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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 Mar 17. 2022

동트는 카파도키아

누구나 가치있는 여행을 한다.

  터키는 한 번이라도 다녀왔던 사람이라면 입을 모아 감탄하는 나라다. 여행 출발 전, 주변에 터키를 다녀온 사람들은 모두 정말 좋다고 꼭 가보라고 추천했다. 그래서 여행하며 경로가 시시각각 바뀌어도 터키는 꼭 가야 할 나라로 정해놓고 움직였다. 그렇게 몇 달간의 세계여행이 거의 끝나갈 무렵, 마지막 나라였던 러시아 직전의 일정으로 터키에 도착했다.


  터키에서는 약 2주 동안 머물렀는데 항구도시 이스탄불과 열기구로 유명한 카파도키아, 하얀 석회층 온천지대의 파묵칼레까지 가장 유명한 지역 세 곳을 꼭 가보는 것이 목적이었다. 특히 여행하며 만난 동행들의 사진으로 종종 접했던 카파도키아. 그 수많은 열기구가 이루는 장관을 실제로 보고 싶어서 카파도키아를 가장 기대했다. 다만 간과했던 것이 하나 있었는데, 평소에도 몸이 약했던 친구의 면역력이 바닥 나버렸던 것이다. 여행 경력으로 따지면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 되었지만, 우리는 배낭여행을 5개월 넘게 하던 중이었고 터키라는 나라가 생각보다 커서 야간 버스 이동이 많았던 것이 화근이었다.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며 이스탄불에서 야간 버스를 타고 아침 일찍 겨우 카파도키아에 도착하자마자 친구에게 배탈과 몸살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카파도키아에서는 새벽 일출 시각 직전에만 동시에 모든 열기구가 떠오른다. 새벽 5~6시 사이에만 볼 수 있으며 그마저도 기상 상황이 조금이라도 불안정하면 못 보는 장관이기 때문에 그 시간을 놓치면 그날의 기회는 날아가는 것이다. 우리는 2박 3일간 머무는 일정이라 볼 수 있는 기회가 총 두 번 있었다. 열기구를 타는 투어 요금이 비싼 데다가 타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으므로 새벽에 일어나서 마을의 꼭대기로 올라가 전경을 구경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나 둘째 날 아침, 친구는 도저히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고 그 때문에 그날 하루는 푹 쉬고 다음날을 기약하기로 했다.


  카파도키아에서의 셋째 날이자 마지막 날 새벽, 사실 전날보다는 호전되었지만 이날도 친구는 움직이기 힘든 상태였다. 그러나 당시에 나는 오늘이 아니면 평생 못 볼 수도 있겠다는 예감이 들어 아픈 친구를 부축하고 마을 꼭대기로 올라갔다. 숙소에서 조금 늦게 나와 언덕을 올라가는 동안 하늘 위로 하나둘 열기구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급해진 마음은 발걸음을 거듭 재촉했고 최선을 다해 빠르게 명당에 올랐다. 도착하자마자 사진으로만 봤던 그림 같은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서서히 밝아오는 새벽빛에 이색적인 마을 풍경 위로 수많은 열기구가 하늘 가득 떠오르고 있었다. 무언가 표현할 말을 잃게 되는 순간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평생 못 볼 수도 있겠다는 그 예감이 맞았던 것 같다.


아직도 나는 그날의 눈부신 장관이 생생하게 눈앞에 그려질 때가 있다.





*제 콘텐츠의 모든 커버 사진은 여행 중에 직접 촬영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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