들이 책을 읽을 때 받을 수 있는 즐거움이란 보상이 다른 것을 통해 받는 보상보다 적기 때문에 우리는 책을 멀리하게 된다.


IT 미래학자인 니콜라스 카(Nicholas G. Carr) 역시 세계적 베스트셀러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 디지털 시대 정보를 빠르게 얻는 능력을 우리의 뇌가 습득하며, 역으로 깊은 사고나 집중력, 문해력은 떨어지고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인터넷을 보는 과정에서 우리의 뇌 회로가 재구성되어 글을 읽는 방식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과거 인류는 책을 읽을 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는 과정을 자연스레 거쳤고 우리의 뇌 역시 이에 맞게 진화하였다. 하지만 인터넷이 보급되며 스크롤을 내릴 수 있게 되며 글을 읽을 때 위에서 아래로 보는 것에 익숙해졌다. 더 이상 전통적인 책을 깊이 읽을 수 없도록 우리의 뇌가 변화한 것이다. 스마트폰의 보급은 이러한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킨다. 인터넷 웹페이지를 단순 스크롤 하는 걸 넘어 이제 우리는 스마트폰 화면을 좌우로 스와이프 하며 휙휙 넘기면서 글을 보고 있으니.




문해력이 떨어지고 있는 요즘 시대이건만, 앞으로 문해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특히나 인공지능 시대에 접어들면 들수록 문해력의 가치는 높아지고 있다. 문해력은 정보를 해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능력이다. 코딩 역시 유사한 속성을 보이고 있다. 코딩과 문해력 모두 언어를 해석하고, 언어로 답을 내는 과정이기에 두 분야 사이에는 여러 가지 연결점과 상호 작용이 있다. 


코딩을 잘하기 위해 키워야 할 문해력


코딩이라는 것은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하여 컴퓨터에게 명령을 내리는 행위이다. 프로그래밍 언어 역시 언어의 일종이고, 구조와 문법을 이해하고 사용하는데 문해력은 필수이다. 텍스트를 해석하고 구조화하는 능력이 코딩을 배우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다. 또한 문해력은 텍스트의 논리적 구조와 주장을 이해하고 평가하는 능력을 포함한다. 문해력의 밑바탕이 되는 논리적 사고 역시 코딩에서 알고리즘을 설계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핵심적 능력이다. 


그 외에도,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문제 해결 능력, 팀원과의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 코드의 문서화 능력들 모두 높은 문해력을 요하는 작업이다. 이과 계열의 직무로 꼽히는 프로그래머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능력 중 하나가 바로 문해력인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 누구나 갖춰야 할 문해력


그렇다면 나는 코딩 안 배울 거야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는 데 있어 문해력은 필요 없을까?


당연히 정답은 '노'이다. 인공지능과 관련된 기술이 보급될수록 정보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정보를 올바르고 이해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높은 문해력은 필수이다. 인터넷은 많은 정보를 양산하고 있고, 인공지능을 통해 오류나 편향된 정보, 가짜 뉴스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높은 문해력을 가진 사람만이 이러한 정보를 비판적으로 판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와 아닌 것을 구분할 수 있다. 문해력으로 본인의 기준을 확립하지 못하면 우리는 인공지능이 만들어놓은 알고리즘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 시대 기술과 인간의 접점이 늘어나며 이 둘을 연결해야 하는 일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해력이 높은 사람일수록 기술의 발전과 그 영향에 대해 깊이 있게 이해하고, 기술과 인간 사이의 연결을 강화하는데 역할을 할 수 있다. 


(좌) 프로그래밍 언어를 다루기 위해 필요한 문해력 / (우) 기술과 인간의 연결을 위해 필요한 문해력




자, 그렇다면 문해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 특히나 우리 아이들의 문해력 향상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가장 중요한 건 인쇄물을 느리고 깊게 읽는 것이다.


그렇다. 결국 정답은 독서이다. 두뇌 발전과 관련해서 정답을 모를 때는 독서가 정답일 때가 태반이다. 여자 연예인들에게 이상형을 물으면 무난하게 '유재석'이라고 대답하듯, '독서'라는 것은 누구나 손쉽게 찾을 수 있는 하지만 결코 쉽지만은 않은 방법이다. 


