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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운 Sep 22. 2023

블랙홀에 빠지면 누가 구해주나

우주에 푹 빠진 악동

내일이면 33개월이 되는 우리 집 악동은 우주에 푹 빠져있다. 아래 첨부한 카카오톡 가족 단톡방에서 대화와 같이 우주에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일론 머스크, 제프 베이조스처럼 로켓 타고 우주에 가겠다는 원대한 꿈을 가진 우리 아들. 혼자 가면 좋으련만 주변 사람들도 끌고 가겠다고 난리이다. 이미 아빠는 자신의 우주여행에 디폴트 구성 멤버이다. 엄마도 기분 좋으면 데리고 가겠다고 한다. 그러더니 다른 가족들도 함께 가자고 한다. 우주가 어떤 곳인지 알기나 하는 건지. 하도 우주에 대해 물어봐서 중력과 공기가 없는 것은 알지만 그게 무엇인지는 모르는 녀석.


역시나 가장 좋아하는 것은 로켓이다. 로켓이 발사가 되는 장면은 아이가 보기에도 멋있나 보다. 아이가 유아일 때부터 절대적으로 지키는 원칙 중 하나가 TV를 최소한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평일에는 절대로 틀어주지 않고, 주말에도 저녁 시간에나 가끔 틀어준다. 그것도 애니메이션 같은 자극적인 콘텐츠는 피하면서. 평일 TV 시청의 유일한 예외는 국가적인 이벤트, 대한민국의 월드컵 경기나 롯데자이언츠의 포스트시즌 경기(이건 이뤄진 적이 없다) 등이다. 그리고 아빠가 좋아하는 이벤트. 누리호 발사 역시 평일 TV 시청 불가 원칙의 예외 중 하나였다. 평소 TV를 못 보다 누리호 발사 장면을 봐서인지 아이의 로켓 발사를 시청하는 리액션은 보통이 아니었다. 방방 뛰며 누리호 발사를 자축하는 우리 아들.


고모와 엄마 대화 / 누리호 발사 성공과 함께하는 아들 (뒤태 누드는 이해해 주렴)




우리 아들이 본격적으로 우주에 꽂힌 시점은 우주 관련 책을 읽고 부터이다. 처음 접한 책은 'Spaceblock'이라고 하는 우주와 로켓에 관한 그림책이다. 이 책을 읽은 아이를 관찰하며 AI와 연관시켜 본 글은 이전에 작성한 바 있다. ( 이전글 링크: 토성이 훌라후프를 돌리는 이유 )


이 책의 최고 장점은 우주에 관한 모든 것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우주 박물관에서 시작해서 태양계와 은하, 달과 화성 탐사, 우주 정거장과 망원경까지. 밤하늘의 아름다운 모습들이 아이의 시선에 맞게 잘 구성이 되어있다. 게다가 열고 펼치고 쌓을 수 있는 재미난 형태로 책이 구성되어 있다. 우리 아이는 페이지를 펼치며 태양계의 행성의 이름을 하나하나 물어보고, 로켓을 손으로 잡아당기며 로켓 발사를 간접적으로 체험해 본다. 영어로 된 외국책이긴 하지만 국내 서점에서도 판매하고, 온라인에서도 구매가능하다. (뒷광고가 아닌 내돈내산 후기이다)


'Space Block' 소개 / 책을 열심히 보는 악동




그림책이 질릴 무렵. 아이가 구내염으로 일주일 가까이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어린이집도 못 가고 집에만 있어 짜증이 폭발하던 시점이었기에 잠시 원칙을 조금 완화하여 TV를 틀어주기로 하였다. 그렇다고 만화 채널을 틀어주면 이후 후폭풍이 감당 안 될 것이라 예상하여, 아이에게 보고 싶은 콘텐츠가 무엇인지 물어본다. 우주에 관심이 아주 많은 시점이기에 우리 아이는 "우주! 로켓!"을 보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콘텐츠를 찾다 보니 얼마 전 나온 따끈따끈한 다큐멘터리가 하나 눈에 띈다.


