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회 회원의 남편이 천국에 간 뒤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며
오늘 아침, 나는 며칠 전 남편을 떠나 보낸 동호회 회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위로를 하려고 했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깊은 절망에 잠겨 있었다. 77세의 남편이 코로나에 걸려서 4년 이상을 병중에 있다가 떠났다 그리고 떠나기 전 마지막 쓸개 제거 수술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을 털어놓았다. 죽기 전 2주일 동안 산소마스크를 쓰고 사지가 묶인 채로 고생하다 간 것에 대한 죄책감이 그녀를 짓누르고 있었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그녀의 흐느낌 앞에서 나는 무력했다. 세상은 그녀에게 무엇으로 위로를 해줘야 할까 생각해봐도, 방법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다. 난 그렇게 두 시간을 전화기 속의 그녀와 함꼐 했다 난 그녀에게 그러지 말라는 말도 빨리 잊어야 산다는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와의 두 시간 넘은 전화통화에서 난 인간의 무력함을 느켰다 지옥의 강을 건너는 그녀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그저 같이 울어주고, 같잖은 말로 위로하려 하지 말고 손수건을 건네주고, 그리고 그를 홀로 두지 않는 것.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하지만 과연 그것만으로 충분할까? 그녀가 흘리는 눈물 한 방울 한 방울이 내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면서, 우리 사회가 이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생각한다. 개인의 선의와 따뜻함만으로는 메울 수 없는 공허함이 있다. 그 깊은 상실감 앞에서 우리는 너무나 작고 무력하다. 어느 순간 그녀는 생명의 줄을 놓을 수 있는 위험에 처해 있는 것이다
현대사회의 자식들은 직장을 잡고 결혼을 하면 명절에나 한 번씩 보는 그야말로 이웃사촌 보다 못하다
그녀의 자식들도 마찬가지다
장례식장에서 본 풍경들이 떠올랐다. 검은 옷을 입고 망연자실한 채 서 있는 사람들, 어색하게 건네는 위로의 말들, 그리고 홀로 남겨지는 사람들. 그들은 어떻게 칠흙 같은 시간을 견뎌낼까. 마지막 이별을 하는 산소에서, 우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작은 미물이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는 이별이란 놈을 만난다. 그것이 죽음일 수도 있고, 다른 형태의 헤어짐일 수도 있다.
난 그 순간을 견뎌낼 수 있을까? 나와의 이별을 주변의 사람들은 얼마나 슬퍼할까 나의 자식들은 그 순간 날 편하게 보낼 수 있을까 아닐 것이다 그럼 우린 두 손을 모두 놓고 누구에게나 오는 순간이라고 생각하고 말아야 할 것인가
홀로 남겨진 그들이 그렇게 지옥의 강을 건너는 동안, 그들은 얼마나 외롭고 두려울까. 그 어둠 속에서 혼자 헤매는 시간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그들을 위한 위로의 방법을 사회에서 찾아주면 어떨까 . 개인의 따뜻함과 선의도 중요하지만, 시스템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를 대신할 수 있는 사회제도는 정말 없는 것일까?
오늘은 현충일이다. 텔레비전 화면 속에서 대통령의 손을 잡고 하염없이 우는 젊은 여인의 모습이 비친다. 그 눈물이 내 가슴에 상흔처럼 깊게 새겨진다. 아마도 그 여인은 평소 주변엔 강한 여인이었을 것이다 남편이 떠난 자리 남편을 대신하여 아이들에게 두 배로 더 사랑을 주었을 것이다 누구에게도 본인의 고독과 외로움은 털어 놓지 못하고 홀로 긴 밤의 외로움을 견뎌냈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 나를 이해할 것 같은 사람을 만난 것이다 이 나라에서 가장 힘이 센 사람 그리고 사랑이 많을 것 같은 사람 그래서 그 여인은 대통령의 손을 놓지 못하고 하염 없이 울지 않았을까.
핸드폰 밖으로 그 여인의 지독한 외로움과 그걸 알고 있다는 듯 아무말 없이 잡은 손을 놓지 않고 있던 대통령과의 마음의 소리가 들리는 듯 하였다 나도 모르게 흐르는 물줄기는 무엇일까
그 젊은 여인의 눈물과 내 지인의 눈물이 겹쳐 보인다. 이별의 아픔은 개인의 것이면서 동시에 우리 모두의 것이다. 그 강을 건너는 사람들 곁에, 우리는 어떻게 서 있어야 할까.
손수건 한 장과 따뜻한 손길이, 때로는 그 어떤 제도보다 큰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도. 더 세심한 관심, 더 지속적인 돌봄, 그리고 그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 안전망이.
현충일 아침, 젊은 여인의 눈물과 지인의 두 시간이 넘는 마음소리를 들으면서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픔 이라는 강을 건너본 사람은 그 강을 건너는 방법을 안다 우리가 할 수 있지 않을까 남편을 잃어버린 젊은 여인의 지독하게 긴 밤의 외로움과 고독도 70이 넘은 나이에 남편을 보내고 눈물강에 빠져 있는 어느 노인의 죄책감도 강을 건너 본 사람들은 그들이 다시 세상과 뒤섞이는 방법을 알지 않을까. 국가에서 지원하는 심리상담세터를 이용하는 방법과 그들과 일대일 친구를 만들어 주어 아픔마음을 속시원 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바우처제도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 같다
지금 이 순간도 누군가는 영원한 이별을 만나고 있을 것이다 부디 남아 있는 그들이 마음껏 울고 마음껏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나기를 두 손 모은다
신이시여 불쌍하고 힘 없는 우리를 부디 잊지 마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