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하나 못해서 도망가는 건 쪽팔리잖아...
근래에 공부하면서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다. 무엇을 해도 안 될 것 같은 느낌이라 해야 할까. 제대로 된 인간 노릇도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실패를 많이 하면 내 스스로의 능력을 믿지 못하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열심히 공부해서 시험에 합격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잡념이 많을 때는 조금은 쉬어주는 게 좋은 것 같다. 그래서 잠시 일을 하기로 했다.
하루에도 수도 없이 마음이 바뀐다. 12월 1일 본격적으로 일을 하게 되었다. 카페 일은 전에도 해본 적이 있어 나름 이런 일이겠구나 하고 출근했다. 설거지하고, 식탁을 닦고, 주문을 받고 등등이다. 대강 그런 생각을 갖고 온갖 마음을 먹었지만 일을 하자마자 도망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계속 이런 분위기에 이런 상태라면 이거 얼른 탈출해야겠는 걸’,
'나랑 너무 안 맞는 것 같은데...'
'내가 왜 이런 일을 한다고 했을까.'
그러다가도 한편으론 겨우 이런 일에 도망쳐 그만 둘 생각을 하고 있는 내가 한심스러워 적어도 한 달은 하고 그만둬야지 다짐을 하곤 했다. 지금은 이제 막 20일이 돼가고 있다. 지금 드는 생각은 ‘생각보다 일이 할만하네?’이다.
그동안 얼마나 수도 없이 생각을 바꿨는지 모른다. 잘못한 것을 피드백 받아가며 밑에서 일하는 게 열이 받다가도, 이 정도 일이면 한동안은 밑에서 돈을 받고 일 할만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적어도 혼자서 음료를 제조할 정도가 되면 그때 그만두자고 다짐했다.
모든 일은 그렇다. 내가 생각했었던 설레고 기대했던 일들이든, 혹은 그렇지 않은 일이든 내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 내가 목표했던 것들과 꿈꿨던 것들이 실상과 다른 현실에서 내가 행동을 지속하는가 아니면 그만두는가는 정말 한끗 차이인 것 같다. 돌아보면 결정은 항상 한끗 차이이다.
자꾸 무언가를 후회할 수도 있다. 내가 그렇다. 생각이 많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 항상 행동에 옮기지 못한다. 나는 줄곧 후회하고 있었기 때문에, 무엇이라도 하자는 심정으로 일을 해보자고 다짐했다. 안 해보고 후회하는 것보단 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더 낫기 때문이다.
그래도 카페 일을 하면서 깨달은 점이 많다. 첫째, 생각보다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 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것. 둘째, 생각보다 사업을 하는 것이나 일을 벌리는 걸 겁먹을 필요가 없다는 것. 셋째, 나도 생각보다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 마지막으로 카페 일은 나와 맞지 않는다는 것. 이렇게 카페 일을 한 덕분에 이 일이 끝난 후 다시는 카페 일은 쳐다도 안 볼 것 같다. 대신 다른 일은 한번 해볼 만하다고 생각이 든다. 이 일을 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줄 곧 비관적인 마음을 갖고 있었을 테다.
오늘도 2시간만 있으면 다시 출근을 한다. 아마 매번 그 전날과 비슷한 느낌을 받을 것 같다. 아마 일을 다니는 줄곧 출근 시간마다 이 생각을 하고 있을 것 같다. '아 일 때려치우고 싶다.' '일 가기 정말 싫다.' 하지만 유종의 미는 거두고 싶다. 이런 상태로 제발 앞으로 3개월만 버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