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찾은 유튜브 ‘선택권’

유튜브 프리미엄, 공정위의 칼날 맞다

by 오후한시오분

"어? 광고 없는 유튜브만 보고 싶은데, 왜 음악까지 사야 하지?" 아마 많은 이들이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로 이게 문제가 돼서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섰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한국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자유'를 되돌려주는 소식이 들려왔다. 공정위에서 발표한 구글 동의의결 잠정안 덕분에 이제 유튜브 프리미엄에서 정말 원하는 것만 골라서 쓸 수 있게 됐다.


이제 유튜브 상품도 선택 가능


앞으로는 마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메뉴를 고르듯 여러 옵션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는 안드로이드 기준 월 8,500원, iOS 기준 1만 900원이다. 기존엔 최대 1만 9500원을 내야 했으니까 까 절반 가격 전후로 떨어진 것이다.


물론 가격이 저렴한 만큼 기능도 '라이트'해졌다. 일반 동영상 볼 때만 광고가 안 나오고, 음악 콘텐츠에는 여전히 광고가 나오고, 백그라운드 재생이나 오프라인 저장도 안 된다. 쉽게 말하면 '순수 동영상 광고 차단기'라고 보시면 이해가 쉽다.


기존 유튜브 프리미엄은 월 1만 4,900원으로 그대로 유지되면서 1년간 가격 동결까지 한다. 여기에는 유튜브 뮤직, 백그라운드 재생, 오프라인 재생 등 모든 기능이 다 들어있다. 유튜브 뮤직 프리미엄은 음악만 듣고 싶은 분들을 위해 월 1만 1,900원짜리 상품을 그대로 유지한다.

▲ 공정거래위원회 보도자료 발췌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유튜브 라이트


재미있는 건 한국의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 가격이 전 세계적으로 봐도 꽤 경쟁력 있다. 미국은 월 1만 900원, 영국은 1만 3,800원 정도인데 우리는 8,500원이다. 정가 대비 할인율로는 더 크다. 한국은 57.1%로 미국(57.11%)보다 조금 더 저렴하다. 이건 안드로이드 기준이고, iOS는 앱스토어 수수료 때문에 조금 더 비싸게 된다.


구글이 준비한 300억 원 규모의 상생 방안도 꽤 볼 만하다. 150억 원은 소비자들 주머니로 직행한다. 신규 가입자와 기존 이용자 중에 라이트로 갈아타는 이들에게 2개월 무료 체험을 제공한다. 이건 전 세계 최초 혜택이다. 그리고 재판매사를 통한 할인 상품도 있어서 약 210만 명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나머지 150억 원은 음악 산업 지원에 쓰인다. 4년간 48팀의 신진 아티스트를 발굴해 육성하고 8팀의 해외 진출을 지원한다.

▲ 유튜브 홈페이지

소비자 입장에서 뭐가 달라질까?


가장 큰 변화는 '선택의 자유'다. 그동안 멜론이나 지니, 스포티파이 같은 다른 음악 서비스를 쓰는 사람들도 광고 없는 유튜브를 보려면 억지로 유튜브 뮤직까지 사야 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 없다. 여기에 돈도 아낄 수 있다. 기존 프리미엄 이용자 중에 유튜브 뮤직 안 쓰던 분들은 월 6,400원씩 절약할 수 있다. 1년이면 7만 6,800원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앞서 밝힌 대로 라이트해지는 기능들이다. 백그라운드 재생이 안 되니까 다른 앱 쓰거나 화면 끄면 영상이 멈춘다. 오프라인 저장도 안 되고, 음악 콘텐츠랑 쇼츠에는 여전히 광고가 나온다. 이런 기능을 요긴하게 쓰던 이들에겐 아쉬울 수밖에 없다.

▲ 공정거래위원회 보도자료 발췌

동의의결, 이게 뭔가요?


이번 사건에서 주목받는 게 바로 '동의의결 제도'다. 간단히 말하면 "처벌하지 마세요. 우리가 스스로 개선안을 가지고 올게요."라고 약속하면서 사건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공정위에서 "유죄냐, 무죄냐"를 따지지 않고 대신 실질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해결하는 제도다.


장점은 무엇보다 속도다. 보통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은 수년이 걸리는데 동의의결은 1년 정도면 끝난다. 소비자들이 빨리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점이 최대 장점이다.


하지만 '면죄부' 논란도 있다. 구글의 잘못을 확실히 판단하지 않고 넘어가는 거라서 특히 국내 음원 업체들이 "7년간 끼워팔기로 시장 독점하고 300억 원만 내면 끝?"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또 구글은 "우리는 잘못하진 않았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잘못은 안 했지만 동의의결은 하겠다'라는 다소 모순된 입장이 나온다.

▲ 유튜브 홈페이지

언제쯤 쓸 수 있을까?


지금 이해관계자들 의견을 듣고 있고(7월 15일~8월 14일) 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 확정되면 구글은 90일 안에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를 출시해야 한다. 출시 후에도 안정성은 보장돼서 최소 1년간 가격 동결이고 그 후 4년간은 해외 주요 국가들보다 비싸게 받으면 안 된다.


이번에 사건에서 중요했던 건 소비자들의 목소리다. "왜 음악까지 사야 하지?"라는 우리의 불만이 결국 변화를 이끌어냈다. 또 아무리 큰 기업이라도 국내에서 사업하려면 공정한 룰을 지켜야 한다는 점도 되새겨 볼만한 대목이다. 법정에서 몇 년씩 다투는 것보다 동의의결로 실질적인 혜택을 빨리 주는 게 때로는 더 나을 수 있다는 점도 다시 한번 강조됐다.

▲ 유튜브 홈페이지

마무리하며


이번 사건은 단순히 유튜브 요금제가 하나 더 생긴 것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도 소비자가 원하는 것만 골라서 쓸 수 있는 권리, 그리고 그 권리를 지키기 위한 우리 사회의 노력을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이런 '선택의 자유'를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관심과 목소리가 계속 필요할 것 같다. 작은 목소리가 모여서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이제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 출시만 기다리면 된다. 과연 얼마나 이들이 새로운 선택지를 택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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