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간첩이 아니라 해도, 그의 포지션은 결과적으로 북중러를 이롭게 한다
트럼프는 그동안 유럽을 비롯한 전통적 동맹국들이 미쿸을 이용해 먹을 생각만 해왔다며, 이들은 이제 반성 좀 해야 한다고 걸핏하면 (북중러 이상으로) 비난하곤 한다. 그리고 딱 그러한 이유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꺼려하며, 대만에 대한 방어를 확증해주지도 않는다. 반복해 말했듯 중동 쿠르드족은 아예 버려졌고(그리고 지금 죽어가는 중이다.) '동맹이었던' 캐나다와 그린란드(덴마크)는 대놓고 미쿸 공격의 표적이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포지션은 폴란드나 발트 3국, 한국과 같은 다른 동맹국들에 대해서 역시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야 할 이유가 없으니까.
트럼프의 입장이 정당하건 아니건, 그의 이러한 포지션은 유라시아대륙에서 남겨진 자유민주주의 동맹들의 입지를 크게 악화시킨다. 그가 NL에 세뇌됐다거나 러시아 간첩이라거나 하는 음모론까지 애써 들먹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의 입장이 결과론적으로 유라시아 대륙에서 중러의 입지를 크게 키워주고 있음은 부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당연히 한쿸은 이 구도에서 득 보단 피를 볼 확률이 훨씬 크고 말이다.
그럼 한국과 같은 포지션, 그러니까 그간 '미쿸의 영향권 아래'라는 빌미로 그동안 안정적인 안보를 누려오다 이제야 개 피를 보게 된 나라들 입장에선 이러한 미쿸의 태도 변화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중러의 칼날 아래 피를 보면서도 "그간 안일하게 살아왔던 우리 자신의 잘못이야. 미쿸과 트럼프를 원망해선 안돼. 동맹을 향한 그의 불만 자체는 정당했다고!" 그냥 이렇게 이해해 주어야만 하는 건가?
우리는 트럼프의 '그러한' 행보에 대해 잘못이라고 말 해선 안되는가?
입만 열면 '참깨 아웃'을 외치느라 여념이 없는 이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가 다 X될지도 모르는 와중에 끝까지 트럼프 만만세 소리가 주둥이에서 나오는가?!
동맹을 향한 트럼프의 '기행'이 사실 동맹의 각성을 촉발해 중러를 더 잘 상대하기 위한 큰 그림이라는 같잖은 변명을 십분 이해해주려 해도, 그린란드에 대한 침공을 부르짖다가 유럽국가들이 이에 반발해 방어군을 파견하자 미쿸의 침공을 지지하지 않는 것들은 관세로 보복당할 거라고 옘병 거품을 문 건 명백히 선 넘은 거 맞다.
트럼프는 명백히 자유민주주의 질서체계를 파괴하고 있다. 아니라면, '사악한 반민주 독재자라서' 마두로 썰어냈다면서 남겨진 베네수엘라의 민주화에 대해선 왜 끝까지 가식으로조차 한 마디도 안 하고 있냐!
요 근래 국제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꺼내는 건, 진짜 이게 역대급으로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 하지만 세상은 너무나 빨리, 안 좋게 변해가는 중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선 트럼프의 일부 언행을 우스꽝스러운 인터넷 밈으로 소비하는 행태들 '조차' 이젠 너무 나이브하고 한가한 태도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