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미쿸이 없는 자유진영을 상상하자.
반복하는 말이지만 6년 전, '문화'로부터 선택받지 못한 밑바닥 찐따들이 기존 세계 정치구도에 거대한 균열을 일으킬 거고 미쿸이 동아시아를 버릴 날이 있을 거라고 언급했을 때, 사람들을 다들 나를 미친x으로 취급했다. 그리고 오늘. 미쿸이 '동맹국' 캐나다와 그린란드에 대한 침공 위협을 밥먹듯이 떠들어대고, 중국의 대만 침공이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시기의 문제로 다뤄지는 지금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들 하실지 모르겠다.
확실히 세상은 변하고 있다. 자유진영 입장에서 더 안 좋게. 그리고 너무 빠르게. 당황스러울 정도로 말이지.
지금 시리아의 쿠르드족이 정부군(엊그제까지만 해도 시리아 '반군'이었던..)으로부터 여지없이 도륙당하고 있다. 참고로 쿠르드족은 IS전쟁이 한창일 당시 철저하게 미국의 편을 들었었다. 그러나 IS가 정리되자 미쿸은 이들의 손을 놓았고, 지금 고립무원 속에서 저들이 내지르는 비명소리는 더 이상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
시리아의 쿠르드인들은 그렇게 소리소문 없이 소멸될 예정이다. 그리고 이는 어쩌면 저들에게만 한정된 운명이 아닐지도 모른다. ‘미국이 더 이상 필요 없다고 판단한 모든 동맹들에게 가능한 미래’인 것이다.
다시 말 하지만 트럼프의 미쿸은 유라시아 쪽에 큰 관심이 없다. 유라시아뿐이랴, 저들은 자유민주주의 자체에 큰 관심이 없다. 하찮게 팔아먹는 간판 명분으로조차도 더 이상 신경 쓰지 않는다. 때문에 우리는 우리 자신이 살기 위해서라도, 이제 '미쿸이 없는 자유진영'을 상상할 수 있어야만 한다.
'윤어게인'이라는 구호는 사실 그렇게 위험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뭐라 떠들어대건 정말로 '윤'이 '어게인'하는 것에 대해 동조하는 국민은 10%대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부즈엉'이라는 구호는 '윤어게인'이라는 구호보단 많은 호응을 받는 걸로 보이지만(주로 장년/노년층) 이 역시도 큰 위협이라 할진 잘 모르겠다. 그들이 뭐라 떠들어대건, '저들이 부즈엉을 외쳤기 때문에' 기존에 선거-정치체제 자체가 큰 폭으로 변화할 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저들의 구호중 가장 위험하고도 악랄한 건 다름 아닌 '구세주 트럼프'이다.
'구세주 트럼프'라는 구호는 '지구평화를 지키는 슈퍼맨 미쿸'이라는 전통적 세계관에 기한다. 그리고 이러한 세계관을 가장 잘 따라주었던 대표적 사례는 조지 w 부시의 미쿸이었다. 전 세계에 자유민주주의를 퍼뜨려야 한다는 미명 하에 정말이지 대륙 구석구석을 들쑤시고 다녔다. 하지만 이젠 다 지나간 이야기. 유통기한이 끝난 세계관일 뿐이다. 이제 마가의 미쿸은 자유세계의 수호자가 아닌 리스크이다.
하지만 '구세주 트럼프'라는 구호는 사람들로 하여금 엊그제 시효가 만료된 세계관이 아직도 유효할 것만 같은 착각을 느끼게 만든다. 결국 그 착각 속에서 우리는 '미쿸의 전폭적인 지원'이라는, 이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잘못된 가정에 기반한 외교안보정책을 수립하게 되고 그 결과는 지금 시리아에서 쿠르드족이 겪는 것과 같은 파국일 수밖에 없다.
미쿸이 그린란드를 향한 군사적 압박을 한 발 철회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게 언제까지 유효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한숨 돌리고 나면, 저들은 다시 동맹국들을 겁박하며 '자유민주주의 질서체제를 붕괴시키기 위한' 행보를 다시 시작할 것이다. 우리는 그저, 약간의 유예시간을 벌었을 뿐이다.
+수년 전, 미쿸이 없는 동아시아를 생각하며 동아시아 해양 나토론을 주장했던 바 있다. 물론 세상은 방구석 망상가의 SF 소설 따위에 아무런 관심도 주지 않았고, 당연히 지금 이 나라는 어느 것도 준비되지 않는 상태로 놓여있으며, 유튜브는 그저 '빨갱이 때려잡고 우리의 자유를 지켜주실 슈퍼맨 트황상!'을 향한 칭송들로 떡칠이 되어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파국은 지금 이 순간에도 한 발 한 발 앞으로 다가오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