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니 할 게 있다더라.
2019년 회고를 쓴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약 1년이 지나버렸다.
2020년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일 투성이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예상하지 못했던 건 'COVID-19 팬데믹'이 아니었나 싶다. 일명 코로나로 불리는 COVID-19가 처음 유행할 때만 해도 빠르게 종식될 거라고 봤는데 이렇게 길어지면서 우리의 삶에 통째로 영향을 줄지는 몰랐다. 회사차원에서는 계획했던 모든 게 미뤄지고 회사 전략을 수정해야 하는 일이 발생했다. 전사 차원의 재택근무도 처음 도입했다. 다들 처음에는 재택근무하면서 출퇴근 시간을 아낄 수 있어 좋아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사무실의 쾌적한 근무환경과 동료들과의 수다 타임을 그리워했다. 어느 정도 코로나 유행이 잠잠해지면서 다시 사무실 출근을 할 수 있어 좋아했지만, 광복절 이후론 사무실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채로 업무를 봐야 하는 등의 변화에 다들 힘들어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회사가 코로나로 인해 휘청일 정도는 아니었고 지속적으로 채용을 시도하거나 새로운 서비스와 기능을 출시할 수 있는 환경이 유지되었다는 것이다.
외부 상황이 좋지 못하다 보니 내부 분위기도 덩달아서 쳐지긴 했지만 그래도 다 같이 서비스를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하고 싶어 해서 다양한 시도를 진행해볼 수 있었다.
1. 조직개편
기존 에멘탈의 조직은 직군별로 프런트엔드팀, 백엔드팀, 디자인팀, 매니저팀, Black팀(TF)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각 팀별 매니저가 없었고, 어떤 기능을 만들어야 할 경우엔 에픽 단위로 팀이 다시 재구성되었다 원래로 돌아갔다 하는 (헤쳐 모여)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각자의 자율성의 중시되는 장점이 있었지만, 에픽이 종료되면 에픽에서 만들어진 기능에 대한 책임을 지속적으로 가져가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PM 역할을 CTO가 거의 전담하고 기획자인 내가 서포트하는 형태로 업무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이런 업무 형태는 어느 순간 병목현상을 초래하면서 일정관리가 전혀 되지 않는 문제를 일으켰다. 그래서 각 팀별로 업무 일정과 이슈 할당에 대해서 매니징 할 조직장을 두는 형태로 조직개편이 진행되었다.
Product팀, RnD팀, Black팀, CRM팀으로 나누고, 주요 서비스 기능 개발은 Product팀에서 진행하고 RnD팀에서는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시스템 개발, Black팀에서는 파트너를 위한 콘텐츠 개발, CRM팀에서는 고객 운영 및 마케팅을 담당하기로 결정했다. Product팀에 대부분의 조직 구성원들이 포함되어 가장 큰 조직이 된 상태로 운영되었지만 전담 PM이 생기면서 오히려 이전보다 일정 조율이나 이슈 관리가 수월해졌다. 나는 CTO 서포트로 하던 일정 관리를 하지 않고 기획 업무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었던 점도 좋았다. 그리고 이런 조직개편으로 나와 디자이너들 간의 소통이 활발해지면서 서로에 대한 업무 방식에 대해서 좀 더 이해할 수 있어 좋았다.
2. 사장님을 위한 자동 리포트 개발
기존에는 세무대리인 파트너를 위한 기능 위주로 기획하고 개발을 했다면, 올해는 거의 처음으로 사장님만을 위한 자동 리포트를 개발해서 서비스하고 있다. 처음 기획할 때만 해도 "가능할까? 그리고 좋아할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확신이 별로 없었는데, 서비스를 출시하고 나서는 처음 가졌던 의문이 사라졌다. 유저는 생각보다 우리가 발행하는 리포트를 좋아해줬고, 피드백도 적극적인 편이었다. 이 덕분에 좀 더 유저 친화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우리가 발송하는 리포트를 얼마나 열어보는지 오픈율을 확인하기 위해서 데이터를 예전보다 자세히 들여다보고, 더 나은 KPI를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가설을 세우면서 실험해보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이 리포트 하나로 모바일에서 부족한 기본 기능들이 눈에 보이면서 연관된 기능도(카테고리별 알림 on/off 같은 거) 개발해서 붙일 수 있게 되었다.
