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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여전히 북중과 같은 대본 위에 서 있다.

푸틴은 여러분들의 소망을 들어줄 생각이 1도 없습니다.

by 박세환

1.

국민의힘 내홍과 카슈미르의 총성. 나라 안팎의 정 줄 놓은 이벤트들이 모두의 신경을 정신없이 빨아드리던 지난주에 시진핑은 러시아로 날아가 푸틴을 만났다. 그리고 두 사람은 손을 맞잡으며 중러의 연대를 전 세계에 과시했다. ‘서방의 오만’을 비난하고 '대북제재의 부당함'을 외치는 일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중국과 러시아는 여전히 같은 대본 위에 있었다.

“우리 둘은 여전히 한 편이다.”

이 즘에서 질문을 띄워본다. 아직도 러시아가 ‘북중 레드팀과 좀 다른, 진정한 보수 우익국가’라고 믿는 이들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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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보수 진영 일각, 특히 종교 전통주의 우익 사이엔 오랫동안 이런 서사가 떠돌아다녔다.


“북중러를 싸잡아 욕하지만, 러시아는 좀 다르다.”

"러시아는 기독교 전통 보수의 가치에 충실한 나라입니다. 푸틴은 공산주의자가 아니고 기만적인 신좌파 리버럴들을 향한 전통 보수 저항자에 가깝죠. 그러니 ‘진짜’ 우익이라면 러시아를 응원해야 되는 거 아닌가요?"

"일시적으로 북중과 연대한다고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기에, 러시아는 결국 북중과 다른 길을 갈 수밖에 없습니다."


정말 그럴까?

그냥 멀리 갈 거 없이 그냥 '중국', '러시아'라는 이름으로 나오는 뉴스들을 검색해 보라. 나오는 건 죄다 중러의 협력, 레드팀의 결속, 서방을 향한 공동의 적대감뿐이다.

"전략적 동반자 관계"

"서방 패권에 맞서는 공동전선"


3.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보자. 당신은

이미 우크라를 침공해 전 세계 자유민주 진영과 척을 진 러시아와
대만 침공이라는 파멸적 도박을 준비 중인 중국이

서로 등을 돌리고 갈라선다는 그림이 그려지는가?

서방 세계와 돌이킬 수 없이 척진 외교 구도

공동의 정보/경제/군사망

‘자유’라는 단어를 혐오하는 정서적 연대

이건 그냥 정치적 동맹이 아니라 정신적 운명 공동체라고 보아야 한다. 이들이 괜히 한 편인게 아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내부 이견으로 틀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소년만화 시나리오로도 써먹지 못할 개연성 없는 망상에 불과하다. 이 둘은 서로에 대한 사적인 불만이 있더라도, 절대 ‘공적’ 적대자가 될 수 없다. 그게 가능하다고 믿는 자는 정치사회 논하기를 그만두는 게 인류를 위한 길이다.


설령 아무리 미련이 남아있었다 하더라도 북한군이 쿠르스크 전선에서 러시아군과 함께 서는 순간 그 희망(북중과는 다른 길을 가는 러시아)은 끝장이 났음을 인정해야만 한다. '쿠르스크의 북한군'은 NL 좌파와 전통주의 우파의 뚝배기가 함께 깨져나간 이벤트였으며, 북중러가 계속해서 한 편일 수밖에 없다는 쓰라린 현실을 좌에서 우까지 인정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사건이었다.


'러시아는 좀 다르다론'을 열심히 밀어온 대안우파들은 ‘반중의 환상’을 빨아먹으며 러시아가 저지르는 '레드팀짓'에는 면죄부를 주고 있었던 것에 불과하다. '북중과 다른 러시아'라는 개념은 중국을 싫어하는 서구 대안우파들을 같은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푸틴과 두긴이 흘려 넣은 프로파간다에 불과하고, 현실의 중국과 러시아는 결코 따로 가지 않기 때문이다. 중러에게 있어서 여전히 모든 문제의 원흉은 서방세계이고 그 서방이 여전히 강고한 이상 '우리'는 계속해서 한 편이어야만 한다. 이게 그들의 입이고 현실이다. ‘전통의 가치를 수호하는 멋진 우익의 나라’는 북한, 중국과 같은 지붕 아래 살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그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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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북중러는 인류가 망할 때까지 레드팀이라는 이름으로 한 편일 것이다. 지구가 망할 때까지 한 편이며, 태양이 꺼지고 은하계가 식어버릴 때까지 같은 편으로 남을 것이다. 그러니, 여전히 '북중과 다른 길을 가는 러시아'라는 희망을 붙들고 있는 이가 있다면 이젠 그 환상을 내려놓길 바란다. 푸틴은 여러분들을 선택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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