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드족이 뉴스에 뜨면 그게 좋은 뉴스였던 적이 별로 없어요.
원래 오늘은 게시물을 안 올릴 예정이었는데, 속이 뒤틀리는 뉴스가 계속 올라와서 한 마디 한다.
오랜 친우들은 기억하겠지만 내가 국제분쟁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IS로 인해 촉발된 중동분쟁이었고, 그중에서도 쿠르드족 문제였다. 그래서 스스로를 쿠르드족 ('전'문가는 못되어도) Jot 문가라고 여겨오던 차이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보셨겠지만 요즘 다시 이 '쿠르드'라는 이름이 국제뉴스 지면을 오르락내리락하는 중이다. 이란 국내 친미 반정부세력 양성에 1도 신경 쓰지 않고 있다 '천자국' 이스라엘의 명령으로 얼떨결에 '이란 정권 전복'의 중차대한 사명을 떠맡게 된 미합중국 백악관 똥싸개 행정부가, 지상전 대리인을 찾고 찾다 고민 끝에 '쿠르드족 반군'을 파트너로 낙점했다는 뉴스. 참 여러 가지로 씁쓸하게 느껴지는 게..
쿠르드족은 전체 인구가 3천만이나 되지만 기원전 7세기경 메대제국을 제외하면 한 번도 독립된 국가를 가져본 적이 없는 비운의 민족이다. 그들의 거주지는 튀르키예 시리아 이라크 이란 4개국에 걸쳐져 있으며 각지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100년이 넘도록 독립투쟁을 벌여왔지만 어느 쪽도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진 못했고 매번 탄압만 받았다. 쿠르드족이 있는 중동 4개국은 모두 쿠르드족 독립을 원치 않기 때문에 그들에게 호의적이지 않으며, 중동 내륙 깊숙한 산악지대에 옹기종기 모여 살던 산악민족이라 해안과 접한 거주구역이 없어 외부 큰 세력의 지원을 받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IS가 이라크와 시리아를 휩쓸며 중동의 혼란이 극대화되던 시점, 시리아와 이라크의 쿠르드족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미쿸의 연합군을 전적으로 도우며 IS소탕에 큰 공을 세웠지만 IS가 정리될 즈음 미쿸은 이들을 매몰차게 버렸다. 전술한 특징들로 인해 쿠르드족에게 계속 지원을 해 준다는 건 지정학적으로 너무나 피곤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버림'을 결정했던 시기는 공교롭게도 모두 트럼프 1기와 2기 행정부 시절에 걸쳐져 있다. 그랬던 트럼프 행정부가, 사정이 궁해지니 다시 쿠르드족을 찾아가 앓는 소리를 늘어놓는 중이라 한다. 쿠르드인들 입장에선 이게 어떻게 보일까?
이란의 쿠르드족은 이라크와 접한 서부 접경지역에 몰려있다. 칠백만 즈음으로 추정되는데, 적은 수는 아니긴 하다. 하지만 팔천만의 인구를 가진 이란 전체로 보건대 이들의 존재는 분명 '일부'이지 '전부'는 아니다. 그리고 전술했듯 이미 백 년 이상 지속되 온 끝없는 독립투쟁의 역사로 인해 주변 이웃들이 쿠르드족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곱지 않다는 점도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시리아와 이라크에서의 쿠르드족 궐기가 실패로 끝난 주요 이유 중 하나이다. 똥싸개 행정부는 대체 준비가 얼마나 없었고 상황이 얼마나 궁했으면 이 쿠르드족을 다시 찾아가냐..
여하간, 트럼프의 새로운 제안에 쿠르드인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조금 더 지켜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과연 이들은 '한 번 더' 똥싸개의 미쿸을 믿어 볼 것인가?
폭스뉴스는 이들이 이미 자신들의 새로운 미션을 수락했다고 떠들고 있지만
이란 쿠르드 반군과 연계되어 있는 이라크 쿠르디스탄 자치정부는 그 주장을 부정하고 있다.