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사회에 적응해야 하는 퇴직자들의 삶

21대 대통령의 공약들을 보면서 나는 어떻게 변해야 하나 생각하는 중



나는 평소보다 일찍 잠에서 깼다. 출근 준비를 할 필요도 없고, 회의 일정을 확인할 필요도 없는 새로운 하루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 한편이 공허했다. 30년 가까이 일터에서 보낸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고, 동시에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밀려왔다.


창밖을 내다보니 젊은 직장인들이 바쁘게 걸어가고 있었다. 스마트폰을 보며 무언가를 확인하고, 이어폰을 끼고 통화를 하는 모습들. 나와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 같았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내가 사회로부터 한 걸음 물러나 있는 동안, 세상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었다는 것을.


어제 새로운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젊은 세대들이 열광하며 환영하는 모습과, 기성세대들의 환영과 우려 섞인 반응들이 극명하게 대비되었다. 나는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한 채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이제 나도 새로운 시대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난 새 대통령의 공약집을 구해 읽어보기로 마음먹었다. 디지털 전환, 탄소중립, 청년 일자리 창출, AI와 빅데이터 활용 등 생소한 단어들이 가득했다.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천천히 읽어가며 하나씩 찾아보기 시작했다.


"4차 산업혁명", "메타버스", "NFT" 같은 용어들을 검색해보며 공부했다. 젊은 세대들이 왜 이런 것들에 열광하는지, 새로운 대통령이 왜 이런 정책들을 추진하려고 하는지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동시에 내가 얼마나 시대의 흐름에서 멀어져 있었는지도 깨달았다.


하지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모든 것이 빠르고, 효율적이고, 디지털화되어 가는 세상에서 과연 인간적인 가치들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젊은이들이 온라인에서만 소통하고, 모든 것을 앱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며 때로는 답답함을 느꼈다.


어느 날 동네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 옛 직장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도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요즘 젊은이들 하는 걸 보면 이해가 안 가는 게 한두 개가 아니야. 그런데 우리가 뒤처지면 안 되잖아? 계속 따라가야 하는 건지, 아니면 우리 방식대로 사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어."


그의 말에 깊이 공감했다. 우리는 급변하는 사회의 흐름에 휩쓸려 가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만의 속도로 살아가는 것이 맞는 것일까?


대학교 2학년인 딸은 내가 읽고 있던 정책 자료를 보더니 놀라며 말했다.


"엄마 엄마가 이 걸 읽으실 필요가 있으세요!"

딸과 함께 새로운 정책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아이의 관점에서 바라본 미래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기술의 발전을 두려워하기보다는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고 있었고, 환경 문제나 사회 불평등 같은 문제들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엄마, 제가 보기엔 엄마 세대의 경험과 지혜가 지금 정말 필요한 것 같아요. 젊은 사람들은 새로운 기술은 잘 다루지만, 그것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는 게 많거든요."


딸의 말을 듣고 보니, 내가 사회의 흐름에 무작정 따라가기만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이해하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그 후로 나는 생각을 바꾸었다. 사회의 흐름을 이해하고 함께 가되, 때로는 멈춰 서서 방향을 제시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새로운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고, 빠른 것이 항상 옳은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요즘 모든 것이 비대면으로 처리되는 것을 보며 편리함은 인정하지만, 동시에 인간적인 만남과 소통의 중요성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도 좋지만, 그 과정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은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


최근 동네에서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스마트폰 교육 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되었다. 나 또한 완전히 익숙하지는 않지만, 나보다 더 어려워하는 어르신들을 도우며 함께 배워가고 있다. 젊은 강사들은 기술적인 부분을 잘 가르치지만, 같은 세대로서 느끼는 어려움이나 걱정들을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었다.


"괜찮습니다. 저도 처음엔 어려웠어요. 천천히 하나씩 배워가면 됩니다."


이런 말을 건네며 함께 배워가는 과정에서, 나는 진정한 사회 적응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그것은 단순히 젊은 세대를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경험과 지혜로 새로운 시대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었다.


