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우파의 기괴한 변절 : 자유의 투사에서 권위주의의 망령으로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페미피씨에 대항해 대안우파적인 움직임이 최초로 등장했을 때, 반페미반피씨의 논조는 지금과 다소 차이가 있었다.
'그들'은 페미피씨 리버럴들이 사람들의 자유를 억압하고, 너무 비이성적이라 서구식 근대정신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초기 대안우파들은 자신들이야말로 서구식 근대정신과 시민자유의 수호자로 여기곤 했다. 이게 당시 반페미반피씨들의 디폴트였고 나 역시 그러했다. 남이사 우리를 뭐라 생각하건 말이다.
시간이 흐르며, 보수 기독교 정치세력들이 대안우파운동에 깊게 개입하기 시작했다. 막강한 자본과 권력, 그리고 마치 운동권을 방불케 하는 체계적인 조직력을 가진 그들은 결국 세계 대안우파정치의 헤게모니 주도권을 쥐게 되었고, 이와 함께 페미피씨에 반대했던 논조들은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변질되기 시작했다.
지금 세계의 대안우파들은 더 이상 서구식 근대정신 내지 시민자유를 말하지 않는다. 페미피씨들은 너무 시민자유를 존중했고, 너무 민주주의적이었기 때문에 나쁘다고 말한다. 세상에 자유와 민주가 너무 많아 넘치면 페미피씨가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선 적당히 푸틴 두긴 전근대 왕조시대 전체주의 독재 체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인간은 다시 전근대 왕조 신정체제로 돌아가 왕과 신의 권위 아래 자신들의 자유와 인권을 적당히 반납하고서 그렇게 무릎 꿇고 복종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국가는 도덕의 타락을 막기 위해 적당히 시민들을 위협하고, 잡아 처넣고, 고문하고, 총살하고, 그러해야만 할 것이다. 이젠 이런 게 대안우파들이 페미피씨에 반대하는 논조의 주 골자이다.
이제 사람들은 한때 페미피씨에 반대하던 사람들이 자유와 근대성을 명분으로 삼았던 시절이 있었음을 이상하게 생각한다. 그들은 페미피씨와 푸틴두긴적인 압제가 서로 완벽한 논리적 대칭이기에 한쪽 항을 거부하면 마땅히 반대항을 지지해야만 한다고, 그렇게 세상은 항상 그런 지옥의 이지선다일 수밖에 없다고 믿어간다. 오늘도 세상은 그렇게 한 겹 더 오염되는 중이다.
생각을 해 보자. 10년 전 페미피씨들이 자신들의 가치관을 '왕조체제 전체주의 독재의 방법론'으로 강제했다면, 지금 나와 당신들이 여기 어떻게 살아 숨 쉬고 있었겠는가. 토론도, 논쟁도, 저항도 없었을 것이다. 강제와 처벌, 사상 교정만 있었겠지. 아마 너 나 우리 다들 강제수용소로 끌려가 매일같이 불찜질 물마사지 아침저녁으로 받으면서 페미니즘으로 사상전향 강요받았을 거고 거기에 불복하면 지하감옥에서 썩다가 햇볕 없이 죽었을 것이다.
물론 페미피씨들 중에는 그렇게 하고 싶어 했던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못했지. 왜? 그들조차도 최소한의 자유민주주의적 외피는 유지해야 했으니깐! 그런데도 페미피씨의 극복이 전근대 왕조질서 전체주의 권위주의의 귀환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소리 입에서 나오는가? 정치사회적 자유주의는 시효가 다 되었으니 이제는 좀 버려야 할 때라는 말이 나오는가?
나는 당신들, 종교전통주의에 타협해 페미피씨에 반대하는 논조를 180도로 뒤집는데 협조한 당신네들이 이념적 배신자들이라고 생각한다. 당신네들의 '바뀐 논조' 덕택에 우리가 상대해 왔던 페미피씨들은 '인간의 자유와 인권을 너무 지나치게 배려해 줘서 문제였던 사람들'이 되어버렸다. 이런데도 이게 변절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