<다시, 책으로: 순간접속의 시대에 책을 읽는다는 것>의 저자인 신경과학자 매리언 울프(Maryanne Wolf)는 인쇄물의 느리고 깊이 있는 읽기가 두뇌 발달에 도움을 준다고 이야기한다. 스크린으로 글을 읽을 때와 책을 직접 읽을 때 뇌의 '읽기 회로'가 다른 방식으로 발달하며, 인쇄된 활자를 직접 읽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른 연구 결과도 비슷한 내용을 이야기한다. 3~4세 아이들이 오디오북을 듣거나 디지털 기기로 글을 읽을 때보다 어른과 함께 책을 읽을 때 뇌의 언어 영역이 더욱 활성화되었다. 8~12세 아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책을 많이 읽는 아이들의 읽기 회로가 스크린으로 글을 읽는 아이들보다 강력하다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어릴수록 읽기 교육이 더욱 필요하다


<우리의 뇌는 어떻게 배우는가>의 저자인 인지신경학자 스타니슬라스 드앤(Stanislas Dehaene)에 따르면 태어나서 처음 몇 년간 두뇌의 신경회로가 과잉 생산된다. 어린아이의 뇌는 온갖 가능성을 키워나가기 위해 강력한 학습을 진행하게 된다. 하지만 뇌 회로는 한정적이다. 드앤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뇌의 많은 영역은 아직 비어있다고 이야기한다. 이 영역을 읽기 학습을 통해 채우게 되면,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뇌로 성장하게 되고, 읽기를 배우지 않으면 이 영역들은 얼굴이나 물체 인식에 관여하며 글자를 배우는 능력을 잃게 된다. 


6~8세 사이에 글 읽기를 배우게 되면 아직 뇌의 많은 영역이 비어있기에, 좀 더 학술적 표현으로는 아직 시냅스의 가소성이 높기에 언어 능력이 발전하게 된다. 하지만 성인이 된 후에 글 읽기를 배우게 되면 글과 관련된 뇌 영역의 발달이 믿기 어려울 만큼 더디다고 드앤은 주장한다. 그만큼 초등학교 저학년 때 글 읽기의 습관을 들이고 관련 뇌의 영역을 활성화해야 하는 것이다.


더 유아기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생후 18개월만 되어도 하루에 10여 개의 단어를 습득한다. 물론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주변 가족들이 말을 붙여 주고 풍부한 어휘를 동원해 문법에 맞는 문장을 들려주어야 한다. 많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3~4세가 된 아이의 어휘는 생후 첫해에 주변에서 아이에게 해 준 말의 양에 정비례한다. 부모가 영유아기부터 아이에게 지속적인 언어 자극을 해줘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그럼 아이에게 읽기 훈련을 시키는 방법은 무엇일까?


스마트폰을 끼고 살고 볼 것, 놀 것이 많은 요즘 세상에 아이들을 활자의 세계로 유도하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디지털 기기가 아닌 인쇄물을 읽게 하는 것은 더더욱이나 쉽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 아이들의 문해력 향상을 위해 활자의 세계로 유도할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앞서 언급한 인지신경학자 드앤은 그의 저서에서 아이들의 노력을 격려하라고 이야기한다. 읽기 능력은 수년간의 연습을 필요로 한다. 그렇기에 열심히 노력할 때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인지시켜주고, 결과가 아닌 과정에 주목해서 아이를 독려해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또한, 규칙적인 연습도 강조하고 있다. 읽기가 일회성이 아닌 일상화가 되도록 유도하고, 이를 통해 우리 전전두엽과 두정엽 회로들이 읽기에 몰두할 수 있게 하라는 것이다. 특히 매일 조금씩 간격을 두고 학습하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로 꼽고 있다. 비슷하게 미국의 대안학교 설립자이자 <최고의 교사는 어떻게 가르치는가>의 저자 더그 레모브(Doug Lemov) 역시 "그룹이나 개인이 20분 동안 집중력을 유지하며 글을 읽을 수 있을 때까지 이 과정을 반복한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깊이 읽기를 하는데 필요한 집중력과 주의력을 향상할 수 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요약하자면, 어릴 때부터 최대한의 언어 자극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유아기 기간 동안 매일 수십억 개의 시냅스들이 생성되고 소멸된다. 시냅스 가소성을 통해 아이들은 모든 걸 잘 수용하고, 특히 언어를 수용하는데 탁월한 성능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유아기 시절 언어에 대한 자극을 많이 준 다음,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본격적인 읽기 학습에 들어간다. 많은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인쇄된 활자를 깊이 읽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유혹하는 매체들이 많겠지만 우리 아이들이 책을 진득하게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춘다면 앞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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