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경제의 체온은 기사의 손끝에서 먼저 느껴진다.

도로의 체온은 경기의 맨얼굴

by 박세환

대리운전은 '고정된 가격'이란 게 존재하지 않는 시장이다. 모든 가격은 철저하게 수요와 공급의 원리를 통해 그때그때 별도로 측정된다. 때문인지 이 일을 하며 돌아다니다 보면 바로 그 시점에서 이 나라의 내수경기 활성도가 즉각적으로 피부에 와 닫는다. 어렵고 복잡한 도표나 논문 통계 같은 거 없이 내수경기의 온도계는 운전석 앞에 있다.




단군 이래 4300년 동안 언제나 서민들은 죽을 맛이었지 은제는 살기 좋았던 적 있느냐지만 분명히 편차는 있다.
이를테면 2023년즘 고객들을 태우면 항상 볼멘소리들이 나오곤 했다. 가격이 너무 올라서 비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해 줄 말이 없는 게, 이건 그냥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의해 자연스럽게 그리 된 것이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사람들이 너무 많이들 외식 회식 술자리들을 가지다 보니 대리운전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아니면 먹고살만해진 대리기사들이 일을 나오지 않아 공급이 줄어들었던가ㅇㅇ


하지만 그 ‘좋은 분위기’는 2024년부터 서서히 꺾이기 시작했다.

미국에선 금발머리의 이상한 노친네가 대통령이 되었고, 한국에선 용산에서 술 좋아하는 배 나온 아저씨가 "국민 계몽"을 외치며 이상한 짓거리를 했다.

2025년 연초엔 그 금발 노친네가 어느 나라에 관세를 100% 때리네, 200% 때리네, 취소하네 마네 열두 번씩 말을 바꾸며 요란을 떨었다.

국내에선 탄핵 선고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굥사장이 진짜 복귀하는 거 아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대리운전 수요는 말 그대로 씨가 말랐다.



어림잡아 시간당 수입이 23년 대비 30~50%가량 감소했는데 이는 사람들이 거리에서 돈 쓰는 규모가 최대 절반까지 떨어졌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혹은 먹고살기 궁핍해진 기사들이 '너무 많이' 거리로 밀려 나왔다던가. 이때 고객분들을 태우면 나오는 소리가 의미심장했다.


"대리 가격은 이 정도면 비싸지 않아 괜찮은데(고객은 어지간해선 이런 말을 입 밖에 꺼내지 않는다. 당장 당신 자신들부터 생각해 보자.) 내가 먹고살기 힘들어요.."


그래, 나도 죽겠다.




대통령이 바뀌고 한 3주가 지나는 동안 분위기가 또 바뀌었다. 주가가 올라서인지, 혹은 경제의 주축이라 할 수 있는데 민주화세대 아조씨들이 기분이 좋아서인지, 혹은 국민 지원금 내지 기본소득에 대한 기대심리인지, 아무튼 대리시장은 다시 활성화되었다. 물론 아직 2023년 피크 때만큼은 아니겠으나 그래도 평균치 정도는 된다.

다만 지속 가능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주가상승은 영원할 수 없으며, 중동 정세는 계속해서 불안정하고, 무엇보다 관세 문제가 여전히 답보 상태다. 세계 경제는 하루가 다르게 출렁이고 있다. 그저 모든 게 잘 풀려나가길 기원할 뿐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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