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다시 입학하다
친정이라는 이름은 내게 안식처가 아닌, 서서히 나를 옥죄어오는 올가미였다. 5년 전, 내가 그 터널 속으로 스스로를 유배 보낸 것은 살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사람들은 흔히 핏줄은 물보다 진하다 말하지만, 그 진한 피가 때로는 가장 치명적인 독이 되어 혈관을 타고 흐른다는 사실을 나는 뼈아프게 체중으로 견뎌냈다.
가장 먼저 무너진 것은 '큰딸'이라는 이름의 위엄이었다. 장녀라는 숙명은 언제나 희생의 다른 이름이었고, 친정엄마는 그 희생을 지휘하는 냉혹한 지휘자였다. 엄마의 손짓 한 번에 나의 권위는 모래성처럼 허물어졌고, 내가 일궈온 삶의 조각들은 '가족'이라는 명분 아래 난도질당했다. 금전적인 갈등은 단순한 숫자의 싸움이 아니었다. 그것은 신뢰의 파산이었고, 존재의 부정이었다. 그렇게 땀 흘려 일궈낸 아파트 4채가 연기처럼 허공으로 흩어지는 것을 지켜보며, 나는 내 생의 기둥이 뿌리째 뽑혀 나가는 소리를 들었다.
무엇보다 용서할 수 없는 것은 내 아이들에게 새겨진 주홍글씨였다. 어른들의 탐욕과 무질서한 감정의 배설구로 내몰렸던 아이들의 눈동자. 그 맑은 눈망울에 맺힌 상처는 지울 수 없는 얼룩이 되어 내 가슴에 박혔다. 내 부모와 형제들이 내 아이들에게 준 상처는, 내가 받은 고통보다 백 배는 더 시리고 아팠다. 부모라는 방패가 되어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밤마다 나를 괴롭혔고, 그들을 향한 증오는 차갑게 식어 단단한 벽이 되었다.
그렇게 쌓인 벽들이 모여 거대한 터널을 만들었다.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그 깜깜한 어둠 속에서 상처를 핥으며 홀로 서 있었다. 나도 조금씩 늙어가며 마음의 빗장을 만지작거리기도 했지만, 문득문득 떠오르는 그날의 잔인한 기억들은 다시금 내 마음의 문을 철컥, 하고 닫아걸게 만들었다. 이 터널은 끝이 없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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