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노력하면 가능하지만 나는 불가능한 졸업의 세계
간만에 디아2가 다시 흥한다기에 적어봄
알아도 알아도 끝이 없는 디아블로 세계 이야기.
1.
'세트 아이템'이라는 게 있다. 2개 이상의 아이템을 한꺼번에 착용하면 시너지효과를 주는 아이템들이다. 그 세트템 중에서도 최고로 치는 게 소위 '탈라샤 세트'와 '불멸왕 세트'로 각각 원소술사(소서리스)와 야만용사(바바리안)가 쓴다.(특정 부위의 성능이 매우 좋아 개별템으로 사용되는 경우는 있어도 모두 합친 상태로 인정받는 세트 중 최고는 당연 저 두 세트이다. 강령술사용으로 나온 '트레구울 세트'만 해도 합친 성능이 별로라 컨셉용이 아니면 거의 쓰이지 않으며 드루이드나 아마존 세트와 같은 건 아예 취급되지도 않아 공짜로 줘도 안 받는다.)
맨땅으로 시작한 유저가 현질 없이 탈셋이나 불멸 셋을 다 모아 착용하는 건 당연히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필자도 불멸 셋을 한 번 순수하게 땅바닥 득템으로 모아보았고, 탈셋은 '탈갑(갑바부위)'을 도저히 찾을 수가 없어서 다른 유저에게 다른 고급템을 주는 거래를 통해서야 간신히 착용할 수 있었다. 대신 그렇게 모으기 어려운 세트니만큼 성능은 보장된다. 소위 '풀셋'을 모아 착용할 정도면 헬 난이도 바알까지 순조롭게 씹어먹을 수 있게 된다.(1인 솔플 기준)
하지만 이 '악마의 게임'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2.
소위 '졸업'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 정도 템'을 쓸 정도면, 이 게임에서 더 이상은 할 일이 없는 수준이라고 인정받는 등급이 바로 이 '졸업'이다. 인류평화와 정의구현을 위해 식음전폐하고서 디아블로만 하는 인간들에게 주어지는 영광과 같은 개념으로 위에 언급한 탈셋이나 불멸 셋 '따위'는 너무 친서민적이라 감히 여기에 낄 수 없다.
그럼 대체 어떤 템들을 껴야 '졸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일까? 직업별로, 특성화별로 다 달라 하나로 정의하긴 어렵지만 대표적인 것들 중심으로 이야기해 보자면..
3.
디아블로2의 세계에는 '룬'이라고 하는 보석들이 있는데 소켓구멍이 뚫려있는 아이템에 특정 룬을 특정 순서대로 박아주면 소위 '룬어'라고 하는 출중한 성능을 지닌 특수 아이템이 탄생한다. 그런데 룬만 해도 종류가 수십 가지이고 이 모두가 서로 다른 가치를 지닌다. 당연히 저급 흔룬이 들어가는 룬어는 상대적으로 별로고 고급룬이 들어가는 룬어일수록 성능도 우수하다. 그래서 최상급 룬으로 취급되는 베르룬이나 자룬이 들어가는 룬어들이 보통 최고로 먹어준다.
문제는 베르나 자 같은 초고급룬들의 드랍률이 극악해도 너무나 극악하다는 것이다. 필자의 경우는 고급이라 부를 만한 것들 중엔 그저 수르나 로룬 정도를 직득해보았을 뿐이고 베르나 자는 한 번도 주어보지 못했다. 헬룬이나 랄룬과 같은 저급룬 수십 개를 모아다주면 고급룬 하나로 바꾸어주는 유저가 간혹 있는데 그렇게 간신히 얻었을 따름이다.
베르나 자와 같은 룬을 직접 먹어보려면 거진 일주일은 식음전폐하고 디아블로만 해야 한다. 그래야 간신히 한 번 먹을까 말까 한 룬이다.
이 즘 되면 느끼겠지만 소위 '졸업'이라 부를 만한 템들은 대게 이런 '고오급'룬들로 떡칠이 되어있다.
ㄱ. 원소술사가 아니어도 무한 순간이동을 가능하게 해 주어 원소술사를 제외한 모든 직업의 졸업템으로 각광받는 갑옷 '수수께끼'에는 베르룬과 자룬이 각각 하나씩 들어간다.
