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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14세. 돛대 없는 배 위의 새 선장

당신에게 부여된 시대의 십자가

by 박세환

이번 콘클라베에서 새 교황으로 선출된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 그는 바티칸 역사상 최초의 미국인 교황으로 ‘레오’라는 교황명을 택하여 레오 14세로 등극하게 되었다.

레오 14세의 태생은 미국이지만 그의 사목 활동 대부분은 페루 빈민가에서 이루어졌다고 한다. 아메리카 대륙의 고통과 희망에 밀접히 닿아 있는 인물인 것이다.


그의 삶은 대체로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의 노선을 잇는 궤적 위에 서 있다. 평생을 빈민 봉사와 사회적 약자의 곁에서 살아온 이력은 그가 빈곤, 노동, 불평등 문제에 깊은 감수성을 지닌 인물임을 말해 준다.(어쩌면 최근 전 세계적으로 침체를 겪고 있는 경제 구좌파 계열에게 작은 희망이 될지도..)

다만 그는 극단적이지 않다. 보수와 진보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절충형 인물로 바티칸의 좌우가 어렵게 타협해 낸 상징적 인물이라는 평가도 존재한다.





Your Holiness,

지금 교회와 세상은 회오리 속 돛대 없는 배와 같습니다. 전임 교황의 빈자리는 여전히 무겁고, 그 공백이 남긴 슬픔은 채 가시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레오 14세 당신은 바로 이 어려운 시국에 흔들리는 인류 정신의 방향키를 잡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았습니다.


우리는 기도합니다.

새 교황께서 이 막중한 시대에 주님의 일꾼으로 지치거나 쓰러지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시기를. 어둠 속에 길을 밝히는 성직자의 용기와, 교회를 넘어서 세상 전체를 보듬는 자비의 마음으로 그 사명을 이어갈 수 있기를. 그리고 세상이 잊어버린 것을 당신이 잊지 마시기를.


“가장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나에게 한 것이라.”


그 말이 다시 기도 속에 되살아날 수 있도록, 주님의 은총이 레오 14세 당신과 함께 하길 기원합니다.


성령을 믿으며

거룩하고 보편 된 교회와 모든 성인의 통공을 믿으며

죄의 용서와 육신의 부활을 믿으며
영원한 삶을 믿나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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