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름 Jun 03. 2024

내면의 욕망에 충실한 사람

나다운 건 무엇인가?


기록이라는 도구


“저 자신을 알 수 있도록 도와준 도구는 바로 ‘기록’이었습니다. […] 기록을 통해 일련의 생각과 행동을 살펴보니 하나로 또렷하게 정의할 수 없어도 큼직하게 그려지는 저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 퇴사합니다. 독립하려고요 (김시내, 최수현)


요즘 읽는 책들의 저자들은 기록을 통해 자기 자신을 더 잘 알게 되었다고 한다. 올해 초 나도 나를 더 알아보자는 취지로 ‘carefree 프로젝트’라는 걸 블로그에 기록하기 시작했다.

* carefree 프로젝트:
https://blog.naver.com/gr2nb2/223341384950


당시의 나는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먹을 것인가처럼 사소한 것부터 진로나 커리어처럼 큼지막한 것까지 모두 직접 선택하는 자기 결정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중시했다. 그리고 ‘어떤 걸리적거리는 마음의 짐이나 번민 없이 평온하고 평화로운 삶 살기’를 내가 꿈꾸는 미래로 꼽았다.


작년 하반기에 창업을 하면서 걱정도 고민도 많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모두 나중으로 미루고 지금 당장 팀리더로서 ‘해야 할 일들’에만 집중해서 오히려 집단이 아닌 나를 위한 시간을 갖고 자유로운 선택이 가능한 반대의 삶에 목말랐던 것 같다.



5개월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지난 5개월 동안 난 아침에는 운동과 독서처럼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고, 오후 3시부터 7-8시까지는 영어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저녁에는 도서관에 잠깐 들러서 책을 읽거나 집에서 좋아하는 미드를 보고,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하거나 애인과 데이트하는 삶을 살았다. 올 초에 가고 싶은 회사가 있어서 입사 지원을 준비하다가 졸업을 안전하고 완전하게 끝마치기 위해 취업을 미루고 선택한 삶이었다.


처음엔 나름 만족스러웠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일상이 너무 단조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의 여유로움도 좋고 주말에 보내는 귀중한 시간도 좋았지만 무언가 밋밋한 느낌이었다. 그러다 답답한 마음에 핸드폰 메모장을 켜서 이렇게 적었던 기억이 있다. ‘아이디어를 내고 회의하는 재밌는 일’.


최근 접한 문장 중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을 가장 적확하게 드러낸 것은 이 표현들이다.

“성장을 갈구하는 마음과 여유로운 삶에 대한 동경이 공존”
“자유롭고 동시에 치열한 삶”



치열한 삶을 갈구하다


 초의 나는 분명 여유로운 삶을 원했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치열한 삶을 원한다. 조직에서 1인분을 해내는 사람이 되어 내가 하는 일이 성과물로 드러나는 일.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밤낮으로 머리를 싸매고 여기저기 레퍼런스를 찾으러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활보하고 동료들과 몇 시간의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리는 일. 그런 일을 하고 싶다.


돌이켜보면 나는 이런 일을 할 때 가장 즐거웠다.


* 학교 영자신문사에서 일하면서:

매달 써야 하는 기사 대여섯 개를 위해 기사 주제를 리스트업 하고 하나씩 자료조사를 하면서 ‘이건 안 되겠네’ 지우며 추리고, 글을 쓰고 동료들과 모여 4시간 동안 편집회의를 하며 모두의 기사를 읽고 피드백하고 수정하고 손에 잡히는 잡지로 완성하는 일.


* 사이드프로젝트 웹서비스 PM으로 일하면서:

쏟아지는 인스타 DM 창을 보며 유저들이 원하는 기능을 만들기 위해 생각하고 적용하고 반응을 보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새벽을 지새우며 일을 하고 그러면서 피곤하기보다 오히려 에너지가 넘치는 느낌.


두 일 모두 학교 공부와 병행하느라 시간도 빡빡하고 일이 많아 받는 스트레스가 있었지만 분명 그건 나를 더 성장시키고 자극하는 긍정의 스트레스였다.


이렇게 한번 나를 거쳐간 경험들이 다시 그때의 삶을 그립게 만든다.



공존하는 삶으로


여유로운 삶이 주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그런 시간은 필요하다. 그러나 하루를 전부 채우기엔 아직 내가 너무 아깝다. 내가 생각하는 나는 젊고, 도전을 즐기고, 발휘할 능력도 가지고 있다. 나는 일이 끝나고 집에 와 지친 몸을 침대에 눕히며 ‘오늘 하루 불태웠다’ 생각하고 싶다.


나는 내가 원하는 내면의 욕망에 충실한 사람이고, 그런 나의 모습이 가장 나다운 것 같다. 미래의 난 이렇게 치열한 일상을 보내더라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 나를 돌아보는 시간은 지키려고 할 것이다.


새로운 곳에 가서 신선한 자극을 얻고 애인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대화하고 나란히 걷는 시간, 그리고 혼자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시간. 지난 5개월 동안, 이런 시간들이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는 걸 알다. 그리고 이제는 이 두 개의 삶이 공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생각하고 바란 것을 이루려고 움직이는 사람이라는 걸 안다.


곧 내 삶은 이렇게 변할 것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