ㄴ. 특수 효과로 헬 난이도 몬스터들의 '면역(특정 원소의 대미지가 아예 먹히지 않음)'을 지워낼 수 있어 용병 졸업템으로 각광받는 '무한'에는 베르룬이 두 개 들어간다. 사실 본체가 되는 4 홈 뚫린 무형 자쓰나 무형 그폴 자체도 상당히 구하기 어렵다.
ㄷ. 주변 몸들의 시체를 이용해 자동으로 피를 채워주는 말 그대로 '불사조'방패는 자룬이 들어가고 남은 벡스 X2, 로룬도 고오급룬이라 전부 다 구하기 힘들다.
ㄹ. 야만용사가 아니더라도 피통 뻥튀기를 가능하게 해 주어 전 직업 보조무기로 쓰이는 '소집'은 고급룬 '오움'이 들어가며, 구멍이 다섯 개나 뚫려있는 무기를 찾아야 해서 이 역시 쉽지 않다.
4.
졸업템이 꼭 룬어만 있는 건 아니다. 룬어를 쓸 수 없는 부위나 일부 직업군은 고유아이템을 졸업템으로 쓰는데, 당연히 저 룬어들 뺨따귀 갈길 정도로 보기 어려운 극악 드랍률의 템들이다. 이를테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조던링'이 여기에 속한다.(조던링이 너무 많아서 문제가 된 적이 있고 이 때문에 디아블로를 안 해도 이 '조던링'이라는 이름만은 기억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게 너무 많이 풀린 건 당연히 정상적인 방식이 아니었고 아이템복사 때문이었다.)
맨땅 서민유저 입장에서, 시즌당 하나 구해볼까 말까 한 이런 고오급 템들을 어쩌다 하나도 아니고 온몸에 덕지덕지 떡칠을 하면 비로소 '졸업'이라고 인정받을 수 있을까? 당연히 아니다.
5.
'주얼'이라는 영문음 그 자체로 불리는 보석 종류가 있다. 그리고 그 '주얼'중에도 구하기 어려운 고유주얼로 '무지개자락'이라는 템이 있다. 이 고급주얼은 특정 원소 데미지를 강화해 주고 반대로 적의 원소 저항을 깎아내리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이 '올리고 내려주는' 수치가 변동옵이라는 것이다. 3%에서 5%까지 랜덤으로 걸린다. 당연히 데미지 상승 5%에 적 저항감소 5%. 이렇게 모든 옵이 '최상옵'으로 붙을 걸 최고로 친다. 당연히 '무지개주얼'이라는 특수템 자체가 구하기 힘든지라 모든 옵이 5% 최상옵으로 붙은 경우는 더더욱 보기 어려운데 필자는 단 한 번도 주어본 일이 없다. 그런데 '졸업'으로 취급받으려면 위에 언급한 졸업급 고유템의 구멍들을 이 5%5% 최상옵 주얼들로 떡칠을 해놔야 한다.
하지만 이걸로조차 끝이 아니다. 최상급 성기사나 킥어쎄신만이 직득 가능한 횃불부적과 애니참, 각종 올레지부적에 스킬+피통부적에 파괴부적에 하아~(당연히 부적들도 '변동옵' 여부에 의해 폐급과 최상급이 나뉜다..)
6.
필자는 이미 위에서 '너무 서민적이라 절대 졸업템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탈셋이나 불멸 셋 정도만 차도 대마왕 바알까지 씹어먹는데 큰 문제가 없다고 했는데, 그럼 위의 '졸업의 세계'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관건'은 무엇일까?
당연히 그들에게 있어서 솔플(1인방)로 대악마 '따위'를 때려잡는 건 더 이상 관건이 아니다. 졸업의 세계에서는 '몇 분'을 따진다. 이를테면 카생(디아블로가 살고 있는 소굴)을 몇 분만에 쓸어낼 수 있는가. 3분대? 아직 부족하네, 2분대? 좀 치네ㅋ, 1분대? 오오 성니메!
아니면 '8 풀방(방 참가 인원수가 늘어나면 이에 비례해서 몹들이 강해진다.)'을 마치 솔플처럼 혼자서 휘저을 수 있는가 등등
진짜 어쩌다 하나만 있어도 오오! 하는 저런 템들을 떡칠하고 있는 소위 '졸업'들을 보고 있노라면 저게 정말 나와 같은 인간 맞나 싶곤 하다. 물론 현질은 예외ㅇㅇ
+새로 나온 악마술사 개꿀잼이라 해서 함 해보고프다가도, 그 템 다시 맞출 자신이 도무지 안 나서 망설이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