어느 날 뉴스에서 청년들의 과도한 경쟁과 스트레스 문제가 나오는 것을 보았다. 성과주의에 매몰되어 서로를 밟고 올라서려고 하는 모습들,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들. 이때 나는 사회의 흐름에 역류할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지역 청년센터에서 진행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취업 준비로 지쳐있는 청년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성공과 실패, 좌절과 극복에 대한 경험담들을. 빠르게 결과를 얻으려고 조급해하는 그들에게 때로는 느리게 가는 것의 가치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여러분이 지금 당장 성공하지 못한다고 해서 실패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인생은 마라톤이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에요.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속도로 꾸준히 나아가는 것입니다."


한 청년이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어른들은 다 빨리 성공하라고, 남들보다 앞서 나가라고만 하는데, 선생님 말씀을 들으니 마음이 좀 편해져요."


그 순간 나는 진정한 어른의 역할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사회의 흐름에 무작정 편승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그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며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것. 그것이 바로 경험과 지혜를 가진 어른이 해야 할 일이었다.


요즘 나는 매일 아침 새로운 뉴스를 확인하며 세상의 변화를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동시에 그 변화들이 과연 우리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고 있는지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새로운 기술과 정책들이 가져올 긍정적인 측면들을 인정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놓칠 수 있는 소중한 가치들을 지켜나가려고 한다.


최근에는 환경 보호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기후 변화 대응이라는 새로운 시대적 과제에 함께 동참하면서도, 무분별한 개발과 소비를 경계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젊은 환경 활동가들의 열정적인 에너지와 우리 세대의 신중함이 만나 더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대안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


정치적인 이슈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대통령의 정책들을 공부하며 시대의 변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만, 동시에 그 정책들이 가져올 부작용은 없는지, 소외되는 계층은 없는지 꼼꼼히 살펴본다. 찬성과 반대를 떠나서,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고민한다.


가끔 젊은 사람들이 나에게 묻는다.


"어르신, 요즘 세상 변화가 너무 빨라서 따라가기 힘들지 않으세요?"


그럴 때 나는 이렇게 답한다.


"따라가려고만 하지 말고, 때로는 앞서 나가기도 하고, 때로는 뒤에서 지켜보기도 해야 해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방향을 잃지 않는 것이죠."


퇴직 후 3년이 지난 지금, 나는 더 이상 사회로부터 소외된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회의 건전한 변화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받아들이되, 동시에 지켜야 할 가치들을 잃지 않는 것. 젊은 세대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응원하되, 그들이 실수할 때는 따뜻하게 조언해주는 것. 사회의 흐름을 따라가되, 때로는 그 흐름에 반대하며 다른 관점을 제시하는 것.


최근 동네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세대 간 소통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1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다. 처음에는 서로 다른 세대 간의 간극 때문에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차이가 오히려 서로에게 배움의 기회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젊은이들에게는 인생의 선배로서 겪어온 시행착오와 그 속에서 얻은 깨달음을 나누고, 그들로부터는 새로운 시각과 에너지를 얻는다. 중년층과는 현재를 살아가는 동반자로서 서로의 고민을 나누고, 어르신들과는 인생의 연장선에서 지혜를 주고받는다.


이런 활동들을 통해 깨달은 것은, 진정한 사회 적응이란 단순히 시류에 편승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변화하는 세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되, 동시에 변하지 말아야 할 가치들을 지켜나가는 것. 그리고 각 세대가 가진 고유한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것이 바로 진정한 적응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나는 매일 감사일기를 쓴다. 하루 동안 보고, 듣고, 경험한 것들을 정리하며 내 생각을 가다듬는다. 새로 알게 된 것들, 젊은 세대로부터 배운 것들, 그리고 내가 경험으로 얻은 통찰들을 함께 기록한다. 이런 기록들이 언젠가는 후세대에게 작은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어제는 딸이 환경 동아리 활동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플라스틱 줄이기 캠페인, 재활용품 업사이클링, 탄소 발자국 줄이기 등 내가 젊었을 때는 생각해보지 못했던 활동들을 하고 있었다. 그 아이의 열정적인 모습을 보며 대견함과 동시에 반성도 하게 되었다.


