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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운 Sep 15. 2023

감명 깊게 읽은 책은 무엇인가요?

<일론 머스크(Elon Musk)> 전기 Preview

이번 주, 많은 대학은 수시 접수가 한창이다. 오늘인 9/15(금) 접수 마감인 학교가 많아 수험생들의 마지막 눈치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대학 입장에서도 입시 전형 중 수시에 많은 신경을 쓴다. 수능으로 들어온 학생들은 보다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반수를 택하는 비율이 높지만, 수시로 들어온 학생들은 학교에 비교적 잘 적응을 한다. 그래서 정원의 약 40%를 수시로 모집하게 된다. 인서울 대학은 중도 이탈 학생을 편입으로 뽑을 수 없기에 수시에 많은 신경을 쓰는 것이다. 다양한 수시 전형 중 비중이 높은 것은 바로 면접이다. 그리고 면접에서 많이 나오는 가장 단골 질문.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은 무엇인가요?


고등학생 시절 전설처럼 내려오던 이야기가 있다. 과고에서 내신 성적이 상위 20~30% 정도를 받으면 카이스트 진학하는데 크게 어려움이 없다. (내신 30% 안에 드는 것이 가장 큰 문제) 지금 카이스트 입시가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리 때는 내신 성적이 나쁘지 않으면 인성 면접만을 거치기 때문에 사실상 합격이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선배 중 한 분이 위 질문에 대한 답을 "슬램덩크"라고 했다가 탈락했다는 전설이 대를 이어 내려오고 있었다. 그래서 감명 깊게 읽은 책이 무엇인지 한 권은 미리 선정을 해서 면접에 들어갔던 기억이 있다. 아마 지금의 고등학생들도 다양한 수시 면접 문항들에 대한 답안을 준비하며 감명 깊게 읽은 책에 대해서도 정리를 하고 있을 것이다. 감명 깊게 읽은 책에 대한 문답만으로도 그 사람의 가치관과 살아온 길을 알 수 있기에. 




지금 재직 중인 대학에 부임하기 전, 여러 대학의 면접을 거친 바 있다. 그중 S대(서울대 아님) 전형에서 최종 면접까지 간 바 있는데, 총장님께서 위 질문을 하셨다. 감명 깊게 읽은 책이 무엇이냐고. 


이 질문을 듣는 순간 아 나는 들러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최종 탈락함) 보통 교수 최종 면접에서는 연구의 전반적인 방향, 연구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 교육 계획, 학교에 공헌할 수 있는 방안 등을 물어보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수시 면접에서 들을 수 있는 감명 깊게 읽은 책을 묻는 질문을 듣고는 '아, 나에게 관심이 없구나'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혹시 모르는 일이니 면접에는 최선을 다해야 하는 법. 전혀 예상치 못했던 질문이기에 머리에 떠오르는 책 두 권을 평소 가지고 있던 생각과 함께 이야기했다.

 

지금도 책장에 있는 감명 깊게 읽은 책 2권


칼 세이건(Carl Sagan)의 <코스모스>는 워낙 유명한 책이다. 이제 고전의 반열에 오를 정도로. 중학생 시절 우연히 접한 코스모스는 막연했던 나의 꿈을 현실적으로 만들어준 전환이 되어준 책이다. 우주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현실적인 꿈으로 전환시켜 줬고, 과학자가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굳히게 해 주었다. 코스모스의 또 하나의 장점은 과학 서적인데 인문 서적 같다는 점이다. 코스모스를 접하고부터 과학을 이렇게도 풀어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지금 글을 쓰게 해 준 원동력이라고나 할까. 물론 칼 세이건의 발톱만큼도 못 따라가지만.


유발 하라리(Yuval Harari)의 <사피엔스> 역시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이다. 사피엔스를 처음 보면 대중은 충격을 받는다. 그간 학계에서는 논해져 왔던 이야기이지만 대중이 소화할 수 있게 정리하여 던져준 사피엔스는 대중들이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을 완전히 박살 내 버린다. 우리 종인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 '호모 에렉투스' 등을 절멸시키고 역사에 등장한 점, 농업 혁명은 최대 사기극이다라고 언급한 점 등은 기존의 고정관념을 망치로 부슨 것과 같았다. 니체가 망치를 들고 기존 철학을 부슨 것처럼, 유발 하라리는 망치를 들고 대중의 고정관념을 부숴 버렸다. 물론 학제를 넘나들며 전체를 아우르는 교양서적의 한계 상 수많은 오류들이 존재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 책이 가치가 있는 건 대중과의 소통을 학자도 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었다는 것이다.


위에 적은 내용들을 면접에서 이야기했다. 그런데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 저 두 책 모두 명작을 넘어 전설의 반열에 오르는 책이지만, 자꾸 누군가의 목소리가 옆에서 들리는 듯하다. 바로 설민석의 목소리다. 역사 강사인 설민석선생님이 진행한 tvN의 '책 읽어드립니다'에서 사피엔스와 코스모스를 다뤘던 기억이 났던 것이다. 