바로 KBS에서 제작한 '키스 더 유니버스 (Kiss the Universe)'. 배우 주지훈이 프리젠터로 참여한 3부작의 다큐멘터리인 키스 더 유니버스는 공룡의 멸종부터 시작해서 우주 탐사의 현재와 미래, 마지막으로 외계인의 존재에 대한 내용까지 상당히 알차게 구성이 되어있다. 우주 탐사를 취재하기 위해 미국 현지의 스페이스 X 발사 현장을 직접 가보기도 하고, 실감 나는 CG로 우주의 모습을 직접 보여주기도 한다. 게다가 공룡이 직접 무대에 난입하는 영상을 AR로 구현하여 생생한 현장감을 더해준다.


아이가 아파 나갈 수가 없을 때, 키스 더 유니버스 다큐멘터리 3부작은 아이와 함께 해주었다. (아빠도 옆에서 정말 재미있게 봤다) 티라노 사우루스가 튀어나올 때는 같이 깜짝 놀라고, 운석이 떨어져 공룡이 멸종할 때는 안타까워하고, 화성을 탐사하는 모습을 보며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는 우리 아이. 이후에도 아이는 구내염이 완치되고 나서도 한참을 우주 TV 보여달라고 떼를 쓴다.


"아저씨 바다 옆에 걸어가는 우주 보여줘!!"


아빠는 주지훈이 프리젠터로 나오는 3부작 시리즈가 조금 질려서, 배우 하지원이 프리젠터로 나오는 키스 더 유니버스 시즌2를 보여줬지만, 아이는 주지훈 아저씨가 나오는 게 좋나 보다. 주지훈 버전의 키스 더 유니버스의 오프닝은 항상 주지훈이 바다를 걷다 우주를 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래서 늘 우리 아이는 이야기한다. '아저씨가 바다 옆에 걸어가는 우주 보여줘!'


주지훈의 키스더유니버스  / 하지원의 키스더유니버스2




구내염에서 완치되었지만 우주의 잔상이 남은 우리 아들. 이제 우주가 그림으로 되어있는 그림책은 시시한가 보다. 그렇게 열심히 보던 책이건만, 이제 펼쳐보지 않는다. 아빠는 우주에 대한 실사가 있으면서 아이 눈높이에 맞는 책이 어디 있을까 찾아본다. 그러다 발견하게 된 책.


"100가지 사진으로 보는 우주의 신비"


태양계, 지구와 달, 주변 행성부터 시작해서 머나먼 은하와 빛나는 성운, 블랙홀까지 우주의 생생한 장면들을 고화질 사진으로 볼 수 있는 책. 게다가 타깃 독자층을 어린이로 잡았기에 옆에 나오는 설명 역시 눈높이에 딱 맞다. 부모님들이 아이와 과학 관련 서적을 읽을 때 가장 힘든 점이 설명하기 어려울 때이다. 이미 우리는 학창 시절 배운 과학적 상식을 이미 망각하고 있는데, 아이는 물어본다. 중력이 무엇인지, 블랙홀이 무엇인지. 이 책은 옆에 초등학생 수준 정도의 해설이 같이 적혀있다. 아이의 질문에 겁먹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역시나 이 책에 대한 후기도 내돈내산이다. 출판사분들 보면 연락 좀)


이제 우리 아들은 더 이상 우주 그림책을 보지 않는다. 아빠가 퇴근하면 "아빠가 사준 큰 우주책 읽자" 하면서 손을 잡아 끈다. 잠자기 전에도 우주책을 펼쳐놓고 보다가 잠이 든다. 이 정도면 이미 우주에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지금도 지구라는 우주에 살고 있음)


블록으로 망원경을 만들고 우주를 본다고 하는 녀석




어제 우리 아들은 블랙홀 페이지를 읽고 있었다. 이후 대화 장면이다.


아들 : 블랙홀 가고 싶어. 로켓 타고 가자!

아빠 : 블랙홀은 청소기처럼 다 빨아들여. 윤우 블랙홀에 빠져.

아들 : (한참 고민하다) 아빠가 도와줘!

아빠 : 아빠도 윤우 구하다가 같이 블랙홀에 빠져. 그럼 누가 구해?

아들 : (바로) 엄마!

아빠 : 엄마, 아빠, 윤우 다 블랙홀에 빠지게 돼. 그럼 누가 구해줘?

아들 : (정말 한참을 고민하다) 소방관 아저씨!

아빠 : (빵 터져 웃으며) 소방관 아저씨 우주에 어떻게 불러 ㅋㅋ

아들 : 1234 전화하면 되지!


블랙홀에 빠진 가족을 구하러 오시게 될 소방관 아저씨께 미리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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