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이에서 실종된 '어른'의 손
특성화고 교실의 아침은 시각적 포화 상태다. 교문을 들어서는 아이들의 얼굴은 연예인 뺨치게 화사하다. 유행하는 립스틱 컬러가 입술 위에 선명하고, 정교하게 붙인 인조 속눈썹은 깜빡일 때마다 작은 날갯짓처럼 공기를 가른다. 무엇보다 내 시선을 빼앗은 것은 아이들의 손이었다. 열 손가락마다 정성스레 얹어진 큐빅과 파츠, 형형색색의 젤 네일아트. 그것은 단순한 치장이 아니었다. 입시라는 거대한 컨베이어 벨트에서 이탈한, 혹은 이탈당한 아이들이 세상에 내보이는 유일하고도 화려한 '자기 증명'의 몸부림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화려함의 유효기간은 수업 종소리와 함께 허망하게 끝이 난다. 수업 시작 5분, 공들여 화장한 얼굴들은 약속이나 한 듯 책상 위로 툭툭 떨어진다. 큐빅이 박힌 손가락들은 무거운 머리를 지탱하거나, 혹은 힘없이 책상 아래로 늘어진다. 교실은 금세 정적과 무기력의 늪으로 변한다. 교사의 목소리는 허공을 맴돌다 아이들의 화려한 머리카락 위로 먼지처럼 내려앉을 뿐이다.
반면,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둔 인문계 교실의 풍경은 공포스러울 만큼 서늘한 대척점에 서 있다. 그곳의 공기는 잉크 냄새와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다. 아이들에게 1분은 금침(金針)이다. 초침 소리조차 수능 시험장의 그것에 맞추어 흐른다. 이곳에서 교사의 '인생 지혜'나 '삶의 철학'은 불필요한 노이즈에 불과하다.
"선생님, 그 이야기가 수능 몇 번 문항이랑 관련이 있나요?"
아이들의 눈빛은 질문한다. 수능 점수와 직결되지 않는 모든 가치는 쓰레기통으로 직행한다. 숨쉬는 리듬조차 OMR 카드 마킹 속도에 맞추며 스스로를 거대한 입시 기계의 부속품으로 밀어 넣은 아이들. 화려한 네일아트 아래 잠든 아이들과, 검은 잉크 속에 자신을 가둔 아이들. 이 극과 극의 풍경 사이에서 나는 마치 길을 잃은 미아처럼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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