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24컷>
일요일 밤, 또다시 쓰레기봉투 두 개를 묶으며 생각했다.
이번 주도 어김없이 흘러갔고, 나는 다시 이 질문 앞에 서 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엇나간 걸까?"
평일 오전, 항상 저녁에 일이 끝나면 영어공부도 하고 헬스장에도 다녀와야지 생각한다.
“오늘은 최선을 다했으니까 그냥 쉴 거야. 몸이 먼저지.”
“내일은 꼭 헬스장 가자.”
그렇게 자기 합리화의 대화가 머릿속에서 왔다 갔다 하며 오늘도 고요히 무너졌다.
저녁이 되면 오늘은 열심히 일한 나에 대한 보상이다 생각하고 배달음식에 유튜브 비디오를 시청하다 잠에 든다. 내일은 저녁 시간을 알차게 보내자 생각하며 맞이한 아침은 열정이 가득해도, 치열한 하루를 살고 맞이한 저녁엔 열정이 사라지고 보상심리만 남는다.
야근을 해야 해서 늦게 끝나면 그렇게 늦은 시간도 아닌 8-9시면서도 야근을 했으니 집에 들어가 쉬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자기계발은 뒤로 미룬다. 그렇게 목요일쯤이 되면, 평일은 퇴근 후에 그냥 쉬고 주말이 되면 알차게 밀린 영어공부도 하고, 공원에서 자전거도 타는 여가생활도 즐기고, 헬스장에도 다녀와야지 하는 욕심 가득한 계획을 세운다. 그러고 보니 한 번씩 열심히 살던 시절이 있었다.
매일 저녁 영어 단어 20개를 외우고 회화 연습 30분을 하고, 운동에 다녀와서 잠들기 전 책을 읽으려 했다.
부지런해지는 것은 오래 걸리지만 나태해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이젠 그때의 내가 낯설게 느껴진다.
그렇게 애타게 기다렸던 주말은, 소파에 드러누운 채 몇 번의 유튜브 영상과 함께 스르륵 흘러가 버린다.
정신을 차리면, 어느새 일요일 밤이다. 주말은 또 그렇게 증발했다.
일요일 밤이 되면 이틀이 어떻게 이렇게 금방 지나간 것인지 믿을 수 없는 허무함에 빠져 힘없이 쌓여있는 쓰레기를 치운다. 쓰레기 두 봉지, 일주일을 지내고, 주말의 끝에 청소하며 밀린 쓰레기를 모으면 항상 2 봉지의 쓰레기가 쌓인다. 마치 쓰레기 두 봉지가 쌓이는 시간 동안 의미 없이 시간을 보내고 계획했던 일 하나 이루지 못한 내가 한심해 자괴감이 몰려온다. 내 일주일은 쓰레기 두 봉지의 일탈이다.
매주 쌓이는 두 봉지의 쓰레기는 마치 나의 타협과 미뤄둔 계획이 압축된 결과 같다.
하나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의 패배, 또 하나는 토요일부터 일요일까지의 후회.
쓰레기 두 봉지를 버리며 일탈의 시간을 청산하고 한 주를 시작해 보자..
또 한 번 마음을 고쳐 먹는다.
이번 주는 다를 거라 믿으며, 나는 다시 쓰레기봉투 두 개의 일탈을 반복한다.
어쩌면 그 반복 속에, 아주 조금씩 나아지는 내가 있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이번 주말엔 조금 다른 일이 있었다.
토요일 저녁, 운동을 오랜만에 다녀오고 핸드폰을 내려놓고 책도 몇 페이지 읽었다.
별 건 아니었지만, 왠지 다시 조금씩 열심히 살아갈 희망을 얻는다.
다음 주말, 다시 쓰레기 두 봉지를 비울 때 일탈이라 느끼지 않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