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걱정쟁이 Dec 31. 2022

송년 유감

놓지 마, 정신줄!

한 해가 또 끝났다. 올해도 역시 썩 쉬운 한 해는 아니었다. 직업에 있어서의 기대치는 올라갔고 이사도 해야 했다. 나 자신을 좀 바꿔보려고도 했지만 사람 쉽게 안 바뀐다는 새삼스러운 깨달음만 곱씹었다. 요컨대 다른 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뜻이다.

세상에 나온 지 서른 해가 지났고 직장 생활을 시작한 지도 오 년이다. 옛날 공자께서는 나이 서른이면 뜻을 세워야 한다 하셨는데 나는 대체 세울 뜻이 있기나 한지 모르겠다. 언젠가 다른 사람들처럼 결혼을 하고 아이를 길러 아웅다웅하며 살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한다. 그건 그냥 예상되는 삶의 모습일 뿐 내가 인생에서 이루고자 하는 것 그 자체는 아닐 것이다. 문제는 이루려는 게 무엇인지조차 모르겠다는 거지만.


뜻을 세우지는 못했으되 깨달음은 하나 얻었다. 삶은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살아야 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정신줄을 잡아야 한다는 뜻이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제때 처리하고, 시간에 쫓기는 게 아니라 내가 시간을 조정해서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 이제까지 나는 다른 사람들과는 어딘가 묘하게 어긋난 시각으로 세상을 관찰하며 내가 줏대 있게 산다고 착각했는데 아주 주제넘은 오산이었다. 뚜렷한 목표와 구체적인 계획 없이 눈앞에 쏟아지는 일들을 허위허위 쳐내며 '닥치면 어떻게든 하게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가 낭패를 본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취재는 계획 없이 미루고 미루다 기사를 쓰는 날에 곤욕을 치렀고, 집을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게 급하게 가계약을 했다가 생돈을 날리기도 했다.


올해는 친구들이 참 많이 결혼했다. 그들이라고 바쁘지 않은 게 아니었겠지만 다들 훌륭하게 혼사를 치르고 신혼집을 구했다. 한 직장에 머무르지 않고 이직을 한 친구도 있고 나름의 방식으로 자기 계발도 멈추지 않고 있다. 아마 재테크에도 관심이 많을 것이다. 다들 그렇게 어른이 돼 가고 있는데 나는 아직도 철이 덜 들었다.


이 일을 계속할까, 다른 진로를 택하게 될까. 나는 인생에서 뭔가 이뤄낼 수 있기는 할까. 거시적인 고민이 항상 머릿속을 떠나지 않지만, 그걸 핑계로 지금까지처럼 될 대로 되라며 살다가는 내 삶이 어떤 꼴이 될지 모르겠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 기본적인 앞가림부터 잘하고 나서 다음을 생각해야겠다. 역시 옛사람 말 틀린 것 하나 없다.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