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침대낙상으로 응급실 간 후기

474일 차(15개월) 아기 육아일기

by P맘한입
그 한순간으로 아기의 인생이 달라집니다.


소아과 전문의 하정훈 선생님께서 아기 낙상을 두고 하신 말씀이다. 대부분은 괜찮지만 정말 운이 나쁠 경우 아기가 잘못될 수도 있다고. 아,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정말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래서 아기가 신생아일 때부터 15개월이 되는 지금까지 침대나 소파에 아기를 혼자 두는 짓(?)은 절대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가는 곳마다 부딪히고 잠시라도 혼자 두면 무언가 먹으면 안 되는 걸 먹고 있으니, 꼭 높은 곳이 아니라도 혼자 두는 일은 위험하다.


그러면 채채가 한 번도 낙상을 겪지 않았나?


너무 슬프게도 아니다. 첫 낙상은 6개월 무렵 어른 침대에서 같이 자다가 구르는 바람에 어른 침대에서 떨어졌다. 이제 막 6개월 된 아기가 울면서 '엄마'를 찾았다면 얼마나 아팠을까 느껴지는가. 두 번째 낙상 역시 어른 침대에서 남편이 아기 옷을 찾겠다고 침대 바로 뒤 옷장을 여는 그 잠깐 사이에 일어났다. 그 잠깐도 안 되는 거라고 내가 얼마나 남편을 구박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기어이 세 번째... 그리고 마지막 낙상이라고 부르고픈 일이 일어났다. 그것도 또 어른 침대에서.






일요일이었다. 채채는 3주 정도 심한 감기를 앓는 바람에 유아부 예배를 한동안 참석하지 못했다. 완치된 건 아니었지만 엄마인 내 욕심에 가고 싶었다. 채채가 집에만 있으니 답답해 보이기도 하고 같이 있는 나도 약간은 몸이 찌뿌둥했달까. 그런데 남편은 피곤하기도 하고 채채가 걱정되기도 하여 부정적 의견을 보였다. 그래서 나는 남편을 애교 있게 설득하고자 안방에서 남편을 따라나섰다. 채채는 침대에 혼자 둔 채로...


우리 채채는 15개월이지만 아직 잘 걷지 못한다. 무언가 잡고 걸은 지는 오래됐는데 혼자 걷는 건 아직이었다. 그런데 최근에 갑자기 혼자 일어나서 걷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그걸 간과했다. 채채가 예전처럼 침대에서 등을 돌려 다리에 땅을 먼저 대고 혼자 내려올 줄 알았던 것이다.


하지만 채채는 한 단계 진화했다. 침대에서도 설 줄 아는 아기가 되었던 것이다. 남편과 대화하던 중 안방에서 아주 큰 쿵 소리가 들렸다. 채채가 떨어졌다. 홈캠을 돌려보니 서 있는 상태로 떨어졌다. 그러니 지금까지의 낙상과는 비교도 안 되는 높은 위치에서 떨어진 것이다. 안 그래도 튀어나온 채채의 이마가 엄청나게 기형적으로 부어올라있었고 채채는 미친 듯이 울었다.


죽고 싶다.


정말 글자 그대로 죽고 싶었다. 온갖 욕을 스스로에게 퍼부었다. 교회 예배 한 번 안 가면 어찌 된다고 가장 중요한 것 제대로 하지 않는단 말인가. 얼마나 아파하던지 엉엉 울던 채채의 모습을 생각하면 한참이 지난 지금도 울컥한다. 미안해, 미안해... 엄마가 너무 미안해... 부족해...


미안함보다도 가장 먼저 걱정되는 것은 채채의 뇌의 이상여부였다. 낙상이 처음은 아니라 일단 관찰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아기가 평소와 다르게 가라앉거나, 처지거나, 의식이 다르거나, 구토하면 큰일 난 것이다. 그런 증상은 없었지만 이마가 너무너무너무 많이 부어올랐다. 급한 대로 일요일에 연 병원을 찾아갔다.


우리가 평소에 가끔 가던 병원이라 익숙하긴 했는데 일요일이라 그런지 1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다. 요동치는 마음을 부여잡고 한 시간 정도 기다린 후에 진료실에 들어갔다. 기다린 시간이 무색하게 선생님은 바로 우리를 내보냈다.


