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를 남기고 떠난 제국
카슈미르에 휴전이 발효되었다지만 총성은 여전히 들려오고 있다. 사람들은 파열음 속에서 오늘도 불안하게 눈을 뜬다.
대체 이 비극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국제사회에 어떤 난장판이 벌어졌을 때 그 원흉으로 일단 영국을 찍고 보면 절반 이상은 맞는다고 했다. 그래, 이번에도 영길리 작품이다.
20세기 초반까지 인도와 파키스탄은 하나의 거대한 영국령 인도 식민지였다. 하지만 두 차례 세계대전을 거치며 국력이 쇠락한 영국은 이 지역의 지배권을 더 이상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결국 영국은 이 지역을 독립시키기로 결정했는데, 문제가 또 있었다. 이 땅에는 힌두교와 이슬람이라는 상이한 두 개의 문화가 존재했고, 같은 영토를 공유하기엔 서로가 정서적으로 너무나 달랐던 것이다.
이 둘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둘로 나눈다? 어느 경계선을 기준으로 어떻게 나누어야 하지? 고심 끝에 영국이 내린 결론은 대략 다음과 같았다.
“아몰랑~ 니들이 알아서 해~”
그렇게 비극의 씨앗이 뿌리를 내렸다. 상이한 두 존재를 그렇다 할 만한 기준 없이 방치해 놓고 떠났으니 혼란은 예정된 수순이었던 것이다.
(여기서 누군가는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사태가 떠올랐을 것이다. 맞다. 그쪽도 영국의 작품이다..)
이슬람 다수 지역은 파키스탄으로. 힌두교 다수 지역은 인도로.
모든 지역이 다 이렇게 칼같이 나뉠 수 있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겠지만 세상 일이란 게 그렇게 호락호락하던가. 언제나 그렇듯 딱 떨어지지 않는 '예외'가 있었고, 문제는 그런 예외에서 발생하기 마련이다.
카슈미르의 주민 다수는 무슬림이지만 지배층은 힌두인들이었다. 이런 모호함 때문에 카슈미르의 지도자는 카슈미르를 파키스탄도 인도도 아닌 별도의 독립국으로 분리시키길 원했다. 하지만 문제는 파키스탄과 인도 양쪽 다 이를 용인해 줄 생각이 1도 없었다는 거ㅇㅇ
“독립국 카슈미르? 그게 뭔가효? 먹는 건가효? ^오^엌ㅋㅋㅋㅋ”
독립 어쩌고 한지 몇 달 후 파키스탄에서 카슈미르 쪽으로 일단의 민병대가 넘어왔다. 이에 질세라 인도도 정규군을 파견해 카슈미르에 개입했다. 그렇게 '독립국 카슈미르'는 아주 자연스럽게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가 되어버렸다.
파키스탄도 인도도 카슈미르로 소풍 하러 온 게 아니었다. 자연스레 카슈미르의 산천 도처에 불꽃이 치솟고 땅에는 피가 흐르기 시작한다.(포에니전쟁 당시 시칠리아..)
1947년 제1차 인도-파키스탄 전쟁
1962년 중인전쟁
1965년 제2차 인도-파키스탄 전쟁
1971년 제3차 인도-파키스탄 전쟁 (방글라데시 독립)
그 이후에도 계속된 무수한 국지전과 충돌
지금의 군사분계선은 어떤 제도적 기준이 아닌 폭력과 총성이 그은 흔적일 뿐이고, 누구도 “이 기준에 따르는 것이 옳다.”라는 납득할 만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한다. 기준이 없으니 책임도 없고, 책임이 없으니 폭력은 무한히 되풀이된다.
소속이 불명확한 땅에 사람만 가득하니 그 사이에서 전쟁은 익숙한 일상이 되는 것이다.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카슈미르의 비극을 두고 누구에게 얼마만큼의 책임을 물어야 할지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 사단에 본질적인 원인을 제공한 주체는, 정작 아무런 책임도 짊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은 미래의 폐허를 바라보면서 과거의 손을 털고 떠났다.
그래서 결론은 아무튼 영길리 개객기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