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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시간 Oct 01. 2015

딸의 눈으로 본 아빠

이제야 보이는 것들

아빠!


이번에 처음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아빠는 도대체 어떻게 몇십 년 동안 매일매일 일을 했을까?' 였어요. 저는 제가 관심 있는 일을 해도 목요일이면 퍼지는데 말이에요.


아빠! 정말 아빠를 가슴아프게 할 말이지만어릴 때도, 사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어린 시절의 나에게 아빠는 없었다' 라고 생각했었어요. 어렸을 때 제가 본 아빠는 일하느라 집에 없거나, 집에 있으면 주무시거나. 이 둘 중 하나였거든요.


저는 9살 때부터 가족신문, 독서토론신문도 혼자 만들었어요. 아빠는 바쁘니까 아빠 부분은 내가 그럴듯하게 지어내고. 그렇게 만든 가족신문으로 상장도 꽤 받았고.

저 혼자 다 해냈다고 생각했어요.

저 혼자 알아서 컸다고 생각했어요.


이제야 알았어요.

아빠는 뭐 일밖에 몰라서 매일 일했겠어?

우리 맛있는 거 먹이고, 옷 사입히고, 공부시키려고. 아빠 쉬고싶은 거 포기해가면서 최전선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었던 건데.


저는 저 하나의 미래만 생각해도 일 해서 벌은 돈으로 어떻게 살아나갈 수 있을까 싶은데, 아빠는 다섯식구를 책임져야 했다니 마음이 얼마나 무거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그 짐을 덜지는 못할망정 아직 독립을 못했지만 저도 많이 노력할게요.




평소에 아빠가 운전할 때 쌩~ 달리다가도 과속방지턱에선 차가 거의 멈추다시피 할 정도로 속도로 줄여서 운전하는 모습이 정말 젠틀하고 멋지다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그게 어릴 때 저희의 별난 멀미 때문에 시작된 거 였다니!


이번 추석 때 처음 알았어요.

큰아빠가 아빠 대신 저랑 동생을 멀리 데려다 줄 일이 있었는데,

운전도 천천히 해야 하고

커브도 조심히 돌아야 하고

과속방지턱도 살살 넘어야 하고

어휴 뭐 그렇게 주문이 많았는지 모른다고 고개를 내저으며 말씀하시는데


저는 그냥 헤헤 웃고만 있었지만

아! 그런 거였구나!

우리 때문에 조심운전 안전운전

그게 아직까지도 남아있는 거였구나 싶었어요.


이렇게 작은 조각들이 맞춰지고 있어요.

어릴 때 몰랐던 것들,

이제야 보이는 것들.




아빠!


요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생각하는데요, 똑같은 사람은 이 세상에 한 명도 없잖아요? 배경도 다르고, 환경도 다르고, 모두 다른 것들 속에서 그 사람의 모습과 생각과 마음과 행동이 만들어지는 건데

저라는 사람을 이루는 데에 우리 아빠가 있었다는 것에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부딪히고 깨지고 또 메꿔나가면서 튼튼하고 멋진 저를 만들어나가 볼게요!

아빠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 잘 챙기세요. 사랑하는 우리 아빠! 오늘 하루 행복으로 마음이 꽉 찬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아빠 작품 큰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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