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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바다 Jun 01. 2024

4. 강아지도 생리를 하는구나

이제는 중성화가 남았다. 아니 벌써?

이번 주에도 룽지를 산책시키기 위해 누나에게 들르겠다고 전화를 했다. 그런데 대뜸 누나가 "지금? 아마 룽지 산책 길게는 못할텐데"라고 하는 것 아닌가. 별 대수롭지 않게 왜냐고 물어봤는데, 룽지가 생리를 한다고 한다. 지금 6개월이 약간 넘었으니까 그즈음이 됐다고.


내가 생리를 하는 거랑 산책이랑 무슨 상관이냐고 물었다. 나는 강아지는 산책을 제일 좋아한다고 들은 게 있다보니 그래도 산책을 갈 거라고 하니, 누나 왈 "심한 운동은 시키지 마." 누나 집에 들어가니 룽지가 이산가족 상봉하듯 반겼다. 덕분에 갈 때마다 기분이 좋다.


말은 그렇게 했어도 생리를 하면 불편한 감은 없지 않을까 했는데, 룽지의 상태가 그리 나빠보이지는 않았다. 사실 이번에는 날씨가 좋으니 큰맘 먹고 장거리 산책을 하려고 했는데 아쉽지만 다음으로 미뤄야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침구류와 사방 곳곳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 기저귀를 차지 왜 그냥 냅뒀냐고 물어봤는데 애가 기저귀를 차면 너무 불편해 하니 그냥 냅뒀다고. 그냥 자주 청소를 해주는 게 낫다고 생각했나보다. 나름(?) 더러운 걸 못 참는 누나가 의외로 가볍게 넘어가다니 웬일인가 했다.


내가 산책하러 나갈 때 누나는 주의를 줬다. 1. 풀숲에는 들어가지 마라. 2. 과격한 운동을 하지 마라. 3. 길게 하지 마라. 4. 애 잘 보호해라. 아니 무슨 내가 얘를 데리고 정글탐험에 철인 3종 경기까지 뛰러 가는 것도 아니고... 내가 아무리 철이 없다고 하더라도 아픈(?) 애를 데리고 힘들게 하겠는가.


사실 나도 산책을 할 때 묘하게 신경쓰이고 짜증이 났다. 아마 피 -> 아픔 -> 예민함 -> 스트레스라는 회로를 거친 것 같다. 게다가 애가 말짱하니 더더욱 신경이 쓰였다고나 할까. 말을 못하니 얘가 컨디션이 좋은지, 산책은 할 만한지 감이 안 왔기 때문이다. 일단 밖에 나와서 신난 건 알겠는데... 룽지야 그게 내게는 오히려 독이란다...


스마트폰에 "강아지 생리일 때 산책해도 되나요"를 쳐봤다. 하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무리해서 하지 않는 게 좋다고 했다. 한 20분 정도가 적당하다고 하며, 세균이나 바이러스 때문에 풀숲에 돌아다니지 않도록 하고 다른 강아지도 웬만하면 피하라고 한다. 뭐 이정도야 식은 죽 먹기지.


어쩌다보니 한 시간 정도 가볍게 산책로를 걸으며 산책을 했다. 가끔 룽지가 잔디밭에 가기도 했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애들이 콘크리트보다 잔디밭을 더 좋아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특히 잔디밭 속에 있는 나무엔 무조건 한 번씩 킁킁거리게 해줘야 한다.


이렇게 가볍게 산책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누나는 중성화를 해줘야 하는데 생리 중일 때는 웬만하면 안 하는 게 좋다며 끝나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벌써 중성화라니... 얘를 데리고 온지가 겨우 6개월밖에 안 됐는데, 게다가 엄청 어렸을 때 데려온 건데 벌써 말이다.


룽지를 보면서 조금 아쉬운 건 어렸을 때 사진을 많이 못 찍어뒀다는 사실이다. 나는 강아지가 그렇게 빨리 자랄 줄 몰랐다. 게다가 금방 성숙해지고 그 후 그 자리에 계속 머문다. 다들 알지만 새삼 드는 생각이다. 그렇다. 기회가 될 때 사진 좀 많이 찍어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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