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갈이'가 개혁으로 인정받으려면

자기부정 없는 간판갈이가 쓸데없는 이유

by 박세환


정치진영이 스스로를 '개혁'하는 모습을 보여주려면 과거의 자신을 도살장으로 끌고 가야만 한다. 기존의 행보 'A'를 공개적으로 부정하고 자아비판하면서, "우리는 더 이상 A가 아니며, 이제부턴 죽어도 B로 살겠다"라는 천명이 있어야 비로소 비로소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기득권을 쥔 대감님 파벌의 입지 때문에 이런 식의 개혁은 불가능에 가깝고 결국 그들이 선택하는 건 본질의 변화가 아니라 외피의 변주, 즉 '간판갈이'라는 저열한 연극뿐이다.


진정성이 결여된 상태에서 개혁의 흉내를 내려다보니 수식어만 비대해진다. 그리고 그 비대한 간판은 사실 그 안이 텅 비어 있다는 반증. 포장지가 화려할수록 내용물은 유통기한 지난 쓰레기일 확률이 높다는 게 정치사회의 불변하는 물리 법칙이기 때문이다. 울트라메가톤하이퍼기사단카이저소제메카티라노대한은하연합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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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갈이가 그나마 아주 미세하게라도 진정성을 얻으려면, 그 이름 자체가 가진 성역을 파괴해야만 한다. 가령 수십 년간 고수해 온 핵심 가치가 이름에 박혀 있었는데 그것을 스스로 제거함으로써 "우리는 이만큼 뼈를 깎았다"라는 상징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간판 바꾸기'만으로 개혁의 진정성을 인정받기엔 '국민의힘'이라는 이름에는 '곧 죽어도 포기할 수 없었던 골수의 무언가'가 애초부터 없었다.


아닌 게 아니라 지난 수 십 년 동안 저들은 이름을 속옷 갈아입듯 수시로 바꿔왔다. 지켜야 할 성역도, 버려야 할 자부심도 없는 무색무취의 이름들로 말이다. 그러니 저들이 '또다시' 간판갈이를 시도한다 한들 그저 '속옷 갈아입는 소음' 정도로밖엔 안 들릴 것이다. 선거 전이건 후건 나발이건 철학도 없고 임팩트는 더 없는 그들만의 리그 속 기괴한 간판 쇼엔 걍 조또 관심 안 주는 게 대중들 입장에서 지극히 합리적인 반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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