호모 에렉투스를 몰살시킨 사피엔스 (출처 tvN 책 읽어드립니다)


내가 소장하고 있는 책 두 권의 상태를 보면 알겠지만 코스모스는 정말 예전 판본이라는 것을 알 수 있고, 사피엔스 역시 자주 읽어서 책 가운데가 접혀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방송 훨씬 이전부터 감명 깊게 읽고 읽고 또 읽은 책들이 바로 코스모스와 사피엔스이다. 하지만 이미 방송은 공전의 히트를 치고 설민석 쌤이 소개해준 책은 모두 베스트셀러 최상단에 위치해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나의 답변은 최근 유행하는 TV 프로그램을 보고 대답을 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만 같다. 마치 존경하는 위인에 대한 대답을 세종 대왕이라고 하는 것처럼, 존경하는 철학자를 칸트라고 하는 것처럼, 존경하는 화가를 반 고흐라고 하는 것처럼, 존경하는 음악가를 베토벤이라고 하는 것처럼 답변의 대상이 너무 완벽해서 대중들이 다 알고 있기에, 역설적으로 뭔가 없어 보이는 느낌을 주는 답변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 


짧은 시간 열심히 머리를 굴려 하나의 책을 더 생각했다. 

바로, 세계적인 전기 전문 작가 월터 아이작슨(Walter Isaacson)이 쓴 <레오나르도 다빈치>이다. 

 

책 장 한가운데 위치한 <레오나르도 다빈치>


월터 아이작슨은 전기를 가장 잘 적는다고 알려져 있다. 가장 대표작은 모든 집 책장에 꽂혀있지만 읽은 사람은 많지 않다는 <스티브 잡스> 일 것이다. 스티브 잡스 전기도 괜찮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월터 아이작슨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너무 감명 깊게 읽은 바 있다. 그저 천재로만 알려져 있는, 모나리자와 최후의 만찬으로 알려져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창의력의 원천을 특유의 자료 조사력을 바탕으로 섬세하게 풀어냈다. 한 번씩 창의력이 필요할 때마다 펼치게 되는 마성의 책이기도 하다. 다빈치의 명작들이 컬러로 들어있다는 점도 또 하나의 포인트!


다시 면접으로 돌아가서 <사피엔스>와 <코스모스>를 언급한 이후, 급히 <레오나르도 다빈치> 얘기도 꺼내며 창의력과 관련된 썰을 풀었다. 학생들의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 어쩌고 저쩌고 하며 그 순간을 모면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금까지가 서론이다. (죄송합니다. 말이 쓸데없이 정말 많습니다.)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바로 앞서 언급한 <스티브 잡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저자 월터 아이작슨이 새로운 전기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바로 <일론 머스크(Elon Musk)>이다. 스티브 잡스 사후, 소위 말하는 전 세계적인 어그로를 한 몸에 끌고 있는 인물 일론 머스크. 누군가는 최고의 혁신가로, 누군가는 최악의 사기꾼으로 꼽는 바로 일론 머스크가 그 전기의 주인공이다. 일론 머스크 전기가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안 사볼 수 없는 노릇. 예약 구매를 신청하였고, 그 책이 어제 도착하였다. 


예약 구매한 일론 머스크 전기 도착!


일론 머스크가 공개적으로 인정한 유일한 공식 전기! 월터 아이작슨이 2년간 밀착 취재와 130여 명의 인터뷰를 통해 정리한 일론 머스크 이야기! 그래서 역시나 두께가 장난 아니다. 기존 아이작슨의 전기 책과 두께가 비슷하다. 볼 이야기가 많다는 건 행복한 일 아니겠는가!


스티브 잡스 이후 최고의 혁신 아이콘이자 몽상가. 누군가에게는 사기꾼. 그럼에도 머스크는 현대 우리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인물이다. 페이팔로 시작해 테슬라, 이제 스페이스 X까지. 향후 벌어질 우주 시대까지 생각한다면 머스크의 일생은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머스크가 열어갈 미래에 대비할 수 있고, 우리 역시 머스크에게 영감을 받을 수 있으니.


예약 구매할 때 추가로 무엇을 주는지 보지 않고 바로 주문을 했었다. 책이 도착하고 보니, 노트가 증정품으로 와있다. 부담스러운 머스크 아저씨의 얼굴이 표지에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나쁘지 않은 구성이다. 플래너로 쓸 수도 있고, 기록도 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머스크의 어록도 포함이 되어있고.


일론 머스크 전기 첫 페이지 (하단) / 증정 노트 (상단)


사실 이 책을 언제 다 읽을지 알 수 없고, 후기는 더더욱이나 언제 쓸지 알 수 없다. 지금 읽고 있는 책도 여러 권이고 개강 중이라 시간도 많지 않기에. 그래서 일단 일론 머스크 전기에 대한 리뷰가 아닌 프리뷰를 먼저 써본다. 언젠가 다 읽게 되고 생각이 정리가 되면 후기를 써봐야겠다. 




추신)

S대 면접 당시 감명 깊게 읽은 책으로 <코스모스> <사피엔스>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이야기했다. 그러고도 남는 찝찝한 마음. 왠지 내가 거짓을 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안 붙여도 될 사족을 붙이고 만다.


"하지만 가장 많이 읽은 책은 삼국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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