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지출이 많은 나이는 바로 40대. 혹자는 40대를 두고 ‘인생 최고의 험난한 산’이라고도 했다. 마음은 이팔청춘이지만, 현실에서는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위기의 중년. 40세를 넘어 60세, 100세까지 행복하게 살기 위한 희망 포트폴리오가 절실하다.
김복섭씨는 며칠 전 아내와 크게 다퉜다. 주제는 ‘돈’이었지만, 그동안 서로 간에 쌓인 앙금이 한꺼번에 폭발한 것도 있었다. 은퇴하기 전까지 자식 교육 잘하고 내 집 한 채와 쓸 현금 조금 있으면 행복하고 즐거운 일만 있을 줄 알았는데. 어디부터 어떻게 꼬인 건지, 자식부터 마누라까지 마음에 드는 데라곤 하나도 없다. 은퇴 이후 이런 모습으로 사는 부부가 의외로 많다. 통계청의 '2019년 혼인 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결혼 20년 차 이상 부부의 이혼율이 전체 이혼의 34.7%로 가장 높다. 황혼에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야 할, 아버지와 할아버지 세대들이 어쩌다 심리적, 금전적 Poor의 세대로 전락했을까.
그 어느 때보다 똑똑해져야 산다!
40대는 자영업자든, 직장인이든 대다수가 가장 많은 일을 해야 하는 ‘열혈남아’ 시기이다. 반면, 가정에서는 자녀가 급속도로 성장하는 모습을 간간이 지켜만 봐야 하는 ‘주변인’이기도 하다. 과거 아버지 세대가 그러했듯이 ‘남자’는 가정의 경제 주체로서의 몫만 넉넉하게 수행하면 된다는 생각에서다. 그래서 주말이 되면 “이야기 좀 하자”는 아내와, “오랜만에 놀아 달라”고 조르는 아이를 뒤로하고 내일의 회사 일에 충실하기 위해 ‘낮잠’을 선택하는 ‘우’를 범하곤 한다. 공자는 40세를 스스로 ‘불혹’이라 불렀다.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나이란 뜻이다. 만약, 많은 유혹에 흔들리고, 정작 가장 중요한 것에 집중하지 않으면 마흔 이후 환갑이 되어 원치 않는 ‘황혼이혼’을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40대부터는 그전 20~30대와는 다른 생존법이 필요하다.
40대 중년 남성이 준비해야 할 3가지
1. 아들 같은 남편 되기 필자는 결혼 이후 현재까지 집안의 '돈 관리'를 도맡아 왔다. 다행히 큰 실패 없이 집도 마련하고 딸 하나, 아들 하나 낳아 잘 키우고 있다. 어느 날 회사 상사이자 인생 선배로부터 부부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나이 들어서 '돈'이 없어서 고생하는 경우도 많지만, '돈'이 있어도 부부 금슬이 좋지 않아 속병을 앓는 일이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젊어서 '돈벌이한다'는 명목으로 또는 '회사에서 잘 나간다'며 '아내'를 무시하면 나이 들어서 큰 코 다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말도 곁들였다.
무엇보다도 가정 경제의 전권을 ‘아내’에게 줘야 하는데, 집과 땅, 현금 모두를 주라고 했다. 자녀가 태생부터 엄마를 100% 믿는 것처럼, 남편도 100% 아내를 믿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 징표는 뭐니 뭐니 해도 ‘경제권’이라는 것. 선배는 다음과 같은 조언을 남겼다.
“자네! 그동안 아내에게 선물을 사 주거나 외식을 했을 때 만족한 표정을 몇 번이나 보았나? 사실 많은 남성이 나름 고민해서 값비싼 선물을 하거나 괜찮은 식당에서 외식을 시켜줬다고 생각한다네. 하지만 언제나 아내로부터 돌아오는 것은 ‘돈 좀 팍팍 쓰지’란 시원찮은 반응이야. 남자 입장에서 보면 참 아이러니하지. 아내의 이런 반응을 잠재우는 좋은 방법이 있다네. 내가 자네한테만 일러줄 테니 잘 들어봐!