3. OKR 도입
마케터분이 OKR 도입에 아주 적극적이어서 대표님과 논의한 끝에, 인사담당자가 없지만, 마케터분이 주도해서 OKR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매주 OKR 체크인 및 회고 회의도 하고 OKR 파티도 하고 하반기는 OKR로 정신없이 지나갔던 것 같다. 이제 2번째 OKR이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아직 (나를 포함한) 구성원들의 OKR 이해도가 부족해서 O와 KR을 정하고 Align을 맞추는 게 어려웠다. 그래도 OKR을 진행한 덕분에 각 팀 매니저가 매주 구성원들의 생각을 듣고 모두 정리해서 경영진에게 전달하고 적극 반영될 수 있게 노력해주어 회사가 좋은 방향으로 발전해나갈 수 있는 것 같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번엔 더 나은 OKR을 정하고 업무를 진행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작년 회고를 보면 외부활동을 꽤 했었는데, 올해는 시국이 시국인지라 외부활동을 많이는 못했지만 그래도 기억에 남을만한 일이 있어 회고에 남겨본다.
1. 팟빵 데이터홀릭 출연
2019년 연말에 마소콘(MASOCON)에 발표자로 참가한 인연으로 데이터홀릭의 박박사님을 알게 되었는데, 사실 그때만 해도 데이터홀릭이라는 팟빵이 있는 줄도 몰랐고 이렇게 유명한 줄도 몰랐다. 그러다 우연찮은 기회에 박박사님이 출연을 요청해주셔서 데이터홀릭에서 회계 데이터를 주제로 녹음을 진행했었다. 녹음은 하루에 2시간에 걸쳐 진행되었고 2회 차에 걸쳐 방송되었다. 관련 회차 링크는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facebook.com/dataholic4/posts/913669222428488
https://www.facebook.com/dataholic4/posts/919185865210157
녹음 진행 후 진행자분들과 좀 친분(?)이 쌓이고 나서 고고학은 데이터라는 주제를 가지고 한번 더 녹음을 진행했다. 처음 녹음했을 때와는 다르게 덜 긴장하고 차분히 말하고 나왔는데, 이 방송은 고고학이 데이터랑 뭔 상관이냐는 청취자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ㅠㅠ) 그래도 재밌게 이야기하고 나왔으니까 그걸로 만족하고 있다. 관련 회차 링크는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facebook.com/dataholic4/posts/969350490193694
https://www.facebook.com/dataholic4/posts/974484543013622
2. 브런치
올해는 작년처럼 브런치 매거진 하나를 완성해야겠다는 목표가 딱히 없어서 브런치에 발행할 글을 쓰기가 참 어려웠다. 그래도 Web UX 개선 프로젝트 매거진 (brunch.co.kr)도 시작했고, 기존에 매거진으로 발행해서 완료까지 냈던 것을 [브런치북] 초보기획자, 회계서비스를 기획하다 (brunch.co.kr)으로 재발행해보는 실험도 해봤으니 이 정도면 선방한 거 아니냐며 스스로 칭찬해주고 있다.
2020년에는 계획한 걸 100% 달성해보려고 목표도 쥐꼬리만큼 잡았는데, 지금은 다 Archive에 들어가 있고 삼봉이 중성화만 남았는데 이것마저 내년으로 넘기게 생겼다. 핑계를 대자면 코로나 영향 + 엄청 다사다난했던 개인사 때문이랄까. 사실 처음에는 2020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이 나질 않아서 다른 사람들처럼 회고랍시고 써도 별로 쓸게 없으면 어쩌지 걱정도 했었다. 목표도 하나도 달성 못하고, 너무 정신없기만 했었던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생각해보니 회사에서도 개인적으로도 기억에 남을만한 일들이 있었다는 게 떠올랐다. 생각해보니 회고할 게 있었다. 회고할 게 있다는 사실이 왠지 기뻤다.
목표했던 것은 하나도 이루지 못했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의외의 결과물을 내놓았으니 2020년을 아주 허투루 보낸 것은 아닌 것 같아 조금 안도감이 든다. 그래서 이번에는 신년 계획을 안 세울까 하다가 계획이 없는 삶은 뭔가 어색해서 일단 세워보고 내년 회고 때 다시 반성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세운 2021년 신년 계획은 아래와 같다.
도로연수받기(장롱면허 탈출!)
삼봉이 중성화
저축하기
꾸준히 운동하기
한 달에 한 번 글쓰기
삼봉이 중성화시키는 것 말고는 전부 어렵겠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봐야지. 그리고 못하면 또 못했다고 솔직하게 적고 다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