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 내고 선택 못하는 유튜브

광고 없는 유튜브, 왜 음악까지 사야 할까?

by 오후한시오분

광고 없는 유튜브는 흥미롭게도 동영상이 아닌 뮤직에서 시작되었다. 2014년 11월 '뮤직 키(Music Key)'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이 서비스는 2015년 10월 '유튜브 레드(YouTube Red)'로 이름을 바꾸며 월 9.99달러에 광고 없는 시청 서비스를 제공했다. 소비자들은 동영상에도 이런 광고 없는 서비스를 만들어 달라고 했고, 2018년 6월에 이르러서야 현재의 '유튜브 프리미엄'이 탄생했다. 이때 기존 유튜브 레드에 업그레이드된 유튜브 뮤직을 결합한 종합 서비스로 변모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2016년 12월 유튜브 레드로 서비스가 시작되었지만 당시엔 월 7900원에 음악 서비스 없이 제공됐다.

스크린샷 2025-07-09 094849.png ▲ 유튜브 프리미엄과 뮤직의 끼워 팔기 / AI 생성

사건의 전말: 2년간의 조사 끝에 타협점 찾기


광고 없는 유튜브를 보려면 음악도 함께 들어야 한다고? 이런 의문을 품은 소비자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로 이것이 문제가 되어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섰다. 바로 구글의 '유튜브 프리미엄 뮤직 끼워 팔기' 사건이다. 이 사건의 시작은 유튜브 프리미엄이 등장한 2018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구글코리아가 광고 없는 동영상 시청 서비스인 '유튜브 프리미엄'을 출시하면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유튜브 뮤직'을 결합해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광고 없는 유튜브 동영상만 보고 싶어도 월 1만 4900원짜리 프리미엄 요금제를 구독해야 했다는 점이다. 유튜브 뮤직 단독 서비스(월 1만 1990원)는 있었지만 유튜브 동영상 단독 상품은 없었다. 이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국내 음원 서비스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제목처럼 내가 돈을 내고도 희망하는 상품만 선택할 수 없는 것이다.

스크린샷 2025-07-09 095315.png ▲ 공정거래위원회 보도자료 발췌

공정위는 2023년 2월부터 조사를 시작했고, 2년 3개월여 만에 구글이 일종의 자진 시정안인 동의의결을 신청하면서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구글은 자진시정안으로 유튜브 동영상 단독 상품인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를 국내 출시하고 300억 원 규모의 상생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동의의결 제도는 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구글 같은 사업자가 스스로 시정방안을 제시하면 공정위가 위법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이미 해외에서는 많이 활용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건수가 늘고 있다. 일부에서는 공정위가 면제부를 준다는 비판 시각도 있지만 면죄부도 자율규제도 아닌 '제3의 해결책'이라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


다른 나라에선 살 수 있다


조만간 우리도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 쉽게 뮤직을 뗀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게 된다. 이런 상품인 현재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는 미국, 호주, 독일, 태국 등 소수 국가에서만 운영되고 있다. 각국의 가격을 살펴보면 미국은 $7.99(약 1만 1,000원), 호주는 AU $8.99(약 8,000원), 독일은 €5.99(약 9,600원), 태국은 ฿119(약 5,000원) 수준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가격은 월 8,000원~1만 원 선으로 예상된다.

스크린샷 2025-07-09 095514.png ▲ 구글 유튜브 홈페이지 캡처

허니버터칩 광풍을 기억하시나요


2014년 대한민국에는 허니버터칩 광풍이 불었다. 이런 와중에 당시 폭발적 인기를 끈 허니버터칩을 다른 제품과 묶어 파는 행위가 문제가 되었다. 정재찬 당시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는 “비인기상품과 같이 구입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끼워팔기로 조사할 수도 있다”라고 했다.

photo_2025-07-09_09-59-06.jpg ▲ 동아일보 관련 보도

실제 해태제과는 내부 문서에서 '주력품목 4종 3+1 On-Pack 전략'을 계획했다. 소비자는 허니버터칩을 먹기 위해 원치 않는 다른 상품도 사야 하기 때문에 내 돈을 내고도 선택을 할 수 없는 유튜브와 닮았다. 이런 논란을 의식해 해태제과는 ’허니버터칩 끼워 팔기 전면금지’ 지시를 내렸다. 이를 조사한 공정위도 "규모가 미미하고 제과시장의 특성을 고려할 때 강제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처벌하지 않았다. 끼워팔기가 쉽게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은 허니버터칩 사건에서 잘 드러난다. 이 사건은 끼워 팔기 성립을 위해서는 단순한 묶음 판매를 넘어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한 강제성이 핵심임을 보여준다.


우리에겐 남긴 것


기업으로서는 인기 없는 상품을 인기상품과 끼워 팔면 매출을 늘리면서 재고도 줄일 수 있기 유혹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결국 피해를 보는 건 소비자다. 소비자가 원하는 서비스만 선택할 수 있는 권리는 보장되어야 한다. 또 유튜브는 동영상과 뮤직을 동시에 구독하고 싶은 소비자도 있기 때문에 현재의 묶음상품도 폐지하지 않도록 공정위가 감시해야 한다.

스크린샷 2025-07-09 100324.png ▲ 끼워 팔기에는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 / AI 생성

결국 이번 사건은 디지털 시대의 끼워팔기가 단순한 물리적 결합을 넘어 플랫폼 생태계 전반의 지배력 남용으로 진화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앞으로도 빅테크 기업들의 유사한 행위에 대해서는 더욱 정교한 규제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소비자의 선택권과 시장의 공정성을 보장하면서도 기업의 혁신 의지를 꺾지 않는 미묘한 줄타기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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