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꽃시간 Nov 22. 2015

그 자체로 예쁘다

화내고 슬퍼하고 그래도 돼

지금 힘든 그 생각,

마음속에서 천불이 나는 그 생각,

눈 앞이 캄캄한 그 생각,

뿌옇고 답답하기만 한 그 생각.

그런 기분, 그런 생각.

지금 나에게 다 필요한 거다.


지금 그런 생각을 느끼는 게 당연하다.

나만 괜히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다.

그 상황에서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그런 기분을 느끼는 건 아주아주 당연하다.


고군분투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바라봐줘야지.

'힘든 시간 보내면서 수고하고 있구나.'

나 자신에게 허락해줘야지.

'그런 감정 느낄 수 있어. 당연한 거야.'

그런 감정에 며칠이나 빠져있다고

내가 너무 작아져있는 것 같다고

내 자신을 나무라지 말아야지.


다만, 힘든 기간 속에서 무엇을 얻었는지는  한번쯤 생각해보자.

힘든 속에서 어떤 고민을 했는지,

과거에 어떻게 해야 했는지 보다는

앞으로 이런 상황이 오면 어떻게 해야 좋을지.


어떤 상황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대응을 하든 나는 소중한 사람이야.
그런 감정을 느끼는 나 자체가 소중해.
불같이 화내고 있는 나도 소중하고
슬픔의 구렁텅이에 빠져있는 나도 소중해.

그냥 나는 소중한 사람이다.
내가 나자신을 미워하지만 말아야지.
슬퍼하고 있는 나 자신을 꼭 안아주고 잘 보듬어 줘야지.


▲ Londres, le Parlement - Claude Monet (1904)


모네가 그린 런던 국회의사당

오르세 미술관에서 내 발걸음을 멈추게 한 작품 중 하나였다. 가만히 서서 그림을 한참 바라보았다. 정말 몽환적이고 예뻤다. 너무 마음에 들어서 엽서를 사려고 했는데 좀전에 봤던 감동이 담겨있지 않았다. 아쉽지만 기억이라도 해놓으려고 사뒀다. 노래도 앨범으로만 듣다가 라이브를 들으면 전율이 느껴지는 것처럼 그림에도 그런 게 있구나, 그래서 직접 보러다니는 거구나 싶었다.  


흐릿한 그 자체로 너무 예쁜 모네의 작품.

흐릿하고 뿌옇기만 한 그림인데 어떻게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까? 지나가던 내 발걸음을 멈추게 만들 정도라니.

논리는 없다. 그냥 아름답다.


나도 앞날이 흐릿하고 답답하다고 느껴지지만 그 자체로 좋은 시절이겠지?

시간이 한참 지나서 되돌아보았을 때 흐릿했던 삶도 그 자체로 아름다웠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내가 지금 하는 고민들은 모두 소중해.

그 고민에 불안해 하고있는 나도 소중해.

나는 소중한 사람이야.

매거진의 이전글 연애, 그 뻔한 패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