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본 별똥별 이야기

<일상 24컷>

by 다오

오후 10시, 가로등 하나 없이 이어지는 고속화도로 위 귀갓길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어둡다.

도로 양옆으로 펼쳐진 풍경은 밭과 산 뿐이라 간혹 멀리 달려가는 차의 붉은 후미등이 유일한 '사람의 흔적'처럼 느껴진다. 서울이라면 아직 북적이는 거리에서 생기를 느낄 시간이지만, 지방 도시 외곽의 밤은 같은 대한민국이라 믿기 어려울 만큼 고요하다.


타지 생활이 어느덧 2년이 되어가지만, 퇴근길의 풍경은 그저 익숙해졌을 뿐, 마음까지 적응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처음엔 이 어둠이 주는 스산함이 싫어 항상 친구나 부모님과 통화하며 귀갓길을 채우곤 했다. 별것 아닌 이야기라도, 누군가와의 대화는 이 어두운 도로를 북적이는 서울 거리에 있는 것처럼 풍요롭게 만들어줬다.

때로는 음악 감상도 했다. 조용한 도로 위에 나밖에 없고 마침 내 차의 스피커는 꽤 좋았다. 음악을 즐기기에 최적의 환경이었다. 좋아하는 노래를 크게 틀고 신나게 따라 부르다 보면 어느새 집 앞에 도착해 있었다. 그래서인가 그렇게 즐겨가던 코인 노래방도 생각나지 않아 한참 동안 안 갔던 것 같다.


하지만 모든 날이 신날 수는 없는 법이다. 어떤 날들엔, 조용한 도로를 달리며 머릿속 어딘가에 떠다니던 고민들을 들여다봤다. 그렇게 한 번씩 차 안에서 고민의 시간을 가지다 언제부턴가 자연스레 통화도, 음악도 줄어들고 어두운 도로 위는 쌓여있던 생각들을 마주하는 공간이 되었다.


도로 위에서의 시간은 내가 잘한 일보다는 아쉬운 순간을 떠올리게 했고, 기대보다는 걱정, 가능성보다는 두려움을 불러냈다. 타지생활이 익숙해졌다고는 해도 친한 친구들과 가족들과 떨어져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내던 생활 속에서 내면 깊이 자리 잡은 외로움이 해소되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인가 불필요한 걱정, 고민이 늘어난 것 같다.


어제도 어김없이 어두운 길 위를 달려 집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차 안은 조용했고 관성처럼 또 쓸데없는 고민과 걱정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때 한 낡은 트럭이 덜컹거리며 나를 추월해 갔다. 트럭 뒤에서 간신히 매달려 흔들리는 작은 노란 불빛이 시야에 들어왔다. 곧 떨어질 듯 위태로워 보이면서도, 이상하게 정이 가는 빛이었다. 빛바랜 붉은 후미등보다는 밝지만, 눈을 찌푸릴 정도는 아니라 편하게 바라볼 수 있었던 노란빛. 아무 말 없이 멀어지는 그 불빛이 어쩐지 마음 한편을 다정하게 쓰다듬는 것 같았다.


트럭이 저만치 멀어지며 그 노란빛도 서서히 시야에서 사라졌다. 꼭 별똥별처럼, 짧지만 묘하게 마음에 남는 순간이었다. 괜히 어릴 적 동심 어린 마음으로 밤하늘을 올려다보던 때가 떠오르고, 복잡했던 생각들이 잠시 고개를 숙였다. 이렇게 어두운 길도, 어떤 생각을 하는지에 따라 제법 괜찮은 공간이 될 수 있구나 싶었다. 매일같이 반복되던 이 도로 위의 습관도, 이제는 조금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누군가에겐 그저 낡고 흔들리는 등불이었겠지만, 내겐 다정한 위로를 건네준 작은 별똥별이었다.

별것 아닌 것도 누군가의 마음에 닿는 순간 특별해질 수 있나 보다. 아무렇지 않게 스쳐 지나갈 수도 있었던 장면이 이상하게도 여운이 남는다. 덕분에 도로 위에서 더 이상 걱정과 고민에 빠져있지 않을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쓰레기 두 봉지의 일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