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를 배우더니 '안아병'이 생겼다

15개월(470일) 아기 육아일기

by P맘한입
처음 '안. 아'를 말했을 때는 너무 기뻤다.

'안아'라는 말도 발음기호로 나타내자면 [아나]가 아니라 [안]과 [아] 사이를 한참이나 쉬고 말하는 '안. 아'였다. 그래서 더 귀엽고 기특했다. 이 귀여운 아기가 서툰 '안. 아'를 말할 때마다 나는 발화효용감을 줘야 더 많이 말할 거라고, 바로바로 안아 올렸다. 너무 사랑스러워 내 마음이 기뻐서 전혀 힘들지 않았다.



하지만 채채의 '안아'가 자연스러워지기까지는 열흘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로부터 열흘 후...

우리 집에는 유창한 '[아나]'가 울려퍼졌다. 그리고 그 소리는 끊일 줄을 몰랐다. 살짝 내려놓기만 하면 자기를 안아달라고 '안아'를 무한정 외쳤다. 너무 기쁘고 행복하던 '안아'가 이제는 슬슬 공포의 '안아'가 되고 있었다. 우리 아기도 '안아병'에 걸린 것이다.



아직도 까꿍놀이를 사랑하는 15개월 아기♥ 천을 뒤집어쓰면 자기가 안 보이는 줄 알고 찾길 바라는 게 너무 귀엽다.


지금 우리 가족은 모두 감기에 걸렸다. 강추위가 몰려오던 지난주, 시간 맞춰 짐보리 센터를 가겠다고 채채와 내가 나선 게 화근이었다. 추운 날씨에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는 부담스러워 카시트가 있는 택시를 타기까지 했는데도 급격한 온도변화를 막을 수는 없었는지 채채는 그날부터 아팠다. 그리고 이틀간 열로 고생하다가 열이 가라앉으니 남편이 감기에 걸렸고, 나도 뒤따라 걸렸다.


온 가족 감기는 올해만 벌써 두 번째 있는 일이다. 첫 번쨰는 한 살과 되지도 않는 호캉스를 갔다가 걸렸다. 역시 호캉스든 놀이기관 수업이든 건강한 게 최고다. 건강을 잃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냥 욕심을 버리는 게 맞다는 교훈을 또다시 얻었다. 왜 한 번에 교훈을 체득하지 못한 걸까. 하여간 어리석은 엄마 탓에 채채와 온 가족은 고생 중이다.




열은 내렸지만 콧물이 하도 주룩주룩 흐르는 탓에 오늘은 새벽 5시에 기상을 했다. 원래 7시 30분~9시에 일어난다는 걸 고려하면 제대로 못 잔 셈이다. 잠도 며칠간 잘 못 자고 쌕쌕 대는 아기를 보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 그리고 절대 감기 걸리게 하지 말아야지, 다짐을 하게 된다.


한 살 아기가 이 감기를 일주일이나 겪고 있으니, 체력이 남아나겠는가. 그래서 채채가 더 칭얼대며 안아병이 도진 것 같다. 너무 공감이 되고 상황은 충분히 알겠지만, 엄마인 나도 아픈 상황에서 계속 아기를 안고 있기는 쉽지 않다. 보통은 '그래, 나는 왕년에 헬창이었으니 이 정도는 운동이야. 다 이 아이를 위해 운동한 건데, 뭘.' 하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하지만 감기 앞에 내 알량한 헬창부심은 속절없이 무너진다.

헬창이고 뭐고...!
"아기야, 잠깐만 내려갈래?^^"





부모들이 '안아'를 많이 하는 걸 '안아병'이라고 이름 붙인 것도 난 너무 하다고 생각했다. 장난 삼아 재미있게 붙인 거라는 걸 알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그렇지, 그걸 병이라고 표현하다니. 나는 사랑스러운 우리 아기, 많이 많이 듬뿍 사랑 담아 안아줄 테다!'

나는 이렇게 의욕에 차 있는 초보엄마다. 그래, 어제까지만 해도 그랬는데 오늘은 너무 버거웠다. 어차피 새벽에 일찍 일어난 거, 오늘만큼은 평소 취침시간보다 30분만 더 일찍 자자, 하고 조금 일찍 잠잘 준비를 시켰다.




'안아병'은 18개월 전후로 찾아온단다. 이 시기에 아기들은 사람을 잘 구별하고, 엄마가 자신을 보호해 준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기에 엄마가 없어질까 불안해한다는 것이다. 또한 엄마가 안아주면 안정되는 정서를 경험적으로 알게 되어, 안정을 얻기 위해 더욱 매달린다는 것이다.


아기가 아프면 부모가 괴롭다. 그런 의미에서 하루 종일 쉼이 없는 '안아'는 정말 '병'일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혼자 하는 육아라면 병도 그런 큰 병이 없다. 하지만 이건 발달과정상 꼭 거쳐가야 하는 관문 같은 병인 듯하다. 이 시기에 충분히 안아줘서 아기가 안정감을 느끼게 되면 애착이 잘 형성되어 정서가 안정되고, 혼자 노는 시간도 는다니 희망적이다.


맘카페에서는 자녀가 이미 초등학생 이상이 된 부모들은 대부분 '그때 더 안아줄걸, 이제는 안기려고 하지도 않는데' 하며 후회하는 것 같다. 아직은 한 살인 채채에게 초등학교 입학은 꿈만 같은 일이라 와닿지는 않는다. 하지만 언젠가는 분명 지금 이 날들을 조용히 꺼내어 그리워하게 될 것 같다.


일찍 자고 빨리 나아서 채채를 많이 안아줘야겠다. 자려고 준비하는 중에도 귓가에 '안아'가 맴돈다.


내일의 '안아'는 행복일까, 공포일까.
그건 내일 나의 체력에 달려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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