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상위'는 분명 존재했다.

원래 계획은 아니지만 옛 기억에 적는 글

by 박세환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나는 '마두로 체포'급 속보뉴스가 아니고서야 그때그때 올릴 게시물을 미리미리 정해놓고 사는 편이며, 그에 의하면 오늘 지금은 이런 게시물을 올릴 생각이 없었다. 그럼에도 젠더갈등도 휴전 시국으로 들어가는 와중에 애써 이런 썰을 푸는 이유는, 별로 유쾌하지 않았던 청춘시절 기억을, 그때 기분을 잠깐이나마 되돌려준 막간의 꿈 때문이다.


"여성상위라는 게 대체 어디 있습니까?ㅋ 여자 손목한 번 못 잡아본 밑바닥 찐따들이 불만만 많아서 늘어놓는 소리인 듯한데 그분들은 아마 세상이 자신들의 불만찬 망상 속에 호스트바즘 되시는 줄 아시나 봐요? 깔깔깔깔"


아마 지난 젠더갈등 10년의 시간 동안 너 나 우리가 지겹게 접했을 이야기일 것이다. 그리고 나는 분명 그 뒤틀린 여성상위의 호스트바를 겪었다. 남성이 상대적으로 차고 넘치는 성장과정을 겪어서인진 몰겠으나, 분명 동년배 여성들이 동년배 남성들을 마치 호스트 쇼핑하듯 고르고 살 권리를 가지고 있었던 시기가 있었다.




'영희'는 분명 그렇게 압도적으로 뛰어난 탑티어 우먼이 아니었고, 객관적으로 남성으로 치면 '영수'급의 여성이었음에도, 실재 관계에선 '영희'가 항상 '영수'보다 우위에 있었다. 왜냐면 '그런 영희'조차 한 번 잠자리를 가져보려 도전하는 '그저 그런 영수들'에게 항상 둘러싸여 있었으니까ㅇㅇ



평범녀 '영희'앞에는 지금 남자 친구와 언제 깨지나, 언제 깨져서 비로소 나한테도 기회가 돌아올 것인가를 손가락 빨면서 그렇게 하이에나의 눈빛으로 기다리는 '영수들'이 항상 최소 분대단위로 대기 중이었다. 그러다 보니 비슷비슷한 동년배 터울에서도 하나의 커플이 깨지고 새로운 커플이 만들어지면 남자 '영수'는 비로소 이번에 첫 번째 '픽 받음'이었음에도 여자인 '영희'는 이미 그것이 4~5번째인 경우가 허다했다. 동년배 터울에서, 남자인 우리 '영수들'은 경험 0~1 따리로 넘쳐났을 때에 이미 여자인 '영희들'은 5~7 따리로 존재했었던 것이다. 그러니 영희들은 언제나 영수들보다 성적으로 더 우위에 있었고, 영수들을 리드했다.


나 : 저기.. 얼마 전에 들었는데 영희가 그 남친 '영수 7'이랑 얼마 전에 깨졌다매? 그럼 지금은 싱글이겠네? 그.. 저.. 그니까 나도 사실 영희 걔 정도면 음... 어, 괜찮은 애 아닐까 생각을 했었..

친구 :...(새끼 눈치 없긴..) 소식이 늦네. 그리고 그거 깨지기 무섭게 대기하던 '영수 3' 걔가 득달같이 달려가 다음 차 고백 시전해서 다음 남자 친구로 선택받았다는 소식은 아직도 못 들은 거 같고 말이야.

나 : 아, 얼마 전 영수 3 걔가 그렇게 길길이 기뻐했던 게 그럼 그것 때문인 거? 자신이 영희의 24번째 BF로 비로소 간택받은 게 기뻐서?

친구 : 그래 인마.


그렇게, '영희들'은 언제나 언제나 거진 '쌔삥 아쎄이 상태'로 항시 대기 중이던 '우리 영수들'을 골라가며 맛보곤 했다. 영희들은 손쉽게 '영수들'을 돌아보며 품평하곤 했고(야, 걔는 좀 XX가 아니지 않냐? 쟤는 뭐는 어떤데 뭐는 좀 별로긴 하지ㅋ) 그런 영희들 마음에 들기 위해 우리 영수들은 돌아가며 발발거리곤 했는데 정말이지 어쩔 땐 학교 전체가 거대한 호스트바처럼 여겨질 때도 있었다. 그것이 내가 가진 청춘시절 남녀관계 구도의 기억이며, 어떤 의미에서도 그건 결코 대등한 관계가 아니었다. 철저하게 영악하고 비열하기 짝이 없는 호스트바같은 세계였을 뿐이고 동화책 속에 나온 왕자님과 공주님의 아름답고 순수한 사랑 이야기 같은 건 정말이지 꿈나라 유니콘 같은 헛소리였던 것이다.





예전 글들에서

(지금 '포티'라는 이름으로 여러분들에게 진한 사랑을 받고 계시는..) 선배 형씨들에게 "여자는 존나 들이대는 거야. 존나 들이대서 한 번 따먹을 수 있다면 그게 남는 장사인 거야. 그게 바로 '남자'인 거라고 이 샌님자식아!"이런 가르침(??)을 받았음에도 몇 번 시도해 보다 도저히 못하겠다고 포기하고 나왔었다는 이야기를 종종 했었는데


이는 단순한 수치심 때문인 것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저러한 호스트바적인 광경에서 느껴지는 역겨움을 도무지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ㅇㅇ 돌이켜 생각해 보건대 분명 후자 쪽이 더 중요했고, 더 컸다.


때문에 나는 "여성은 약자입니다. 남성의 탄압과 억압을 받는 불쌍한 존재입니다."이런 류의 이야기를 예전부터 꽤 싫어했다. 정말 싫어했음에도, 그런 이야기를 하면 보편적 상식에 어긋나는 이상한 인간 취급받는 게 싫었다. 그랬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한 살 한 살 더 어린 친구들로 내려갈수록, 나와 비슷한 관점을 공유하는 친구들이 많아지더라. 나는 그게 너무 반가웠고, 그렇게 '기존의 관점과는 다른 새로운 관점을 가진 이들의 형성과 함께 세상은 '젠더갈등'이라는 긴 터널로 들어갔다.

'그때 그 시절'이 실로 오랜만에 꿈속에 나와서 옛 기억에 두서없이 적어본 이야기 한 점이다.


+혹자는 찐따 같네 어쩌네 하지만, 나는 분명 현대시대 청춘남녀의 성장과정 중에 나타나는 이 현저한 불균형의 시기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다루어보지 않는다면 젠더갈등은 결코 본질적인 종전선언으로 이어질 수 없을 것이라 본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민주화건 산업화건 상위세대의 대다수는 이러한 이야기를 전혀 알아먹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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