"엄마, 우리 세대가 지구를 망가뜨리고 있다고 생각해요. 기성세대들이 만들어놓은 문제를 우리가 해결해야 한다는 게 억울하기도 하고요."


딸의 말에 가슴이 아팠다. 우리가 경제성장과 편리함만을 추구하며 살아온 결과가 이렇게 젊은 세대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동시에 생각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고. 우리가 함께 해결해나갈 수 있다고.


"네 말이 맞아. 우리 세대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들이 있었던 것 같아. 하지만 이제라도 함께 노력하면 바꿀 수 있지 않을까? 나도 너희들이 하는 활동에 참여해보고 싶어."


그 후로 딸과 함께 환경 보호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플라스틱 대신 장바구니 사용하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음식 남기지 않기 등 작은 실천들부터 시작해서, 지역 환경 단체의 정책 모니터링 활동까지 함께하고 있다.


이런 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세대 갈등이라는 것이 결국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서 생기는 것이라는 점이다.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가 변화를 거부한다고 생각하고,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가 성급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함께 활동해보니, 서로 다른 관점과 경험을 가지고 있을 뿐 같은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최근에는 지역 정치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새로운 대통령의 공약들이 실제 지역 사회에서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문제들이 생기는지 지켜보고 있다. 때로는 지역 공청회나 주민 설명회에 참석해서 의견을 개진하기도 한다.


얼마 전 지역 개발 계획에 대한 주민 설명회에서 한 젊은 공무원이 발표를 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시티 구축, AI 기반 교통 체계 개선 등 혁신적인 계획들이었다. 많은 주민들이 호응했지만, 나는 손을 들고 질문했다.


"좋은 계획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변화 과정에서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은 어떻게 배려할 계획인지 궁금합니다."


그 질문을 계기로 더 포괄적인 논의가 이어졌고, 결국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과 지원 방안이 계획에 포함되었다. 그 순간 나는 사회의 어른으로서 내가 해야 할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뿌듯함을 느꼈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되, 그 과정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목소리를 내는 것. 혁신을 응원하되, 그 혁신이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는 것. 이것이 바로 내가 생각하는 어른의 역할이다.


요즘 나는 종종 생각한다. 진정한 어른이 되는 것은 나이가 들어서가 아니라, 책임감을 가지고 사회를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고. 내 자신만의 편안함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가 더 나은 세상에서 살 수 있도록 고민하는 것. 내가 겪어온 경험을 바탕으로 지혜로운 조언을 해주는 것. 때로는 젊은 세대의 실수를 감싸주고, 때로는 그들이 잘못된 길로 가지 않도록 제동을 거는 것.


이제 나는 퇴직자로서의 삶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직장에서의 역할은 끝났지만,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은 오히려 더 중요해졌다. 경험과 시간이라는 자원을 가진 우리 세대가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때로는 흐름을 따라가고, 때로는 그 흐름에 맞서야 한다. 중요한 것은 언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는 지혜를 갖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선택이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발전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제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할 때가 왔다. 진정한 어른의 역할이 무엇인지, 우리가 이 사회에서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 말이다. 단순히 나이를 먹고 경험을 쌓았다고 해서 저절로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지혜를 얻고, 그 지혜를 사회를 위해 사용할 때 비로소 진정한 어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를 바라보자. 과연 우리는 진정한 어른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 새로운 세대와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있는가? 변화하는 세상을 이해하려고 하면서도, 동시에 지켜야 할 가치들을 놓치지 않고 있는가? 개인의 안락함에만 머물러 있지는 않은가?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것이 바로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이다. 그리고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급변하는 사회에 적응해야 하는 퇴직자로서, 우리는 이제 새로운 역할을 찾아 나서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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