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이라는 세월은 나에게 견고한 성벽이었다.
공직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나는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출근했고, 내 이름 뒤에 붙은 직함은 세상이 나를 대우하는 기준이었다. 서류 한 장에 내 도장을 찍는 것은 곧 책임이었고 권위였다. 하지만 퇴직 후 그 성벽을 걸어 나오자마자 마주한 것은 광활한 자유가 아니라, 이름 석 자만 덩그러니 남은 벌판이었다. 거울 속의 나는 더 이상 '과장님'도 '팀장님'도 아닌, 그저 디지털 문명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 선 가냘픈 나룻배 한 척에 불과했다.
그 파도를 정면으로 마주하기로 결심하고 선택한 것이 AI였다. 하지만 그 결심은 시작과 동시에 참담한 무력감으로 돌아왔다. 사람들은 예순의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하는 나를 보며 '대단하다'고 박수를 쳤지만, 정작 모니터 앞에 앉은 나의 현실은 비명 없는 전쟁터였다.
젊은이들의 1초, 나의 10시간
AI 공부를 시작하며 가장 먼저 깨달은 것은 시간의 상대성이었다. 젊은 친구들에게는 공기처럼 당연한 과정들이 나에게는 거대한 암벽 등반과 같았다. 그들이 1초 만에 훑고 지나가는 용어들—프롬프트, API, UI/UX, 하이퍼파라미터—은 나에게는 해독 불가능한 고대 상형문자였다.
하나의 시스템을 이해하기 위해 나는 그들보다 최소 10배, 아니 100배의 시간을 쏟아야 했다. 젊은 사람들은 한 번 보고 금방 따라 하는 간단한 회원 가입조차 나에게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비밀번호 설정 규칙이 왜 그리 까다로운지, 보안 인증 번호는 왜 입력하기도 전에 만료되어 버리는지. 눈은 침침해지고 마우스를 쥔 손목은 뻐근해왔다. 돋보기를 고쳐 쓰며 모니터 구석구석을 훑어도 내가 찾는 메뉴는 늘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그들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산을 오를 때, 나는 모래주머니를 차고 진흙탕을 걷는 기분이었다. '복사해서 붙여넣기'라는 그 단순한 작업조차 단축키가 헷갈려 메모장을 뒤적여야 했다. 남들이 며칠이면 뚝딱 만들어내는 결과물을 위해 나는 보름을 꼬박 밤을 지새웠다. 화면의 블루라이트가 눈을 찔러 눈물이 핑 도는 밤이면, 책상머리에서 몇 번이고 자문했다. "이게 정말 내 길이 맞는 걸까? 내가 너무 무모한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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