제가 볼 수준이 아닌 것 같아요.
당장 응급실로 가세요.

당황스러웠다. 보통 낙상해서 오면 아기의 팔다리를 눌러보고 돌려보고 하던데, 이번에는 아니었다. 그냥 무조건 빨리 가보라 했다. 우리는 급하대로 보라매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가는 동안 아무리 응급실에 전화를 해도 전화는 받지 않았다. 그냥 가보는 게 더 빠르겠다 싶어 진료가 가능하다는 확답도 듣지 못한 채 무작정 향했다.


다행히 병원에서는 우리를 받아주었다. 그리고 영유아라 그런지 어린이 응급실 방으로 안내를 해주었다. 거기서 또 하염없는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채채는 배고프고 졸려서 울어제치지, 응급실 안은 왜 이리 더운지 땀범벅이 되었지, 채채 이마만 보면 이게 꿈이었으면 싶지, 정말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다. 1분이 한 시간 같이 길게 느껴졌다.


응급실 의사 선생님이 소아 병동으로 들어오셨다. 채채의 상태를 보더니 심하게 떨어진 거 같긴 하다고 이런 경우 CT를 많이 찍는다고는 했다. 나는 혹시 무언가를 찍게 되더라도 엑스레이 정도 찍을 각오로 응급실에 오긴 했다. CT는 웬만해서는 찍고 싶지 않았다. 일반 어른에게도 CT가 암발병률을 높인다는데 굳이 아기가 찍진 않았으면 했기 때문이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두 가지 이유 때문에 CT를 찍어볼 수 있다고 했다. 너무 높은 위치에서 떨어졌으며, 이마가 많이 부풀었다는 것. 부종이 너무 심해서 지금이 아니더라도 심한 경우 뇌출혈까지 올 수 있다고 겁을 주었다. 하지만 의사 선생님 역시도 아기가 너무 어리다며 낙상 후 특별한 증상이 없었으면 조금 더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하지만 혹시라도 부모가 걱정된다면 CT를 찍어볼 수 있다고 하셨다.

KakaoTalk_20260304_215458576.jpg 보라매병원 소아응급실

우리는 응급실에서 한 시간 정도 더 기다리면서 채채를 관찰했다. 채채는 보채고 울기만 할 뿐 의식적은 이상은 없었다. 결국 우리는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왔다.


*내 친구네 5개월 아기는 아주 낮은 높이의 매트 위에서의 낙상이었는데도 응급실에 가서 공연히 CT를 찍었다고 하는데 이번에 나는 좋은 의사 선생님을 만난 것 같다. 감사하다.






채채가 낮잠 자는 내내 채채를 지켜보았다. 혹시나 의식의 변화가 생기면 바로 응급실에 와야 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하루를 잘 끝내고 밤잠을 잘 때도 홈캠으로 계속 관찰했다. 잘 때는 바닥에 내려가서 채채와 같이 잤다. 그러면서도 계속 걱정이 되었다. 계속 관찰해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하나님께 기도했다.

제가 정말 잘할 테니,
채채는 제발 건강하고 멀쩡하게 해 주세요.
부탁이에요. 제발요 ㅠㅠㅠ



얼마나 간절했는지 모른다. '저는 잘못되어도 좋으니 우리 채채만은...' 하는 눈물의 기도가 절로 나왔다. 그렇게 마음 졸인 3일이 지나니, 채채 이마의 혹도 점차 가라앉았고 이마의 멍도 노랗게 변해갔다. 큰 이상 없이 이 일이 이렇게 지나갔다.


하나님이 '봐주신' 덕분이라고 믿고 싶다. 내가 하도 하나님과 상관없이, 심지어 교회 가는 것도 하나님을 예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종합적인 이유 때문에 간다고 하니... 삶을 살아가는데 방향성도 못 잡고 갈팡질팡 다른 것에 한눈파는 것을 너무 잘 아는 하나님께서 정신 차리라고 말하시는 것 같다.






며칠 사이에 몇 년이 흐른 기분이다. 한마디로 늙은 것 같다. 채채가 잘못된다고 생각하니 지금 내가 쫓는 모든 것들이 다 헛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욕심부릴 것 없다. 채채를 잘 보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 정신 차리고 집중하자. 아기를 혼자 두지 말자. 우리 채채의 낙상은 이번이 마지막이다.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