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은 손만 흔들었는데… ‘배회영업 수수료’의 숨겨진 진실
길거리에서 손을 흔들어 택시를 잡는 당신, 목적지에 도착해서 낸 택시비의 20%가 카카오에게 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앱 한 번 켜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이게 지금 택시업계와 공정거래위원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배회영업 수수료' 논란의 핵심이다.
2019년 12월,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블루'라는 가맹택시 서비스를 시작했다. 전국 6만여 대의 택시가 카카오 브랜드를 달고 운행을 시작했고 이들은 카카오에게 전체 운임의 20%를 수수료로 지급하기로 했다. 로열티, 홍보·마케팅, 관제시스템, 플랫폼 이용료 등이 포함된 '토털 패키지' 서비스의 대가라는 것이 카카오의 설명이었다.
문제는 이 20%가 카카오T 앱으로 호출한 승객뿐만 아니라 길거리에서 손을 흔들어 잡은 승객(배회영업)과 다른 택시 앱으로 호출한 승객의 요금에도 동일하게 적용됐다는 점이다. 카카오T 플랫폼을 전혀 이용하지 않은 운행에도 '플랫폼 이용료'가 부과되는 모순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더욱 문제가 된 것은 이런 수수료 구조가 가맹계약서에 명확히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계약서에는 단지 '운송서비스 제공의 대가로 지급받는 운임 합계의 20%'라고만 적혀 있었을 뿐 배회영업이나 타사 앱 호출 수익도 포함된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었다.
"빈 차로 도로를 돌아가 빈차등 보고 손들어 태운 손님 택시 매출에는 왜 수수료를 착복합니까?"
카카오 가맹택시 기사의 이 절절한 민원이 공정위에 접수된 것은 2023년이 되어서였다. 5년 가까이 모르고 낸 수수료가 부당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기사들의 항의가 쏟아져 나왔다. 공정위 조사 결과 다수의 가맹 기사들이 카카오T 배차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수수료를 낸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명백한 가맹사업법 위반 행위였다.
공정위는 2025년 1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카카오모빌리티 가맹본부들에 제재를 가했다. 먼저 대구·경북 지역 가맹본부 DGT모빌리티에 2억 2,8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이어 전국 가맹본부인 KM솔루션에는 38억 8,200만 원이라는 가맹사업법 시행 이후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가맹 기사들이 카카오T블루 호출을 이용하지 않은 경우에도 배차 이용료 명목의 가맹금을 수취하는 것은 가맹사업법상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부당한 계약조항 설정"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사용하지도 않은 서비스에 요금을 부과하는 행위는 통상의 거래 관행으로 보기 어렵다"라고 명시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즉각 행정소송으로 맞섰다. 이들의 주장은 명확했다. "카카오T 가맹 택시 상품은 콜 중개를 비롯해 관제, 회계, 재무 등 인프라 시스템, 브랜드 홍보 및 마케팅 등 택시 사업 운영 전반에 관한 서비스를 모두 묶어 제공하는 일종의 '토털 패키지'"라는 것이다.
특히 카카오는 "배회영업이나 타 회사 앱 콜을 수행할 때도 실시간 수요지도 등 플랫폼 이용 서비스를 포함한 모든 인프라를 언제나 동일하게 제공해 왔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배회영업에만 낮은 수수료를 적용하면 콜 골라잡기가 용이한 환경이 조성되어 서비스 품질 저하와 승객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행정소송이 진행 중인 가운데 묘한 일이 벌어졌다. 정치권이 먼저 움직인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은 2025년 7월 4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택시 플랫폼 가맹사업자가 배회영업이나 타사 앱 호출로 발생한 운임에 대해 수수료를 부과하지 못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박 의원은 "택시 기사가 직접 잡은 승객에게까지 수수료를 물리는 구조는 불합리하다"라며 "공정한 시장 질서 확립과 택시 노동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입법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현재 상황은 매우 복잡하다.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은 이미 내려졌지만 카카오모빌리티의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어서 실제 이행은 유예된 상태다. DGT모빌리티의 경우 서울고등법원이 집행정지 가처분을 인용했고, 케이엠솔루션도 마찬가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흥미로운 점은 카카오모빌리티가 2023년 '콜 몰아주기' 사건에서 271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가 2025년 5월 서울고등법원에서 승소한 전례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카카오 측에게 법적 대응에 대한 자신감을 준 것으로 보인다.
배회영업 수수료 논란은 단순한 택시업계의 갈등을 넘어서는 의미를 갖는다. 이는 디지털 플랫폼 시대에 전통적인 사업 방식과 신기술 간의 충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첫째, 계약의 투명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토털 패키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주장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를 계약서에 명확히 명시하지 않은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은 자신들의 복잡한 서비스 구조를 이용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 둘째, 시장지배력에 따른 책임도 커졌다. 전체 가맹택시의 78%를 차지하는 카카오T블루의 시장지배력을 고려할 때 이들의 수수료 정책은 개별 기업의 경영 판단을 넘어 사회적 영향을 미치는 공공성을 갖는다. 셋째, 법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메우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진행 중인 박용갑 의원의 법안 발의처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대응하는 법적 프레임워크의 신속한 구축이 중요하다.
약 3,000억 원 규모로 추산되는 이 수수료 논란의 결말은 단순히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기사들 간의 갈등 해결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이는 앞으로 우리가 맞이할 플랫폼 경제 시대의 공정한 룰을 만들어가는 중요한 시초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