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를 유발할 다양한 것들을 준비하자
먼저 본 글에 나오는 방법들은 우리 아들의 양육에 활용하는 방법으로 모두에게 적용될 수 없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그냥 저런 집도 있구나 하며 소소하게 봐주시면 됩니다.
31개월인 우리 아들은 주말을 좋아한다. 아침에 할머니가 없고, 엄마 아빠가 회사갈 준비를 하지 않으면 놀러가는 날이라는 것을 이미 눈치채고 있다. 이미 놀러갈 장소는 엄마 아빠가 정했지만, 아들에게 예의상 물어본다. 어디 놀러가고 싶냐고. 그러니 돌아오는 답변
박물관 가고 싶어. 주전자 보고 싶어
아침부터 박물관 타령을 하더니 노래를 부른기 시작한다. "나는 작고 뚱뚱한 주전자. 손잡이 있고 주둥이 있고." 그러고는 집에 있는 주전자 장난감과 자기가 생각하는 주전자가 나오는 알라딘 책을 집어든다.
이글을 보시는 분들은 주전자와 박물관의 상관관계에 대해 궁금해하실 수 있다. 먼저 우리 아들은 알라딘 책을 좋아한다. 알라딘 책에 나오는 램프(자기는 주전자라고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며 책에 나오는 마법사는 무서워한다. 그래서 마법사가 공주가 만든 독약을 먹고 잠든 결말(사실은 사망한 것)을 보고 좋아한다.
또한 엄마 아빠와 세 차례 방문을 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본 도자기(자기는 주전자라고 생각하는 것)도 좋아한다. 우리 아들에게 박물관은 자기가 좋아하는 주전자가 잔뜩 전시가 된 곳으로 인식이 되어 있다. 그래서 주말에 박물관에 주전자를 보러 가고 싶다며 책을 집어든 것이다.
글 제목은 유튜브에서 벗어나는 방법인데, 갑자기 주전자가 나오고 알라딘이 나와서 당황한 분들도 계실 것이다. 서두를 이렇게 잡은 이유는 유튜브에서 벗어나게 하는 방법으로 우리가 가장 많이 쓰는 방법이 집에서 책을 많이 읽게하는 것, 그리고 다양한 체험을 시켜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다양한 체험을 해주는 것은 많은 부모님들께서 잘하고 계시기에 오늘은 책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책 육아에 대한 내용 역시 많은 전문가님들이 효용성을 이야기한 바 있어 여기서는 책과 친해지게 하기 위한 우리만의 노하우를 살짝 공유해보겠다.
우리 부부는 결혼하면서부터 거실에 티비를 치웠다. 그래도 티비가 필요한 순간은 있어 안방에 달아놓고, 거실은 함께 이야기 나누고, 공부하고, 책을 읽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미디어 노출을 최대한 막기 위해 역시나 책을 자주 접할 수 있도록 공간을 조성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신혼집 거실 사진이다. 아이가 생긴 후 큰집으로 이사하여 지금은 아이 책이 거실을 다 채우고 있지만 분위기는 유사하다. 이렇게 티비나 유튜브로부터의 유혹을 애초에 받을 수 없게 환경을 조성하고, 손 가는 곳마다 책과 장난감을 비치하여 아이가 심심하지 않게 해주었다.
우리 아들은 기어다니던 시절에도 책과 자주 놀았고, 본격적으로 손에 힘이 생기고 혼자 앉을 수 있게 되면서부터는 많은 책들을 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책을 본다기 보다는 책과 논다는 표현이 더 적합했다. 책을 찢어도 보고, 책을 입에 넣어도 보고, 책장의 책을 다 끌어내린 후 책장에 본인이 들어가보기도 하고. 이렇게 책과 친밀도를 높이는 놀이가 계속되었고 우리 아이는 책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돌이 지나고 부터는 한 번씩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말이 통하고 서사 구조를 아주 조금이나마 이해를 하기 시작하면서 부터는 엄마 아빠가 읽어주는 책을 좋아했다. 그렇게 스토리가 파악이 되면 혼자서 책을 읽을 수 있게 된다. 이때부터는 집에 있는 츄피나 곰곰이 같이 스토리 있는 책을 혼자서 30분이고 1시간이고 읽기 시작했다. 물론 어른처럼 온전히 집중해서 책만 본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혼자서 책을 읽는 시간을 가져가면서 집중력이 높아지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고, 어린이집에서도 우리 아들의 집중력이 높아 혼자서 30분 넘게 장난감에 집중해서 논다는 선생님 말씀도 있었다.