바로 아내가 관리하는 카드로 아내가 계산해서 사게 하는 거야. 이럴 때는 값비싼 선물이나 음식을 먹지 않더라도 만족도가 매우 높아진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야!”많은 여자가 ‘결혼 이후 큰아들 하나 더 생겼다’고 불만을 토로하곤 한다. 남자는 나이가 들수록 여성의 손길이 간절히 필요한 게 사실이다. 미운 40세가 되지 않으려면 속 썩이지 않는 좋은 아들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
물론, 은퇴 이후 집안에 ‘곰탕’ 끓이는 냄새가 날 때 ‘두려워’ 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그냥 지금처럼 살아도 된다.
2. ‘용돈’ 주는 막내 하나 키우기 40대, 위로는 부모 봉양에 아래로는 자녀 교육에 열을 올리느라 “억” 소리 나는 나이다. 자녀를 낳아 ‘사람 구실(?)’할 때까지 키우는 데는 적어도 23년 이상이 걸린다. 태어나서 23~24세까지 매달 50만 원씩만 양육비와 교육비로 쓴다고 해도 1억 4,400만 원이다. 이렇게 오랫동안 잘 키운다 한들 경제적으로 무언가를 바라기는 어려운 세상이다. 사실 더 달라고 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이런 자녀 말고, 10년~15년 잘 키워주면 월 50만 원씩 아니 그보다 적더라도 정해진 일자에 꼬박꼬박 용돈을 챙겨 주는 자식이 있다면, 한 번 키워볼 의향이 있는가?
그런 효자 효녀가 바로 ‘연금’이다. 키울 때 큰 사고도 치지 않고, 보내주는 ‘용돈’도 차곡차곡 쌓았다가 부모님께 돌려줄 생각부터 하는, 말 그대로 자식 중에 하나쯤은 있으면 아주 좋을 기특한 자식이다.
오래 키울 필요도 없다. 15년 정도 키우면 효자 노릇 톡톡히 한다. 심지어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까지 말이다. 배 아파 낳은 자식은 아니지만, 가장 가까이서 현실적으로 도와줄 자식이니 빨리 하나 낳기를 바란다.
3. 아내와 함께하는 취미 개발하기 40대는 부부가 같이할 수 있는 취미를 만들 수 있는 마지막 시기이다. 남자들이 하는 가장 흔한 실수 중 하나가 50대 후반 은퇴할 즈음이 되어서 아내에게 불쑥 ‘전원생활’을 강요(?)하는 것이다. 대다수 여성은 남성과 달리 ‘전원생활’을 꿈꾸지 않는다. 남자들이 생각하는 고향의 향기와 그리움, 포근함과 달리 여자들에게 전원생활은 모든 것이 불편할 뿐이다. 주변에 친구도 없고, 이제 좀 놀아야 하는데 꺼리도 하나 없다. 그렇다고 남편과 취미가 같아서 같이 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자! 40대 초반이라면 가장 좋고, 40대 후반이라도 좋다. 부부가 함께할 수 있는 취미를 만들어보자. 50대 은퇴 이후 대다수 남편은 집에서 TV 뉴스 보고, 봤던 뉴스 신문으로 다시 보는 반복적인 생활에 일부 소일거리가 태반이다. 이렇게 되지 않으려면 부부간의 취미의 격차가 크지 않을 때 서로 대화하면서 공통적인 취미거리를 찾아 나서야 한다. 어떤 50대 부부는 지난 8년 동안 텃밭 가꾸기와 음악회를 같이 다닌다고 했다. 이렇게 같은 취미를 만드는 데 8년이란 시간이 필요했다는 얘기다.
앞서 언급한 3가지는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많은 재무전문가가 말하는 ‘돈’만 준비된다고 인생 후반부에 행복이 즐겁게 웃으며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돈’ 이외 반드시 준비하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 노후를 같이 하게 될 반려자에 대한 배려, 즉 비재무적 목표이다.
이 글이 부부가 같은 마음으로 한 곳을 바라보며 지금보다 더 행복한 꿈을 꿀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남자의 로망은 40부터! 아내와 함께”라는 점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