31개월이 된 지금은 이솝우화에 푹 빠져있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동물들, 특히 까마귀를 아주 좋아한다. 퇴근하면 까마귀가 나오는 책을 들고 와서는 읽어달라고 하는 우리 아들. 여우도 아니고 사자도 아니고 까마귀를 좋아하는게 잘 이해는 안 되지만 그래도 까마귀가 좋다고 하니 피곤하더라도 까마귀 책을 읽어주게 된다. 물론 아직 이솝우화의 교훈 까지는 못 깨우친듯 하다. 혼자 욕심부리다 고기를 못 먹게된 까마귀를 보면서도 맛있는 것은 혼자 다 먹겠다고 하는 것을 보면.
그렇다고 1년 365일 24/7 책만 보게 시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책 이외에도 혼자서 집중해서 놀 수 있는 장난감들을 집에 많이 마련해 두었다. 우리 아들이 좋아하는 자동차 장난감도 적절히 구비를 해두었고, 최근에는 블록, 퍼즐과 같이 집중력을 요하는 장난감들을 많이 구매해주었다.
장난감 역시 사두고 땡 하면 안 된다. 아무리 좋은 장난감을 사주어도 노는 법을 알려주지 않으면 아이는 어떻게 노는지 몰라 방치하게 된다. 처음에는 부모가 옆에서 같이 블록을 만들어주며, 만드는 법을 보여준다. 그러면 아이는 혼자만의 방법으로, 때론 어른이 상상도 못한 방법으로 블록을 조립하여 놀라게 만들어준다. 블록 놀이의 장점은 실패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블록은 쌓는 과정에서 무너지기도 하고, 본인이 원하는 모양이 안 나오기도 한다. 그러면 아이는 짜증이 나서 찡찡거리다가 울기도 하고, 만든 블록을 다 부숴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실패를 수용하는 법을 부모가 알려주게되면 아이는 실패에 점차 익숙해지게 되고, 계속된 시도 끝에 완성이 된 블록을 보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블록놀이를 통해 계속된 도전과 실패, 그리고 성취의 과정을 자연스레 익힐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한 번 블록을 잡으면 30분에서 1시간은 후딱 가게 된다.
식단조절을 하는 사람들은 치팅데이를 활용한다. 1년 365일 다이어트 식단만 먹기 힘들기에 하루를 치팅데이로 정해서 먹고 싶은거 마음껏 먹고 다시 식단조절을 하는 것이다. 우리 아이에게도 치팅 데이가 존재한다. 할머니집, 이모할머니집, 할아버지집, 친구집에서는 유튜브, 티비를 마음껏 보게 해준다. 책으로만 보던 뽀로로 친구들을 영상으로도 볼 수 있고, 동요로만 듣던 핑크퐁 친구들도 영상으로 볼 수 있는 날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 아들은 집에서 못 보던 영상들을 실컷 볼 수 있는 기회를 잡아서인지 화면으로 빨려들어갈 정도의 집중력을 보이며 영상을 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한계 설정이다. 몇 번의 교육을 통해 우리 아들은 밖에서는, 특히 할아버지 집이나 이모할머니 집에서는 티비를 실컷 볼 수 있지만 집에서는 못 본다는 것을 체득하게 되었다. 할아버지 집에 오래 있다가 온 날은 집에서도 보여달라고 떼를 쓰지만, 아무리 떼를 써도 안 된다는 것을 알고부터는 밖에서 많은 영상을 보고 오더라도 집에서 보여달라는 이야기는 잘 하지 않는다.
동영상 중독은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청소년, 대학생, 그리고 성인들 모두 동영상의 늪에 빠져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부모가 아이에게 유튜브 보지말라고 훈육을 하면서 본인이 보고 있으면 아이는 어떻게 생각할까? 부모가 스마트폰 놀면서 아이에게 하지말라고 한다면? 부모는 티비 보며 놀면서 아이에게 방에 들어가서 공부하라고 한다면?
역지사지해보면 아이는 불만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결국 우리가 받아들이기 불편한 진실이지만 부모가 유튜브를 끊어야지만 아이도 끊을 수 있다. 우리 아이가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만들려면 내가 먼저 책을 봐야 한다. 우리 아이가 자율적으로 공부하는 아이가 되게 하려면 부모가 먼저 자율적으로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말은 쉽지 일하고 돌아온 집에서도 아이를 위해 여가 시간을 가지지 못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온전히 아이 앞에서 스마트폰을 본다거나 영상을 보는 것을 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가급적이면 아이 앞에서 스마트폰을 보는 모습을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아이가 심심하지 않도록 스마트폰이나 유튜브 외의 대안을 많이 생각해보아야 한다. 아이가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다면 부모가 여유가 생기며 아이 눈을 피해 좀 쉴 수 있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